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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텍 Z-5] ‘해바라기 스피커’에 작별을 고하다

200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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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홀로 책상에 앉아 이병우를 듣는다. 맑은 기타 선율이 어둠을 가른다. 선율은 앉은뱅이 책상을 타고 높은 음계로 올라서는가 하면, 도돌이표마냥 스탠드 불빛을 빙그르르 돌아와선 귓가에서 숨을 고른다.

이 시간이 좋다. 모두 잠든 밤. 책상 위 낡은 스탠드와 희미한 모니터 불빛의 어우러짐이 좋다. 세상사 번잡함을 삼킨 시간. 오롯이 모니터에 집중하고 자판을 두드리는 시간. 행복하다. 나지막한 이병우 기타 선율과 따스한 커피 한 잔이 곁들여지면 더 바랄 게 없다.

허나 언제부턴가 오붓한 나만의 시간을 즐기기 어렵게 됐다. 내 오랜 친구 P씨 때문이다.

지금 쓰는 P씨는 9년지기다. 요즘같이 1년이 채 안 돼 고철 취급받는 P씨 처지를 고려하면 그야말로 골동품 중에서도 가보급이다. 그러다보니 밥만 넣어도 굉음을 내거나 시끌벅적한 잡음을 던지기 일쑤였다. 그 정도가 상상을 초월해, 때론 P씨 뱃속에서 3차대전이라도 일어나지 않았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고요한 밤 적막을 깨뜨리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말하면 열에 아홉은 아연실색하게 마련이지만, 사실인 걸 어쩌나. 9년동안 이사를 세 번쯤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둘 낳았다. 나는 쿼드코어보다 더 빠르게 변했건만, 내 P씨는 변함없이 책상 밑에 묵묵히 웅크리고 앉아 방을 지켰다. 그 동안 메인보드를 두어 번 교체했고 메모리와 하드디스크도 몇 번을 버리고 끼웠다. 그래도 내 P씨 이름은 9년째 ‘펜티엄3’이다.

허나 세상사 뭔들 영원할 순 없는 이치. 이젠 슬슬 한계에 다다랐나보다. P씨는 더 돌보기 어려울 정도로 기력이 쇠진했다. 인터넷으로 외출하려만 해도 밭은 기침부터 토해내는 내 P씨. 작별을 고할 때다. 더불어 주변 친구들과도 이별할 시간이다. 미련을 버려. 새 P씨와 그 친구들을 만나야지. 마음 한 구석이 휑할 지라도.

사실 P씨보다 더 오래된 친구는 따로 있다. 스피커다. 2001년, P씨를 들이며 함께 데려오기 전부터 이 스피커는 P씨가 내는 온갖 소음을 뱉고 음악을 토했더랬다. 그러니 시작부터 절반은 골동품이었다. 애당초 내 방에 처음 들어올 때부터 조금만 책상이 흔들거리면 지지직 성질을 부리곤 했다. 그래도 신경을 건드리지 않을 땐 제법 그럴듯한 소리를 냈다. 비위만 잘 맞춰주면 그럭저럭 버티겠는걸. 그다보니 지금껏 내 책상을 지키고 있다. 무던히도 말이다.

오랜 친구들과 차근차근 작별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러던 차에 만난 새 친구가 ‘로지텍 Z-5’다. 내 책상의 터줏대감, 늘 앞만 바라보던 낡은 ‘해바라기 스피커’를 몰아낸 주인공이다. 늙은 P씨 말벗으로 언감생심 뭘 더 바라겠냐마는, 기왕이면 입성 좋고 목청 좋은 친구면 손해볼 게 없지 않겠나. 어렵게 선택한만큼, 새 친구 Z-5에 정을 붙여봐야지.

Z-5는 옛 주인처럼 지지직 신경을 긁는 일이 없었다. 생김새도 근사했고, 목청은 더욱 매력적이었다. 먼지가 더깨앉은 옛 친구에게 익숙한 내겐 이 신참내기가 너무 매끈해 낯설 정도였다.

