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div> 포스터)
▲ (사진=<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포스터)

국내서 처음으로 스타트업을 다룬 다큐멘터리(다큐) 영화가 나왔다. 이달 14일 개봉을 앞둔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이다. 왜 ‘타다’였을까.

다큐는 시네마틱퍼슨의 영화사업부 블루 창립작품이다. 타다 측은 물론 배급사로부터 일절 투자를 받지 않고 제작사가 제작비 전액을 투자해 만든 순수 독립 다큐다. 블루 관계자는 “함께 일하고 있는 분들이 평소 자주 타다를 이용하기도 했고, ‘타다금지법’이 통과되는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이대로 지나가는 것보다 파고들면 의미 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다 해서 타다 측에 제안을 드려 제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타트업 업계에서 타다금지법이라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의 통과는 꽤 큰 사건이었다. 법까지 바꾸면서 사업을 못하게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에 저촉돼 사업이 어려워지는 경우들은 아주 많다”면서 “그런데 타다는 합법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법까지 바꿔서 사업을 못하게 한 경우다”고 말했다.

타다는 쏘카의 자회사인 VCNC가 지난 2018년 선보인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다. 특히 ‘타다 베이직’은 11인승 이상 승합차 대리기사를 통해 승차 거부 없이 ‘바로배차’ 서비스를 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출시 9개월 만에 100만 명의 이용자 수를 확보하며 성장했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반발했다. 택시업계는 타다가 혁신을 가장해 불법 콜택시 영업을 하고 있다며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법원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4일 뒤인 지난해 3월 ‘타다금지법’이 통과됐다. 이에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종료됐다. 하지만 이후 타다는 가맹택시사업 면허를 획득해 ‘타다 라이트’ 서비스를 출시하며 사업을 조정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그간에 나온 언론보도의 궤적에 따라 담담하게 다큐에 담았다. 성공과 위기, 부활의 이야기가 모두 담긴 것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스타트업을 다루는 꽤 사실적인 다큐가 나온 것도 의미 있지만, 그간 스타트업의 성공스토리만 주로 다뤄진 데서 벗어나 좌절과 실패의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는 것도 의미 있다. 또 위기 상황에서 리더와 내부 구성원들이 어떻게 대응해 나가는지, 이를 위해 얼만큼 몰두하는지 등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대표뿐 아니라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냈는데 그야말로 외부적으론 회사 그리고 내부적으론 구성원들의 성장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영상미와 사운드도 관심을 이끌기 충분하다. 촬영 및 편집 등을 기존 다큐와 차별화했다. 제작팀은 원래 기업 브랜드 콘텐츠를 만들던 팀이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만들어지는 다큐처럼 2030세대에게 익숙한 스타일로 만들어졌다. 해질녘 강변북로를 달리는 차, 거기서 보이는 63빌딩, 금요일 밤 건대입구와 홍대입구 등 번화가 골목길. 서울의 풍경도 놓치지 않고 담아냈다. 다큐 연출을 맡은 권명국 감독은 “서울이란 도시의 표정을 담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리면서 반복적으로 촬영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음악감독은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의 한국판 엔딩곡에 참여한 재즈 피아니스트 윤석철이 맡았다. 배경과 음악이 각각 따뜻하면서도 차가운 느낌을 교차하며 전해준다. 이는 다소 논쟁적이거나 설득을 강요하는 듯한 다큐와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준다. 그만큼 타다 사태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여준다.

특히 이러한 타다의 모습은 많은 스타트업들에게 현재진행형이라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 쿠팡 등 플랫폼 기업들을 두고 혁신이냐 아니냐는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또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따라 세무 관련 플랫폼 스타트업들 또한 서비스가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위기에 놓여있다. 의료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각각 관련 전문직단체와 갈등하고 있다.

구성에 참여한 김민주 작가는 “스타트업이 위기 상황에서 회복 탄력성이 굉장히 강한 조직이라는 것들이 이론적으로나 책으론 확인이 되는데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했다”면서 “궁금해서 들어가 보니 저희가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굉장히 많이 펼쳐졌고 그런 내용들을 담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 제일 흥미로웠던 건 혁신에 관련된 논쟁이었다”면서 “타다가 불법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쟁을 넘어 혁신인가 아닌가의 논쟁으로 넘어갔는데, 그런 내용들의 상징처럼 타다 사건이 불거져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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