[닥치고앱개발] ④군살 도려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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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이름도 결정됐고, 전체적인 콘셉트와 세부 사항도 정해졌다. 기본적인 앱 기능들도 구현된 상황이다. 앱 개발 프로젝트를 띄운 뒤부터 진행 상황은 페이스북 CC 유스 그룹에서 공유되고 있다. 개발자들은 구글 그룹스로 개발 상황과 관련 정보를 나누고 있다. CC 자원활동가로 참여하는 여러 개발자들도 멘토로 조언을 많이 남겨주는 상황이다.

하지만 모든 조언을 개발중인 앱에 다 담기엔 시간이나 능력상 쉽지 않은 일이다. 멘토로 참여하는 CC 자원활동가 이종은님 걱정도 이와 비슷하다. “지금 우리는 더 나은 기능을 바라볼 때가 아니라 최소한의 필수 기능에 우선 집중해야 합니다. 더 나은 기능과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기능을 무시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그보다 더 중요한 기본이 안되면 아무 의미 없다는 뜻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면서, 문제가 될만한 부분들은 함께 만났을 때 많이 해결될 수 있도록 해봅시다.”

우리는 무언가 이 프로젝트에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문제와 심각성이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회의를 소집했다.

“Done is better than perfect.” 이종은님이 말문을 열었다. “제가 지금까지 멀리서 지켜본 바로는 사실 우리 유스들이 앞서간 것 같기도 해요. 우선 기본적인 기능부터 최소한으로 구현해놓고, 그것이 완성되면 그 때 더 좋은 기능들을 추가하고 디자인도 멋지게 하자는 겁니다. 자, 지금부터 살을 도려내는 일을 해보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이제 욕심을 조금은 줄여야 할 때다. 오늘의 회의는 일명 ‘군살을 도려내는 중간점검’이 되겠다!

우선 현재 개발팀이 구현하고 있는 기능들과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정리했다. 대략 ①녹음 ②텍스트 입력 ③텍스트 출력 ④가입/로그인 ⑤탭 등 5가지로 나눴다.

1. 녹음

원래 계획했던 녹음 기능은 앱을 열었을 때 바로 사연이 랜덤으로 뜨고 녹음하기 버튼과 다른 사연 보기 버튼이 뜨는 것이었다. 여기서 팝업을 또 열어 다시녹음, 전송하기 등의 추가 버튼을 만들어야 하느냐가 미정된 상태였다.

이종은님은 버튼 수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녹음하기, 다시녹음하기, 재생하기, 전송하기라는 4개의 버튼이 굳이 다 필요할까. 이 부분은 첫 UI 기획회의때부터 이어져 온 것이었다. 자신이 녹음한 내용을 재확인하는 기능이 굳이 필요한지 여부를 놓고 이견이 부딪혔다.

이에 대해선 ‘다시듣기’와 ‘다시 녹음하기’ 기능을 넣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녹음 중 말이 꼬이거나 하고픈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을 경우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버튼 수를 줄이는 건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그 때 누군가 아이디어를 냈다. “버튼을 여러개 넣지 않고, 한 버튼에 여러 기능을 넣으면 되지 않을까요?” 유레카! 그래서 녹음과 일시정지 기능이 한 버튼에서 구현되도록 바꿨다. 여기에 ‘다시듣기’와 ‘전송하기’ 버튼 등 3개로 앱 주요 기능을 구현하기로 했다.

2. 텍스트 입력

사연은 장문 형태로 적어 신청하기로 지난번 회의에서 이미 결정됐다. 제목과 내용을 둘 다 적을 필요가 있을까. 디자이너 혜지님은 둘로 나누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제목과 내용으로 나누는 건, 우리 콘셉트인 ‘박카스’에서 시작된 거예요. 박카스 병 뒤에 보면 ‘제품명’, ‘원재료함량’ 등이 써 있잖아요. 그래서 사연의 제목을 ‘제품명’으로, 사연 내용을 ‘원재료함량’으로 레이블링하면 재미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종은님은 반대 의견을 냈다. “그 아이디어는 참신하고 좋기는 한데요, 디자인에 앞서 기본 사항으로만 생각해봤을 때, 보통 사람들이 제목과 내용을 둘다 쓸까요? 요즘에는 귀찮아서 내용만 쓰는 경우도 많지 않나요?”

대체로 종은님 의견에 동의했다. PC 키보드에 비해 불편한 휴대폰 입력방식도 고려했다. 우선은 제목을 쓰는 입력창은 없애고 내용 입력창만 만들기로 했다. 앱 특성을 고려했을 때, 하나로 줄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받아들였다.

3. 텍스트 출력(목록)

애당초 목록보기 탭은 둘로 나누기로 했다. ‘내 목록’과 ‘전체목록’이다. 내 목록은 다시 ‘내가 녹음받은 목록’과 ‘내가 녹음해준 목록’으로 나뉜다. 전체목록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의견이 분분했다. 과연 사람들이 자신의 것 말고 다른 것들을 일부러 찾아볼까?

이 문제는 종은님 한마디로 깔끔히 정리됐다. “전체목록을 만들게 되면, 전체 사연을 우리가 계속 관리를 해야 하는 수고가 들게 됩니다. 그건 아무래도…” 전체목록은 없애기로 했다. ^^

4. 가입/로그인

원래 앱 취지와 달리, 욕설이나 비방성 녹음이 나올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 문제를 막기 위해 페이스북 로그인을 통해 앱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여기서 추가로, 완전 익명으로 할 것인가 닉네임을 쓰도록 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처음 앱을 실행할 때 닉네임을 정하게 하고, 계속 그 닉네임으로 활동하게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5. 탭

안드로이드폰은 아이폰과 달리 기본 메뉴 탭이 아래에 있다. 이번 앱 디자인을 할 때도 기존 탭과 겹치지 않게 위로 올리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지금 디자인 시안대로라면 탭들이 아래에 있는 것이 더 ‘박카스’의 이미지와 잘 맞을 것 같아 이는 좀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

가장 상위 메뉴의 탭 개수와 구성에 대해서도 다시 논의했다. 원래는 ‘녹음/신청/목록/도움말’로 구성했지만, 사연 신청과 사연받기로 범주를 구분해 재구성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대해서는 우선 기능을 구현한 뒤 디자인과 함께 확정하기로 했다.

CC 유스들이 열정껏 벌려놓은 일들이 멘토들의 도움으로 한 차례 걸러져 훨씬 가벼워졌다. 이제 꽃피는 봄 3월, 앱 개발 프로젝트의 마무리 기한도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새학기를 앞둔 유스들이지만, 방학동안 열심히 매달린 앱 개발 또한 멋지게 마무리하고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껏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완성된 콘셉트가 실제 구현물로 공개될 날까지 함께 지켜보자.

글쓴이 강보연(@kbyhaha).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의 대학생 자원활동가 그룹 ‘CC 유스’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선 ‘실시간 관찰자’(^^) 역할을 맡았다. 온라인에선 ‘깡보’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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