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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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금융회사들이 디지털화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탄소 중립 등 친환경 중심의 사업 전략 관련 대응과 변화가 빨라지는 모습이다. 

우리금융지주는 14일 ESG 경영 강화를 핵심전략으로 포함시킨 ‘2020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그룹 내부 탄소 배출량을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그룹 내부 및 자산포트폴리오 탄소 배출량을 제로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기후변화가 범국가적 차원의 시급한 아젠다라는 판단 아래 탄소 중립을 위한 그룹 차원의 대응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은행 등 금융사는 직접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업종이 아니지만 투자하거나 빌려준 자금으로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고, 개인이 소비하는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한다. 이러한 구조에 금융회사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이 크게 높아지면서 각사는 탄소 중립 목표를 수립하고 이행에 나서고 있다. 

KB금융은 지난달 ESG위원회를 열고 탄소 중립 중장기 추진전략인 ‘KB Net Zero S.T.A.R.’를 선언했다. 현재 KB금융은 ‘자산 포트폴리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676만톤으로 추정하면서 2030년까지 33.3%, 2040년까지 61.0% 감축하고 2050년에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제로카본(Zero carbon)을 선언한 이후 그룹의 자체적 탄소 배출량을 2030년 46.2%, 2040년 88.2%까지 감축할 예정이다. 또한 그룹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 배출량은 같은 기간 각각 38.6%, 69.6% 줄인 뒤 2050년까지 ‘제로(0)’로 만들기로 했다. 탄소 배출 기업 대신 친환경 기술 기업에 대한 대출 등 금융지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올해를 ESG 경영의 원년으로 삼은 하나금융은 지난 4월 그룹의 사업장 탄소 배출량과 석탄 PF 잔액을 2050년까지 모두 제로(0)로 만든다는 ‘제로&제로’ 목표를 선언했다. 오는 2030년까지 친환경·지속 가능 금융에 60조원을 지원할 예정이며 이중 친환경 관련 대출과 투자를 35조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금융사, 부실 관리 위해 탄소 저감 유도 나서
▲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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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국내 금융회사들이 탄소 저감 등 친환경 부문 중심의 사업 전략에 주력하는 이유는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동시에 부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한국도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37%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들과 관계를 맺은 은행의 경우 대출 부실, 자본 축소,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악화 등의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들이 탄소 중립에 나서지 않을 경우 2026년까지는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보통주자본비율이 2019년 수준인 12.4% 안팎을 유지하며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2029년에 이르면 BIS 보통주자본비율이 최소의무 비율인 4.5%에 가까운 4.7%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금융거래를 하는 회사의 탄소 배출(Scope3)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에는 신규 대출 금지 및 금리 인상을 하거나 석탄 등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는 참여를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한 예로 농협금융은 ‘ESG 전환 2025’ 비전을 통해 석탄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신규 프로젝트금융(PF) 대출과 채권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탈석탄 금융’을 제시한 바 있다. 

반대로 친환경 기술 기업에는 금리 인하, 대출 확대, 자본 투자 진행, 친환경 설비 전환을 위한 금융 지원 등을 통해 지원을 높이며 충격파를 줄이는 모습이다. 

신한금융 측은 “기업 및 산업이 기존 설비를 친환경 설비로 대체할 때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등 친환경 금융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며 “지난해는 친환경 대출과 투자를 통해 총 2조6160억원을 신규 지원했고, 2030년까지 총 3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탄소 배출 관련 문제로 은행의 문턱이 높아지면 기업 대출 집행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이자 수입이 감소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을 관리하기 위해서 환경 문제를 외면할 수 없는 만큼 금융회사들의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한국의 경제 구조가 수출 위주이다 보니 기업들도 탄소 배출 관련 대책 마련을 전반적으로 서두르는 중이지만 업종과 규모별로 체감하는 수준이 다르다”며 “당장 우리가 마련한 탄소 배출 감축 기준을 들이대기 보다는 기업 규모에 따른 단계별 적용이나 적용 속도 조절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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