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시작’ 없는 혁신의 시작, ‘윈도우8’

2012.03.06

윈도우8 컨슈머 프리뷰‘가 2월29일 공개됐다. 첫인상이 낯설지는 않다. 지난해 9월, 이미 개발자용 맛보기판이 공개됐다. 이번 윈도우8은 이름대로 일반 이용자용 맛보기판이다. 정식판이 아닌 만큼, 이 모습대로 오롯이 출시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흥미롭다. 대표 OS인 ‘윈도우’에 담긴 MS의 고민과 방향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공개된 지 6일째. 매일 100만명씩 맛보기판을 내려받는다고 하니, 관심도 적잖은 모양이다.

‘윈도우8’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대표 특징은 ‘메트로UI’다. 메트로UI는 ‘바탕화면+아이콘’ 조합인 전통 윈도우 화면을 벗어나 사각 타일 모양으로 아이콘을 배치한 이용자 화면이다. MS의 모바일 OS인 윈도우폰7에서 이미 선보였던 UI이기도 하다. 윈도우8이 데스크톱과 태블릿에서 모두 쓸 수 있는 OS란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방향이다. 윈도우8 컨슈머 프리뷰도 마찬가지다.

윈도우8 컨슈머 프리뷰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따로 있다. ‘시작’ 버튼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윈도우 이용자로선 당황스런 노릇이다. ‘시작’ 버튼은 수많은 윈도우 응용프로그램(앱)에 접속하는 관문이다. ‘시작’ 버튼을 거쳐 들어간 메뉴에선 일일이 탐색기를 열지 않고도 일목요연하게 앱 목록을 보여줬다. 자, 이제 어떡해야 할까.

이 ‘시작’ 버튼을 대체하는 건 메트로UI다. 기존 가로 메뉴 확장 방식에서 타일 모양으로 화면 구성이 바뀌었을 따름이다. 습관적으로 마우스 커서를 ‘시작’ 버튼이 있던 화면 왼쪽 아래로 가져가보자. ‘시작'(Start)이란 문구와 함께 메트로UI 미리보기 화면이 살포시 떠오른다. MS의 의도가 읽히지 않는가.

윈도우8은 메트로UI와 전통 바탕화면을 오가며 쓸 수 있게 설계됐다. 이는 개발자용 맛보기판부터 제공되던 기능이다. 마우스 커서를 바탕화면 오른쪽 위/아래 모서리에 갖다대면 메트로UI 상태표시줄이 뜬다. 처음엔 투명하게 아이콘만 보이지만, 마우스 커서를 아이콘 위로 옮기면 막대 모양으로 색깔이 바뀐다. 이 때 바탕화면에는 시계가 표시된다.

메트로UI는 4가지 보기 방식을 지원한다.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러 아랫쪽 막대에 뜨는 메뉴에서 보기 방식을 바꿀 수 있다.

‘시작’ 버튼이 없다고 당황할 필요는 없다. 기존 ‘시작’ 버튼에서 ‘시작→모든 프로그램’을 눌러 이용했던 전체 앱 목록을 메트로UI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것도 전체 펼침메뉴로.

굳이 전체 앱 목록을 펼쳐보지 않아도 된다. 메트로UI 기본 화면에서 즐겨쓰는 앱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자주 쓰는 앱이 아니라면 앱을 마우스 오른쪽 버튼으로 누르고 아랫쪽 막대 메뉴에서 ‘시작 화면에서 등록 해제'(unpin from start)를 누르면 된다.

윈도우 기본 설정 화면 가운데 일부는 메트로UI로 갈아입었다. ‘설정→PC 설정'(Settings→More PC Settings)으로 들어가보자. 이 곳에서 잠금화면이나 이용자 사진부터 알림, 언어, 개인정보 보호, 기기 연동, 홈 그룹, 접근성 설정, 윈도우 업데이트 등 기존 ‘제어판’으로 관리했던 설정 메뉴를 이용할 수 있다. 윈도우7까지 제공됐던 제어판도 윈도우8에 들어가 있다. 오른쪽 메트로UI 작업표시줄에서 ‘설정→제어판'(Settings→Control Panel)을 선택하면 된다.

메트로UI에서 활성화된 앱들은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마우스 커서를 화면 왼쪽 위로 가져가면 된다. 윈도우7 작업표시줄에서 활성화된 앱 미리보기 화면이 뜨는 것처럼, 윈도우8에선 왼쪽 상태표시줄에 미리보기 화면이 뜬다. 여기서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앱을 전환하거나,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러 앱을 닫으면 된다.

