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옆자리 짝꿍 덕에 처음으로 만화책을 알게 됐다. 만화책은 유치원 때 접한 동화책과는 달랐다. 책 속 주인공이 눈앞에서 숨 쉬었다. 글이 살아 움직였다. 그림을 따라 그리고, 나만의 캐릭터도 만들고, 친구들과 가상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만화책을 읽고, 따라 했다. 무섭게 빠져들었다. 지금도 가끔 그 시절을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상상한다. 만약 그때 내가 계속 만화를 그렸다면, 지금쯤 나는 다른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만화책 읽는 걸 부모님께 들킨 날, 난 무릎 꿇고 손을 들었다. 만화책 말고 책 읽으라고,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실컷 들었다. 다시는 만화를 그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림 그리는 재주도,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솜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