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사진=현대중공업그룹)
▲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사진=현대중공업그룹)

"완전 자율운항 선박을 띄우게 된다면 해기사는 사라질까요"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직 한참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율주행 기술이 나온지 20년이 됐지만, 택시기사는 없어지지 않았다"며 "완전 자율운항 선박도 아직 한참 남은 기술 분야"라고 답했다.

아비커스(Avykus)는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첫번째로 설립된 사내벤처 회사였다. 선박 자율운항 기술을 연구했는데, 2020년 12월 독립 법인으로서 현대중공업지주에 편입됐다. 아비커스의 자산은 116억원 규모로 63조원에 달하는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아비커스는 이미 조선 분야에서 글로벌 1위의 '하드웨어' 역량을 보유한 현대중공업그룹이 '소프트웨어' 분야인 자율운항 솔루션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로 도약하는데 있어 선장 역할을 맡고 있다. 임도형 대표는 한국조선해양 자율운항연구실장을 역임했고, 아비커스호의 선장을 맡고 있다.   

아비커스는 지난 12일 인천시 왕산마리나에서 자율운항 기술을 시연했다. 임도형 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기자간담회를 통해 아비커스가 이룩한 선박 자율운항 분야의 기술적 진보를 소개했다.

아비커스 자율운항, '티맵 내비'처럼 경로 누르면 알아서 간다

이날 아비커스는 소형 요트에서 자율운항 기술을 선보였다. 요트 한척에 취재진 수명이 탑승했고, 2.5km 거리를 10여분 동안 탑승했다.  

취재진의 이목을 끈 것은 운전자의 개입이 없이 요트가 저절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이준식 아비커스 소형선 자율운항 팀장(연구원)은 태블릿PC 화면에 뜬 지도 두 곳에 점을 찍었다. 그는 내비게이션의 목적지를 설정한 것이었는데, 목적지가 육지가 아닌 바다였다. 

이 팀장이 목적지 설정을 마친 후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요트에 시동이 걸렸다. 엔진의 실린더가 폭발하기 시작했고, 피스톤 운동이 크랭크 샤프트를 회전시켰다. 요트 엔진에 장착된 프로펠러가 회전하기 시작했고, 요트가 물살을 가르고 나아갔다.

▲ 자율운항 중인 선박.(사진=현대중공업그룹)
▲ 자율운항 중인 선박.(사진=현대중공업그룹)

이날 요트는 10~20노트(18.52~37.04km/h)로 달렸다. 주행 중 약 100m 전방에서 요트가 달려오자 모니터에 'MOTORBOAT'라는 표시가 떴다. 모터가 가까워지니 모니터 속 노란색 표식이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취재진이 탑승한 요트는 저절로 보트를 피해갔다. 

이 과정에 이준식 팀장을 비롯한 아비커스 관계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이 팀장은 요트가 장애물을 저절로 피하는 상황을 취재진에게 설명했다.

이날 요트는 수대의 모트와 수개의 부표를 피했다. 그리고 요트는 원래 정박해 있던 'F-08' 위치까지 이동한 후 접안까지 마쳤다. 이 모든 과정에 아비커스 직원의 개입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요트에 탑재된 하이나스(HiNas, 운항)와 하이바스(HiBas, 접안) 기술을 통해 자율적으로 이뤄졌다.

육상 자율주행과 달리 해상 자율운항은 해류와 바람 등 자연환경이 끊임없이 개입한다. 자동차가 카메라와 라이다(Lidar)를 통해 도로를 직선 주행하는 것과 달리 선박은 목적지를 향해 자율운항하는 것이 쉽지 않다. 외부 환경을 인공지능이 끊임없이 분석한 후 엔진 등 기계장치에 명령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취재진이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선박을 탑승한 후 기술적 진보에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완전 자율운항까지 '절반도 못왔다'

이날 아비커스가 선보인 자율운항 기술은 2단계 수준이다. IMO(국제해사기구)는 자율운항 기술 수준을 4단계까지 나누고 있다. 1단계는 일부 기능이 자동화된 선박을 뜻하며, 2단계는 선원이 탑승한 상태에서 원격 제어가 가능한 선박이다. 3단계는 무인 상태로 원격 제어가 가능한 선박이며, 4단계는 선박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는 선박을 의미한다. 

이날 아비커스는 자사 직원이 탑승한 상태에서 자율운항 기술을 선보였고, 직원들은 아비커스의 자율운항에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선박에 탑재된 인공지능이 대부분 스스로 판단해 운항했다.

자율운항 2단계까지 운항 중 발생하는 여러 상황에 대한 책임은 항해사가 진다. 3단계부터 자율운항 시스템이 운항 전 단계에 개입하고 책임까지 지는데, 2단계까지는 항해사의 개입과 통제에 따라 자율운항이 진행된다.

