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마이데이터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은행·보험·카드사 등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개인의 신용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금융사들은 인지도가 아닌 개인 맞춤형 상품 개발을 통해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온 마이데이터 시대를 맞아 현황과 이슈를 짚어봤다. 

▲ (픽사베이 제공)
▲ (픽사베이 제공)

마이데이터는 개인의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꼭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따라서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좋은 서비스 제공의 전제 조건이 된다. 양질의 정보를 모을수록 사용자 파악이 세밀해지고 더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 업체와 토스와 같은 핀테크 업체들은 기존 금융사와 비교해 월등한 디지털 기술력과 축적된 SNS 활동 데이터, 검색 기록, 자료 해석 능력 등을 갖추고 있어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또한 금융사의 앱보다 접근성이 높은 만큼 파급력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자사의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비금융권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에 비해 부족한 데이터 문제를 타사와의 협력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 다른 업종과의 데이터 공유나 기술 제휴 등을 통해 더 개선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은행과 이종업체의 합종연횡

▲ 박성호 하나은행장(사진 왼쪽)과 이한상 SK플래닛 대표이사 (사진=하나은행 제공)
▲ 박성호 하나은행장(사진 왼쪽)과 이한상 SK플래닛 대표이사 (사진=하나은행 제공)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10일 데이터·테크 기업인 SK플래닛과 마이데이터 서비스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마이데이터 활용을 통한 종량제 광고사업 검토를 비롯해 SK플래닛의 OK캐쉬백 포인트와 제휴한 하나OK캐쉬백 통장 출시, 데이터 결합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발굴, ‘시럽월렛’ 내에 하나은행 전용 상품관 운영 등 다양한 디지털 마케팅을 공동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전북은행은 빅테크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손을 잡고 데이터·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한다. 향후 전북은행은 비대면 고객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카카오 플랫폼 활용을 검토하고, 전북은행의 마이데이터 플랫폼 및 데이터 분석 역량 고도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2월 이통사인 SK텔레콤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위한 클라우드 구축을 맡겼다. SK텔레콤이 제1금융권의 클라우드 사업을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텔레콤은 SC제일은행이 개인정보의 효율적인 수집과 분석을 통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인프라와 ‘마이데이터 분석시스템’, '마이데이터 API 데이터 레이크’ 등을 구축한다. 

금융권은 이미 지난해부터 마이데이터를 대비해 다양한 협력 관계를 만들어 놓은 바 있다. 신한은행은 CJ올리브네트웍스·LG유플러스와 ‘마이데이터 공동 프로젝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자산관리, 소비관리 등 금융 중심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넘어 통신, 생활, 유통, 엔터테인먼트, 쇼핑 등 다양한 맞춤형 생활 서비스도 제공하기 위해서다. NH농협은행은 11번가와 마이데이터 사업 추진을 위해 협력 중이다. 농협은행 금융데이터와 11번가 유통데이터를 결합한 신용평가(CB) 모델을 구축하고 상품 추천서비스 고도화 등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통신업체 KT와 마이데이터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빅테크·핀테크는 정중동

이처럼 금융사들의 마이데이터 시대를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는 가운데 경쟁사인 빅테크·핀테크 업체 역시 계획을 조율 중이다. 마음 급한 금융사와는 달리 다소 느긋해 보이는 것이 차이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선두업체인 카카오뱅크는 올해 초까지 마이데이터 사업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2월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마이데이터 신청 시기를 묻는 질문에 “1차 신청 때는 직접적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 않아서 신청하지 못했지만 다가오는 2차 때는 예비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는 지금까지 마이데이터 사업 심사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 당장 금융당국의 요구 사항인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가 우선순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10.2%에 불과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올해 20.8%까지 높이는 것이 숙제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내용에 대한 고민이 큰 것도 배경이다. 타사와 대비되는 카카오뱅크만의 특색 있는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좀 더 시간을 갖겠다는 의미다. 

▲ (토스 홈페이지 갈무리)
▲ (토스 홈페이지 갈무리)

토스의 경우 지난해 1차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역시 금융사와 같은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국내 3호 인터넷은행 ‘토스뱅크’ 출범이 오는 9월로 예정되면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결합한 보다 다양한 금융서비스들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토스는 구체적인 서비스 내용은 논의 중이지만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토스 관계자는 “아직까지 마이데이터 서비스 관련 세부안이 나오지 않았고 향후 구체화되면 공개할 예정”이라며 “지금까지 스크래핑 방식을 통해 자산관리 및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으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계기로 더 안전한 API를 활용해 소비자 편의를 우선한 서비스를 지속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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