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기를 맞고 있는 유통업계의 트렌드를 들여다봅니다.
▲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오른쪽).(사진=네이버, 신세계 각사.)
▲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오른쪽).(사진=네이버, 신세계 각사.)

국내 ‘이커머스(e-Commerce)’ 시장을 뒤흔들 이벤트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네이버가 참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결국 이커머스 전쟁은 네이버와 쿠팡의 싸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신세계, 롯데 등 기존 유통업체들과 달리 확실한 플랫폼을 보유한 네이버가 쿠팡에 대항할 수 있는 여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네이버와 함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방안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컨소시엄 구성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이 4조~5조원인 만큼 투자 부담을 나누고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초대형 연합군의 탄생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소식은 아니다. 이미 지난 3월 예비입찰 진행 당시 네이버가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해갔다는 보도가 언론에서 나오며 네이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전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네이버가 신세계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베이코리아를 품을 경우 초대형 연합군이 탄생하게 된다. 지난해 기준 거래액만 50조원(네이버 25조원, 이베이코리아 18조원, SSG닷컴 3조9000억원)에 달하며 시장 점유율로는 32%(네이버17%, 이베이코리아 12%, 쓱닷컴 3%)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쿠팡이 지난해 거래액 24조원, 점유율 13%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숫자상으로는 쿠팡의 두 배 넘는 영향력을 갖추는 셈이다.

▲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 주문건수 추이.(출처=국내 한 유통업체 집계자료.)
▲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 주문건수 추이.(출처=국내 한 유통업체 집계자료.)

주문건수를 비교해봐도 연합군은 쿠팡을 훨씬 앞선다. 네이버와 이베이코리아가 지난해 접수한 주문건수는 각각 60만건, 34만건으로 두 업체의 주문건수 합만 100만건에 가깝다.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 중 가장 많은 주문건수를 기록한 쿠팡(67만건)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단순 견제? or 정면 맞대결?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해 신세계와 네이버가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단순한 협력관계로만 보기는 어렵다. 이베이코리아 몸값이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대규모 투자가 필연적으로 뒤따르기 때문이다. 컨소시엄 비율을 5:5로 잡을 경우 네이버는 대략 2조5000억원의 거금을 투자해야 한다. 8:2라 하더라도 네이버는 5000억원을 꺼내야 한다. 지난 3월 2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 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쿠팡이 수조원의 적자를 감수하며 시장 확장에 ‘올인’하자 신세계와 롯데 등 전통 유통업체들이 초반에 주목 받았지만, 네이버야말로 쿠팡의 독주를 막을 사실상 유일한 대항마라는 평가가 나온다. 플랫폼 장악력이 가장 중요한 이커머스 시장 특성상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네이버가 가장 유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거래액 규모로만 보면 쿠팡을 앞지른다.

네이버와 신세계가 힘을 합쳐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추가 투자를 얼마나 할 지도 관건이다. 단순히 쿠팡의 독주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것인지, 아니면 독점을 노리는 쿠팡을 찍어 누르기 위한 것인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에 관심을 내보이는 것이 쿠팡과 전면전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네이버가 신세계·CJ 동맹과 연합전선을 구축하긴 했지만, 여전히 물류처리 능력에서 큰 차이가 나 이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쿠팡을 독주하게 놔둘 경우 나중에 감당하기 힘들어 이를 견제하기 위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며 “아직까진 네이버가 쿠팡과 전면 맞대결을 하려고 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