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닮은, 혹은 이상향의 3D 공간에서 자유로운 소통을 즐기며 경제적 가치까지 창출할 수 있는 메타버스(Metaverse)를 향한 각계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아직 초창기임에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024년 3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일시적 트렌드를 넘어 새로운 '디지털 빅뱅'이 메타버스에서 터질 것이란 기대도 따른다. 6일 TV조선이 주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지원한 '메타콘 2021' 행사에서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국내 주요 은행들, 해외 메타버스 서비스 사업자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현업 메타버스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 전망이 이어졌다.

▲ 사진=행사 홈페이지
▲ 사진=행사 홈페이지

메타버스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은 '창작'
전진수 SK텔레콤 메타버스CO장은 메타버스의 3요소로 '아바타', '공간', '활동'을 꼽았다. 메타버스 속 아바타들에겐 기존 게임처럼 정해진 직업이나 역할이 없다. 전 CO장은 "아바타는 사용자의 평소 정체성, 되고자 하는 모습을 투영하며 실물을 그대로 보여줄 수도 있지만 새처럼 하늘을 하는 등 표현 방식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단순 소통을 위한 공간, 놀기 좋은 공간, 회의에 적합한 공간 등 목적에 맞춰 잘 세팅된 공간이 메타버스 서비스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봤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교제하고 함께 활동하는 과정에는 그에 어울리는 장소도 꼭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메타버스 내에서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는 아바타 표현과 마찬가지로 경계가 없다. 이를 위해 다양한 창작, 소통 환경을 메타버스 플랫폼이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만남이 제한되면서 단순 영상통화, 화상회의, 이벤트, 커뮤니티 모임 등 메타버스로 오프라인 활동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갈수록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 사진=행사 갈무리
▲ 사진=행사 갈무리

이와 함께 진 CO장은 게임과 메타버스의 차이로 "게임은 제작자가 만든 공간에서 정해진 스토리라인을 따라야 하지만 메타버스는 공간, 캐릭터, 행위 모두 정해진 규칙 없이 활동하는 오픈월드"라며 "메타버스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은 창작"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현재 전세계 흥행 중인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은 이미 대부분의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패러디되고 있을 만큼, 메타버스는 사용자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자신이 속한 공간에서 실현하는 것이 일방향적이던 기존 게임이나 콘텐츠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란 설명이다.

SKT도 지난 7월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를 출시하고 메타버스 활용 접점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중 이프랜드는 미팅, 회의, 미디어 공유에 특화된 형태로 지금까지 이를 통해 채용설명회, 심야영화 상영회 등 다양한 기업·여가 활동이 이뤄지고 있으며 MBC와 손잡고 '더 마스크드 탤런트'라는 복면가왕 콘셉트의 협업 콘텐츠도 진행했다. SKT는 이프랜드를 활용해 현실의 제약을 넘어 폭넓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사업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공간의 디지털화…업그레이드된 '3C'가 온다
김민구 LG유플러스 서비스인큐베이션랩 담당은 메타버스가 바꿀 일상의 경험들을 정리했다. 그는 "메타버스를 본질적으로 들여다보면 기존 모바일 환경에서 제공하던 3C(Community, Contents, Commerce)의 가치를 연결·몰입·경험이란 관점에서 더 새롭게 전달할 수 있는 잠재력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바타와 아바타가 같은 공간 안에서 소통과 체험을 함께 하고,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활동들에 대한 대리만족이 가능해지면서 커뮤니티 요소가 강력해지고 충성도 높은 사용자 집단이 확보된다는 설명이다.

▲ 사진=행사 갈무리
▲ 사진=행사 갈무리

이는 나아가 플랫폼 비즈니스로도 확장된다. 김 담당은 "다양한 사용자 수요에 호응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멀티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한편, 기존 메타버스들도 확장성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메타버스를 '공간의 디지털화'라고도 정의했다.

최근 기술의 빠른 발전도 메타버스의 자리매김을 돕고 있다. 가상의 배경과 실물을 합성하는 기술, 현실적인 공간 오디오, AI와의 상호 작용이 가능해지면서 메타버스로 구현할 수 있는 환경, 콘텐츠 범주도 확대되고 있다.

젊은 세대가 메타버스에 호응하면서 이들을 미래 소비의 핵심 고객층으로 판단한 산업계의 메타버스 러브콜, 콜라보도 이어진다. 김 담당에 따르면 "특히 패션·유통 업계가 메타버스에 적극적이고 구찌 같은 명품 브랜드는 이미 제페토, 로블록스에 가상의 명품 아이템을 유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이런 메타버스는 이제 쓰는 사람뿐 아니라 콘텐츠 생산을 통해 돈을 벌려는 이들도 몰려들며 생태계가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타버스에 기대 거는 정부 "빅테크 종속 막아야"
김정삼 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정책관은 메타버스 시대 정부의 역할을 발표했다. 그는 "메타버스는 새로운 경제활동 공간으로서 다양한 디지털 상품을 생산·유통하고 여러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충분하다"며 "한국 GDP(국내총생산) 규모가 1900조원이라는데 메타버스가 그중 10%만 창출해낼 수 있어도 경제 성장,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비쳤다.
▲ 사진=행사 갈무리
▲ 사진=행사 갈무리

정부는 메타버스 진흥을 위한 다양한 정책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 말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을 수립했고 올해 '디지털 뉴딜 2.0' 정책에서도 메타버스 발전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토종 메타버스 플랫폼 성장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재 양성에도 힘을 실을 전망이다.

김 정책관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보유한 메타버스 플랫폼에 종속되면 데이터 주권이 훼손되고 결제 수단 강제 등의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새로운 플랫폼 개발을 시도할 수 있는 청년들과 메타버스 개발자 양성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주도해 설립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는 현재까지 500여개 기업이 참여해 70개가량의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얼라이언스의 목표는 '하나의 빅테크'가 아니라 다양한 페르소나(자아, 캐릭터)가 모여 특징 있고 자연스러운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내년에는 메타버스 아카데미를 설립해 본격적인 인재 양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규제 부담 완화와 산업 가이드라인 제시에도 정부가 나선다. 김 정책관은 "예컨대 명동 거리를 메타버스로 옮겨 상업적 활동을 했을 때 저작권에 따른 고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는 공공이 가진 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규제보다는 가이드라인과 윤리·사회적 규범 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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