사각형 모양의 메트로UI 아이콘들은 가로폭을 두 배로 늘리거나(직사각형), 정사각형 모양으로 줄일 수 있게 설계됐다. 아이콘을 마우스 오른쪽 버튼으로 눌러 조정하면 된다.

메트로UI 화면에서 ‘스토어’로 접속해보자. 윈도우8용 앱들을 구매하거나 무료로 내려받는 공간이다. 애플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마켓에서 인기를 끈 ‘컷 더 로프’의 윈도우용 앱도 보인다. 무료다.

화면을 분할하는 기능도 새로 선보였다. 전통적인 바탕화면과 메트로UI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기능이다. 바탕화면에서 마우스 커서를 화면 상단으로 가져간 다음,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드래그해 화면 좌우 가운데 원하는 곳에 끌어다놓으면 된다. 마치 블라인드를 내리듯 바탕화면 상단을 끌어내리면 된다. 가운데 분리선을 조절해 화면 폭을 반대로 바꿀 수 있다.

폴더 창에도 몇 가지 변화가 엿보인다. 먼저 리본 메뉴를 보자. 윈도우8에선 리본메뉴를 펼치거나 접을 수 있는 버튼이 덧붙었다. 창 왼쪽 위에는 해당 폴더 성격을 알려주는 작은 아이콘이 표시된다. 즐겨쓰는 기능들은 도구막대 대신 창틀에 ‘빠른 도구막대'(Quick Access Toolbar)로 제공된다. ‘등록정보’나 ‘새 폴더 만들기’ 등이 기본 등록돼 있으며, 입맛에 따라 맞춤 설정해 쓸 수 있다.

‘Ctrl+Alt+Del’을 눌렀을 때 나타나는 ‘장치관리자'(Task Manager) 모양을 보자. 윈도우7까진 실행중인 앱과 백그라운드 앱을 탭으로 분리해 보여줬는데, 윈도우8부터는 한 화면에 통합했다. 각 앱별로 CPU, 메모리, 디스크, 네트워크 점유율을 한눈에 보여준다.

파일을 이동하거나 복사할 땐 진행률과 더불어 전송 속도를 그래프로 보여준다. 전송 중 ‘일시 멈춤’ 버튼이 새로 생긴 것도 눈에 띈다.

윈도우7까지 제공되던 기본 글꼴 변경 기능은 윈도우8에서 제공되지 않는다. 정식 윈도우8에서 다시 제공될 지 두고볼 일이다.

윈도우8은 혁신과 개선을 되풀이하는 MS 운영체제 행보를 벗어나지 않는다. 윈도우95가 등장한 이후 윈도우98→윈도우me→윈도우XP→윈도우 비스타→윈도우7까지 MS PC용 OS는 꼭짓점과 바닥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행진을 반복했다. 이 궤적이 맞다면, ‘윈도우8’은 다시 혁신의 트랙으로 진입했다. 낯선 UI는 받아들이고, 익숙한 ‘시작’ 버튼은 내쳤다.

지금껏 MS가 운영체제에서 이같은 파격을 시도해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윈도우 비스타’의 처참한 실패는 지금도 MS 뼛속 깊이 각인돼 있다. ‘이용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겠다’며 자세를 한껏 낮춘 ‘윈도우7’의 성공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라고 말했던 MS 아닌가.

그럼에도 윈도우8에서 파괴적 혁신을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절박함 때문이다. OS 권력은 데스크톱에서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는데, 경쟁은 녹록치 않다. 애플은 모바일 OS 황제주로 올랐고, 구글은 안드로이드로 대항 진영 구축에 연착륙했다. MS는 모바일 OS 경쟁에서 칼은 먼저 빼들었지만, 달음박질 경쟁에서 한참 뒤처지고 말았다.

그런 점에서 윈도우8은 현명한 판단을 내린 모양새다. 아직은 힘깨나 쓰는 데스크톱 세계와, 앞으로 힘이라도 쓰고픈 모바일 세계를 모두 안고 갈 방법은 없을까. ‘통합’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결론이다. 애플이 iOS 지배력을 앞세워 데스크톱용 맥 OS와 연동을 도모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방향만 반대일 뿐.

이런 MS에 ‘시작’ 버튼은 낡은 데스크톱 습관의 잔재일 따름이다. OS는 통합으로 가고 있는데, 이용자에게 낡은 PC 이용 습관을 미련스레 강요할 것인가. 답은 뻔하다. 이용자가 관습에 익숙해 있다면, 이를 바꾸는 게 빠르다. 새로운 OS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시작’ 버튼에 미련을 갖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적어도 MS엔 그렇다. 차라리 윈도우8 정식판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적용한 ‘홈’ 버튼이 나오길 기대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asadal@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