Z-5가 옛 친구와 다른 건, 무엇보다 오지랖이 넓다는 점이다. Z-5는 같은 소리라도 사방으로 틀어댄다. 늘 한 방향으로만 떠드는 기존 스피커와는 차원이 다르다. 스피커 존재 가치를 따진다면, 나쁘지 않은 기능이다.

비결은 뭘까. ‘포워드 및 백워드 파이어링 드라이버'(Forward & Backward firing drivers) 기술이란다. 덕분에, 방안에서 P씨로 음악이나 영화를 감상할 때 방안 어디에 있어도 잡음 없고 실감나는 소리를 공평히 누릴 수 있단다. 어떤 방향이든 일정한 음향을 전달하므로, 집이나 사무실에서 움직이면서 음악을 들어도 소리가 고르다. 2채널 스테레오 스피커에선 좀체 보기 어려운 기능이다. 발상의 전환이랄까.

리모컨은 또 어떤가. 생김새 매끈한 이 녀석은 무선으로 P씨 속 음악이나 영화를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다. 미디어 플레이어의 소리 크기를 조절하거나 재생 목록에서 원하는 영화나 음악을 고를 때도 제격이다. Z-5 덕분에 손이 편리해졌다.

Z-5와 친해지는 건 어렵잖다. USB로 P씨에 연결하면 끝이다. 윈도우나 맥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 따로 전원을 연결하거나 배터리로 여분의 밥을 줄 필요도 없다. 뭐, 이만하면 P씨 새 친구로는 손색없지 않은가.

이젠 지지직, 옛 친구의 잔소리를 더 이상 들을 일은 없을 모양이다. 그래도 가끔은 그리울 게다. 깊은 밤, 화면에 비가 내리는 옛날 영화들을 홀로 감상할 때나 뭐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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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자리를 지킨 낡은 '해바라기' 스피커. 아쉽지만 이젠 작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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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맞은 친구, 로지텍 'Z-5'. 전방향성(Omnidirection) 데스크톱 스테레오 스피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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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포트로 PC에 연결한다. 다른 전원 공급장치는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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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 한 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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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컨도 제공된다. 동영상이나 음악을 재생할 때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 등의 소리 크기나 재생 순서 등을 제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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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연장 케이블. 좌우 스피커를 멀리 떼놓고 쓸 때나 외부 오디오와 연결할 때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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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오디오 연결 포트도 있다. 쓰지 않을 땐 고무 마개로 막아두면 된다.

■ 로지텍 Z-5 스피커

‘로지텍 Z-5 스피커'(Logitech Z-5 Speakers)는 한 방향으로만 음질이 전달되는 기존 PC스피커와 달리 풍부하고 선명한 사운드를 모든 방향으로 고르게 전달해 넓은 감상위치(Sweet Spot)를 제공하며, 고급 홈시어터에만 사용된 ‘포워드 및 백워드 파이어링 드라이버'(Forward & Backward firing drivers) 기술을 적용한 것이 강점이다. 때문에 컴퓨터를 이용해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화를 감상할 때 방안 어느 곳에서나 잡음 없이 깨끗하고 안정적인 사운드를 똑같이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어떤 방향이든 일정한 음향을 전달해 집이나 사무실에서 자주 이동하며 음악을 즐기는 이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자료 : 로지텍코리아)

■ 제품 상세 정보

  • 운영체제 : 윈도우XP·비스타, 맥OS X 10.3.9 또는 상위 버전
  • 내용물 : USB 디지털 스피커, 무선 리모컨(배터리 포함), 로지텍 소프트웨어 CD, USB 케이블(6.5ft/1.9m), 오디오 연장 케이블(4ft/1.2m), 빠른 시작 안내서, 2년 제한 하드웨어 보증
  • 출력 : 스테레오(2채널), 2×1W
  • 가격 : 15만9천원

asadal@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