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의 경쟁력은 자체 콘텐츠인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OTT오리지널]에서는 특색 있는 작품을 분석하고 그 안에 '숨겨진 1인치'를 찾아봅니다. 내용 중 '스포일러'가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몇 년전만해도 '실장님'과의 로맨스가 주를 이뤘던 한국 콘텐츠가 OTT 플랫폼을 만나 장르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좀비', '크리쳐', '우주' 등 다양한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덕분에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인 흥행작도 배출되고 있다. 

새로운 소재로 중무장한 한국 콘텐츠가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힘을 펴지 못하고 있는 장르가 있으니 바로 '시트콤'이다. 지상파 3사를 비롯해 종편 채널에서도 자취를 감춘 시트콤은 '부활의 신호탄'을 쏠 수 있을까.

수출까지 했던 '효자 콘텐츠' 시트콤
"장인어른, 진짜 왜 그러세요"(순풍산부인과 중 미달이 아빠), "빵꾸똥꾸야"(지붕뚫고 하이킥 중 혜리), "젠, 젠, 젠, 젠틀맨이다"(안녕 프란체스카 중 안젤라) 등의 대사는 모두 시트콤 속 유행어다. 

▲ 순풍산부인과. (사진=SBS 순풍산부인과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순풍산부인과. (사진=SBS 순풍산부인과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시트콤(Sitcom)은 시츄에이션 코미디(Situation Comedy)의 약자로, 다양한 상황 및 관계로부터 나올 수 있는 웃음으로 공감을 주는 코미디를 뜻한다. 지난 1996년 '남자 셋 여자 셋'을 시작으로 시트콤은 대중의 지친 일상을 위로했다. 2000년대에는 '하이킥' 시리즈가 연속적으로 흥행을 거두면서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등 10여개국에도 수출돼 약 30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그러나 뒤이어 제작된 작품들의 부진과 함께 웃음을 줄 수 있는 대체재로 '관찰형 예능'이 큰 성공을 거두며 시트콤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기존 시트콤이 대부분 일일극 형태로 방영되면서 빠듯한 제작 일정과 제작비에 대한 부담이 뒤따랐다. 결국 2013년 KBS 2TV '일말의 순정'을 끝으로 지상파 시트콤은 장기 휴업 상태에 들어갔고,  tvN에서 제작된 '감자별 2013QR3'도 1%대의 낮은 시청률로 마무리됐다. 

▲ 감자별 2013QR3. (사진=tvN 감자별 2013QR3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감자별 2013QR3. (사진=tvN 감자별 2013QR3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시트콤의 명맥은 끊겼지만 그 시절 그 감성을 기억하는 이들은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과거의 명작들을 되짚어보고 있다. 한국 시트콤의 최전성기를 함께한 현 3040세대에게 시트콤은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최적의 콘텐츠라는 평가다. 실제로 과거 인기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지상파 유튜브 채널에는 '순풍산부인과', '하이킥' 등 시트콤 영상들이 최대 1100만 이상의 조회수를 달성하며 역주행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OTT로 시동거는 시트콤…넷플릭스·웨이브 가세
지난해 9월 <블로터>는 넷플릭스가 한국 오리지널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이하 지구망)를 론칭한다는 소식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판 오리지널 가운데 처음 도전하는 시트콤 장르이자, 다국적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을 것으로 알려져 더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해당 보도 이후 약 9개월 만인 지난달 18일, 넷플릭스는 지구망을 전 세계 190개국에 공개했다. 지구망은 서울에 위치한 '대한대학교' 국제 기숙사를 배경으로 글로벌 청춘들의 캠퍼스 라이프를 다룬 작품이다. 지구망은 '남자 셋 여자 셋', '논스톱' 시리즈의 권익준 PD와 '하이킥' 시리즈의 김정식 PD 등 한국 시트콤 역사를 장식한 제작진들의 참여로 화제를 모았다. 

▲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사진=넷플릭스)
▲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사진=넷플릭스)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출연진도 미국, 호주, 태국, 스웨덴, 트리니다드 토바고 등 다양한 나라의 청춘들로 구성했다. 윤종신, 줄리엔강, 황우슬혜 등 시트콤 전성기 시절의 주역들도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지구망은 이를 바탕으로 공개 직후 태국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톱10에 올랐다.

주목할만한 점은 넷플릭스 외에 다른 OTT 플랫폼에서도 시트콤 장르물을 기획한다는 점이다.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정치 시트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제작하고 있다. 카카오TV의 경우 에이스토리와 시트콤을 준비하고 있으며,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 시트콤 '맛있는 녀석들, 만드는 녀석들'도 나올 예정이다.

국내 시트콤 창작자들과 OTT의 의기투합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사전제작으로 콘텐츠를 선보이는 OTT의 제작 환경에 따라 창작자들은 기존 방송 가운데 일일극으로 방영되던 시트콤의 제작 부담 및 제작비 고민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졌다. 

▲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대본 리딩 현장에 참석한 배우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웨이브)
▲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대본 리딩 현장에 참석한 배우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웨이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가 전 세계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대중적이지 않은 취향이라도 일정 시청층을 확보할 보유할 수 있게 됐다. 모든 이를 만족시키지 않아도 특정 장르, 소재, 웃음 코드를 선호하는 시청자에게 스트리밍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시트콤은 짧은 호흡 및 촘촘한 에피소드 구성 등 콘텐츠 특성상 다양한 연출진 및 작가진의 공동 창작이 강조되는 장르"라며 "기존 포맷을 넘어 자유로운 구성이 가능한 OTT와의 호흡이 더 기대되는 분야"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종영한 지 17년이 지난 미국 시트콤 프렌즈의 후속작이 탄생하며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듯, 한국 시트콤도 국내 콘텐츠의 대표적인 장르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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