▲ 승무원의 개입없이 자율운항 중인 아비커스 선박.(사진=현대중공업그룹)
▲ 승무원의 개입없이 자율운항 중인 아비커스 선박.(사진=현대중공업그룹)

2단계 자율운항은 자동차로 따지면 '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Adaptive Cruise Control)'과 유사하다. 선행하는 차량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전방 차량의 속도에 맞춰 속도 등을 제어하는 능동형 크루즈 콘트롤을 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이라고 한다.

2단계 자율운항 또한 해수면 위에 떠있는 여러 장애물을 카메라와 라이더를 통해 판단하고 인식한 후 선박이 스스로 회피한다. 현재 자율운항 기술을 자율주행과 비교하면 레벨3(조건부 자동화 단계)에 와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취재진이 탑승한 요트에는 4개의 고성능 카메라와 1개의 라이더가 탑재됐다. 카메라는 약 100미터 전방을 볼 수 있는데, 직접 촬영한 이미지를 딥러닝해 스스로 운항할 수 있다. 카메카 영상 및 이미지를 통해 바다위의 장애물과 선박을 식별해 위험성을 판단하는 방식이다.

딥러닝 방식의 자율운항은 △이미지 수집(Image crawling) △이미지 라벨링(Image pre-processing) △이미지 딥러닝 및 학습(classification) △전체 모델을 평가(visualization)하는 과정을 거친다.

현재 자율운항 선박은 80~90%에 달하는 이미지를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이 탑승한 요트는 15만장에 달하는 이미지를 부산과 인천 등에서 학습한 상태였다.

기존에 15만장에 달하는 이미지를 분석해 데이터를 축적한 상태였다. 운항 중 카메라와 라이더를 통해서 추가로 학습한 이미지를 기존의 데이터와 함께 활용하는 방식으로 자율주행하고 있었다.

임도형 대표는 "자율운항과 관련해 100만장 이상의 이미지를 확보하고 있고, 내년까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모션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 자율운항에 이르기까지 딥 러닝 기술도 더 발전해야 하며, 데이터들도 더 쌓아야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의 아비커스가 경쟁 회사들보다 앞서있다는 설명이다.

자율운항 분야 '세계 최초' 타이틀...올해 레저보트 솔루션 진출
아비커스는 지난달 2일 SK해운과 초대형 LNG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로 자율운항 대양횡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미국 남부 멕시코만 연안 프리포트(Freeport)에서 출발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해, 태평양을 횡단하는 여정이었다.

이번 운항은 세계 최초로 대형 선박이 자율운항으로 대양횡단에 성공한 케이스였다.

선박은 33일 간의 운항을 마치고 충남 보령 LNG터미널에 도착했다. 운항거리 2만km 중 절반인 1만km를 하이나스 2.0을 적용해 자율운항했다. 이번 항해에서 하이나스 2.0을 적용했더니 연료 효율이 7% 높아졌고 온실가스 배출은 5% 절감했다. 타 선박의 위치를 정확히 포착해 충돌 위험을 100여 차례 회피할 수 있었다.

▲ 대형 LNG선으로 대양 자율운항에 성공한 아비커스 승무원 및 연구원.(사진=현대중공업그룹)
▲ 대형 LNG선으로 대양 자율운항에 성공한 아비커스 승무원 및 연구원.(사진=현대중공업그룹)

하이나스 2.0은 현대글로벌서비스의 통합스마트십솔루션을 기반으로 최적의 경로와 항해속도를 생성하고, 인공지능이 날씨 등 환경을 인지해 실시간으로 선박의 조타 명령까지 제어하는 2단계 자율운항 시스템이다.

임 대표는 "안전상의 문제로 연안에서는 어망이 지뢰처럼 깔려 있어서 자율운항을 하지 않았고, 대양에서는 완전 자율운항했다"며 "350시간 동안 선장님은 선박에 손을 대지 않으니 너무 편하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임 대표는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비커스가 인공지능이 선박을 100% 통제하는 완전 자율운항까지 도달하려면 더 먼 여정을 지나야 한다. 기술적 진보 뿐 아니라 IMO와 각국의 규제도 개편돼야 한다. 여전히 목적지까지 먼 여정이 남아 있지만, 아비커스는 자율운항 분야의 '세계 최초'라는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현대중공업그룹이 건조하는 모든 선박에 항해보조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시장부터 레저 보트용 자율운항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한다. 보다 더 효율적이며 안전하고, 편안한 운항을 위한 현대중공업그룹과 아비커스의 노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어큐트마켓리포츠(Acute Market Reports)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 및 관련 기자재 시장은 연 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에는 시장규모가 2357억달러(한화 30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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