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우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등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질병 표적 물질 6개를 동시에 검출할 수 있는 종이 센서를 개발했다. 그림은 밀도범함수이론 계산을 통해 예측된 코발트를 도핑한 메조다공성 산화세륨이 5개의 산화효소를 적재, 과산화수소를 포함한 6개 물질을 동시에 검출할 수 있는 종이 센서의 원리를 나타냈다.(자료=한국과학기술원)
▲ 이진우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등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질병 표적 물질 6개를 동시에 검출할 수 있는 종이 센서를 개발했다. 그림은 밀도범함수이론 계산을 통해 예측된 코발트를 도핑한 메조다공성 산화세륨이 5개의 산화효소를 적재, 과산화수소를 포함한 6개 물질을 동시에 검출할 수 있는 종이 센서의 원리를 나타냈다.(자료=한국과학기술원)

국내 연구진이 새로운 무기 소재(나노자임·Nanozyme)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알츠하이머병(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을 비롯한 질병 표적 물질 6개를 동시에 검출할 수 있는 종이 센서를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7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에 따르면 이진우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종이 센서는 질병 진단물질인 글루코스·아세틸콜린·콜레스테롤을 비롯한 6개의 물질을 동시에 검출 가능하다. 해당 연구는 김문일 가천대학교 바이오나노학과 교수팀, 한정우 포항공과대학교(POSTECH·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이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혈액에 있는 당을 하나하나 검출하려면 대단히 복잡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플랫폼은 6개의 물질을 민감하고 신속하게 발견 가능한 장점이 있다”며 “무기 소재를 기반으로 해 그간 활용됐던 단백질 효소 기반의 검출 시스템보다 안정적이고 보다 극한 환경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검출 가능한 질병 물질 중 하나인 아세틸콜린은 알츠하이머의 표적 물질이라 향후 사업화 가능성도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외에도 당뇨병(글루코스)·고지혈증(콜레스테롤) 등과 관련된 물질도 검출이 가능하다.

연구진이 개발한 종이 센서는 특히 단백질 효소 기반의 검출 시스템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효소는 우리의 몸속의 다양한 화학 반응에 촉매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이를 정제해 다양한 물질들을 검출하고, 치료 등 다방면에서의 활용하는 상용화 기술이 속속 나오는 추세다.

그러나 효소는 단백질로 이뤄져 있어 온도 변화에 취약하다. 또 검출 키트로 상용화되더라도 사용 기간이 짧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노 크기의 무기질로 합성된 효소 모방 물질인 나노자임을 활용했다. ‘효소 활성’이란 특징을 지니면서도 무기물질이라 효소의 단점으로 꼽히는 안정성·생산성 측면에서 다양한 장점을 지녔다. 또 생산 가격 역시 효소 대비 낮아 경제성을 갖췄고, 기존 효소가 사용되던 질병 진단 시스템에 그대로 활용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넓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양한 효소 중에서도 과산화효소가 특정 물질 검출 시스템 개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과산화효소는 과산화수소가 있는 환경에서 수소 공여체를 산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과산화수소가 물과 산소로 환원되는데 수소 공여체로 발색 기질을 이용하면 과산화수소를 시각적으로 검출할 수 있다.

과산화효소는 투명한 발색 기질을 산화시켜 푸른색을 띠는 특성을 보인다. 연구진은 산화 과정에서 과산화수소를 배출하는 아세틸콜린·글루코스 등의 물질을 산화효소와 함께 사용하면 표적 물질을 시각적으로 검출이 가능한 점에 주목했다.

아세틸콜린·글루코스 등을 산화시키는 대부분의 효소는 중성에서 최적 활성을 가진다. 그러나 과산화효소 모방 나노자임은 산성에서만 활성을 지녀 그간 활용이 어려웠다. △수소 이온 농도 지수(pH)를 조절하는 버퍼 용액을 변경해야 하는 점 △최적 활성이 아닌 지점에서 반응이 일어나 표적 물질의 미세한 검출이 어렵다는 점 등 때문에 나노자임은 그간 바이오 센서에 활용되지 않았다.

▲ 나노자임이 적재한 산화효소에 따라 특정 표적 물질만을 검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림.(자료=한국과학기술원)
▲ 나노자임이 적재한 산화효소에 따라 특정 표적 물질만을 검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림.(자료=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은 밀도범함수이론(DFT)의 도입으로 해당 문제를 해결했다. 과산화효소 활성이 있던 산화 세륨 위 다양한 원소를 도핑해 중성에서도 과산화효소 활성이 유지되는지를 살폈다. 이 과정에서 코발트 원소가 최적 물질임을 계산을 통해 예측했다.

연구진은 코발트 원소를 도핑하면서 산화효소를 적재할 수 있게 17나노미터(nm)의 큰 기공을 지니는 메조 다공성 구조의 산화세륨 합성에 성공했다. 메조 다공성 나노물질들은 통상 2~3nm 기공을 지닌다. 연구진은 열처리 과정에서의 변화를 통해 큰 기공을 지니도록 합성했다. 해당 기공에 산화효소들을 적재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합성된 나노자임은 중성(pH 6)에서 최적 활성을 지녀 pH의 변경 없이 산화효소와 연쇄 반응을 일어났다.

연구진이 개발한 나노자임을 기반으로 개발된 종이 센서는 구체적으로 질병 진단물질인 △글루코스 △아세틸콜린 △콜린 △갈락토스 △콜레스테롤의 산화효소를 담아낸다. 과산화수소를 포함해 6개 물질을 동시에 검출이 가능한 이유다.

종이 센서는 20분만에 6개 물질의 검출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기존 하나씩만을 검출할 수 있는 센서들의 검출한계보다 더 좋은 성능을 보였다”며 “산화효소를 메조 다공성 산화세륨에 적재해 60℃의 고온에서도 안정적이고 6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산화효소뿐 아니라 산화 과정에서 과산화수소를 발생시키는 모든 물질을 검출하는 종이센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향후에는 나노자임 기반 종이 센서가 기존 효소가 적용되었던 분야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도 게재됐다. 논문명은 ‘Rational Development of Co-Doped Mesoporous Ceria with High Peroxidase-Mimicking Activity at Neutral pH for Paper-Based Colorimetric Detection of Multiple Biomarkers’이다. △이준상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박사과정생 △푸엉 타이 응우옌 가천대학교 바이오나노학과 박사과정생 △조아라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교수는 “나노자임은 분야 자체가 시작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기존 효소를 대체해 쓰일 수 있다는 잠재성 때문에 폭발적으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종이 센서뿐만 아니라 각종 진단 및 암 치료에 나노자임을 도입해 진단 및 치료 분야에 큰 도약을 이뤄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술 이전 등을 통해 나노자임 종이 센서의 사업화도 검토 중이다.

▲ 이진우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사진=한국과학기술원)
▲ 이진우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사진=한국과학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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