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오징어게임'을 연달아 흥행시킨 '넷플릭스'와 대형 IP를 기반으로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는 '디즈니+'에 이르기까지 외산 OTT 기업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로 경쟁력 강화에 나섰습니다. 이에 맞서는 토종 OTT들은 어떤 오리지널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을까요. <편집자 주>

"넷플릭스나 디즈니+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합니다. 국내 기업들이 버틸 수 있던 것은 한국판 콘텐츠를 일부 보유하고 있었던 건데, 넷플릭스나 디즈니+도 한국판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에 투자하니 사실상 그 경쟁력은 사라진 셈이죠.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사도 넷플릭스로 먼저 들고 간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물론 전문성을 갖춘 OTT로의 사업은 국내 기업들이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지금이라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자리잡고 있어요"

최근 국내 OTT 업체의 한 관계자를 통해 들었던 말이다. 2016년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딛을 때만해도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중요성은 부각되지 않았다. 넷플릭스가 아무리 스트리밍 서비스에 강하다 해도, 한국식 콘텐츠를 확보한 국내 기업들과 경쟁하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한국판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에 꾸준히 투자하며 '옥자', '킹덤', '인간수업', 'D.P.', '오징어게임' 등 세계적인 작품을 배출했다. 이는 전 세계에 한국식 오리지널 콘텐츠를 알린 것 뿐 아니라 국내 OTT 시장의 지배력까지 강화한 셈이다. '마블', '스타워즈', '픽사' 등 핵심 IP를 내세운 디즈니+조차 '무빙', '너와 나의 경찰수업' 등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다고 하니 국내 OTT 업체들도 자체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내 OTT 업체 중 대표적인 곳을 꼽자면 '티빙', '웨이브', '왓챠', '시즌'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티빙은 CJ ENM으로부터 독립 출범한 OTT로, 네이버와 JTBC가 각각 15.4%와 1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CJ ENM은 티빙의 지분 70.5%를 확보한 최대주주이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모회사다. 

티빙의 가장 큰 경쟁력은 모회사 CJ ENM과 웹툰 콘텐츠로부터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티빙이 편성을 준비중인 오리지널 콘텐츠 목록만 봐도 알 수 있다. 

▲ 티빙 오리지널 편성 및 예정작. (자료=티빙·콘텐츠업계, 그래픽=채성오 기자)
▲ 티빙 오리지널 편성 및 예정작. (자료=티빙·콘텐츠업계, 그래픽=채성오 기자)
올 들어 예능 '여고추리반', '환승연애', 영화 '샤크: 더 비기닝' 등 13여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세운 티빙은 지난 17일 방영한 '유미의 세포들'을 시작으로 드라마에 포커싱을 맞추고 있다. 

유미의 세포들을 포함 현재 티빙 오리지널로 편성되거나 논의중인 10편의 작품을 보면 스튜디오 드래곤 작품이 30% 이상을 차지한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CJ ENM의 제작 자회사로, 국내 콘텐츠업계에서 막강한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비밀의 숲', '홈타운', '갯마을 차차차'에 이르기까지 웰메이드 드라마 제작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다.

티빙 오리지널로 편성한 작품들도 면면이 화려하다. 유미의 세포들 외에 '방과 후 전쟁활동'과 '돼지의 왕'이 각각 내년 공개를 목표로 제작에 돌입한다. 스튜디오 드래곤이 제작하는 두 작품은 각각 동명의 웹툰과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로, 원작 팬층이 두터운 IP를 기반으로 제작한다. 여기에 스튜디오 드래곤이 제작하는 기타 콘텐츠가 티빙 오리지널로 편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tvN, OCN 계열 방송사와 협업하는 형태의 콘텐츠 공개도 티빙만의 강점으로 작용한다. 

웹툰 원작을 활용한 콘텐츠도 대거 편성될 예정이다. 현재 티빙 오리지널로 편성됐거나 준비중인 10개 작품 가운데 '유미의 세포들', '술꾼도시여자들', '내과 박원장', '방과 후 전쟁활동' 등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돼지의 왕의 경우 2011년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당시 돼지의 왕은 양익준, 오정세, 김혜나, 박희본, 김꽃비 등 배우들이 성우를 맡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수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한 티빙은 '유미의 세포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실제로 tvN과 티빙을 통해 동시 공개중인 유미의 세포들은 '라쿠텐 비키' 등 해외 플랫폼사와의 콘텐츠 유통 계약을 통해 유럽, 북미,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 160여개국에 서비스될 예정이다. 

티빙은 내년까지 글로벌로 사업을 확장해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K-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한편 오는 2023년까지 약 100여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800만명의 유료가입자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콘텐츠업계의 한 관계자는 "티빙은 CJ ENM이라는 강력한 우군을 포함해 네이버, JTBC 등 파트너사와의 콘텐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경쟁력을 보유했다"며 "당장 넷플릭스나 디즈니+와 견줄 만큼의 콘텐츠를 확보하진 못해도 내년 예정된 라인업을 모두 편성할 경우 외산 기업과의 경쟁이나 글로벌 방향성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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