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휴대폰 이슈, 제품, 기능 활용법 등을 소비자 관점에서 쉽게 풀이해봅니다.
지금 한국에는 스마트폰이 몇 대나 있을까요. 이동통신사에 개통된 것만 5400만대(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통신서비스 통계)에 이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한국 인구는 약 5162만명이고요. 개통된 스마트폰이 인구보다 많은 실정인데, 그럼에도 매달 7~8만 회선이 신규 개통되고 있을 만큼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 일상에 파고든 스마트폰은 이제 생각보다 일상의 많은 것들을 대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갑이 없어도 되는 삶
▲ 카카오페이 통합 멤버십 페이지(왼쪽)와 삼성페이 결제 화면. (사진=각 서비스 갈무리)
▲ 카카오페이 통합 멤버십 페이지(왼쪽)와 삼성페이 결제 화면. (사진=각 서비스 갈무리)

가장 먼저 지갑을 꼽을 수 있겠죠. 'XX페이'로 대변되는 전자지갑·결제 서비스들은 신용카드와 현금의 역할을 훌륭히 대체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되는 '삼성페이'는 기존 플라스틱 카드 결제기기와 호환되는 'MST' 기술을 택해 플라스틱 카드에서 스마트폰 결제로 전환되는 과도기를 부드럽게 연결한 일등공신으로 꼽히죠. 이제는 어느 가게를 가도 결제할 때 스마트폰을 내밀 때 이상하게 쳐다보는 점주들이 없을 정도입니다.

전국민이 쓰는 카카오톡과 연동된 카카오페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삼성페이만큼의 범용성은 없어도 제휴처에서는 결제 바코드를 제시하는 것만으로 쉽고 빠른 결제가 가능하죠. 카카오페이의 장점은 이전에 지갑을 가득 메웠던 각종 포인트 카드의 포인트 적립까지 한 번에 가능하도록 해준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앱 내에서 내가 보유한 포인트들의 현황도 확인할 수 있으니 더 이상 실물 포인트 카드를 발급받을 일은 없어졌습니다.

은행 앱은 어떨까요? 지문과 비밀번호만 있으면 실시간 계좌이체가 가능해진 요즘은 지갑의 최후 보루였던 현금의 지위를 흔들리게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현금결제'를 요구하는 일부 오프라인 매장들도 과거와 달리 실시간 계좌이체에 대해선 현금과 같은 대우를 해주는 경우가 많지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이젠 장롱으로 보내자
▲ 모바일 주민등록증 홍보 이미지. (자료=행정안전부)
▲ 모바일 주민등록증 홍보 이미지. (자료=행정안전부)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으로 대표되는 '신분증'은 스마트폰이 등장한 후로도 의외로 디지털화가 더딘 영역이었습니다. 개인정보 도용, 복제에 대한 신뢰기반 마련이 우선이었기 때문인데요. 지금까지는 이동통신3사의 PASS 앱을 이용한 디지털 운전면허증 서비스 정도가 유일했지만 범용적으로 쓸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정부가 직접 공인한 디지털 신분증을 스마트폰 하나에 내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먼저 주민등록증부터 볼까요? 행정안전부에서는 지난 12일부터 '주민등록증 모바일확인 서비스'를 전면 시행 중입니다. 정부24 앱을 이용해 몇 가지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곧바로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디지털 주민증이 생성되는데요.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①민원서류를 접수할 때 또는 자격을 인정하는 증서를 발급할 때 ② 편의점, 식당 등 일상생활에서 성년자 여부를 확인할 때(멤버십 등 민간서비스 영역 포함) ③ 공항, 여객터미널에서 탑승 시 신분 확인이 필요한 때 ④ 사인 간 계약이나 거래 시에 주민등록증 대신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서비스’를 이용해 본인 여부를 확인할 때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상 일상 대부분의 영역이죠.

▲ 모바일 운전면허증 발급 절차. (자료=모바일 신분증 홈페이지)
▲ 모바일 운전면허증 발급 절차. (자료=모바일 신분증 홈페이지)

운전면허증도 오는 28일부터 모바일 발급이 가능합니다. 다만 주민등록증 대비 방법이 좀 더 복잡한데요. 기존 면허증 소지자들은 먼저 안전운전통합민원 홈페이지 또는 운전면허시험장∙경찰서에 방문해 기존 운전면허증을 'IC 운전면허증'으로 새로 발급받아야 합니다.

이어 행정안전부의 모바일신분증 앱을 설치 후 IC 운전면허증을 스마트폰으로 태그하면 모바일 운전면허가 발급됩니다. 이후 스마트폰을 교체했을 때는 재방문 없이 IC 운전면허증을 같은 방식으로 태그하면 손쉽게 재발급받을 수도 있고요. 이렇게 발급된 면허증도 현행 플라스틱 면허증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습니다.

이처럼 비록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담기 위한 지갑은 필요 없어졌지만 여전히 실물 신분증 제시를 위해 카드형 케이스를 사용해야 했던 시간들도 이제 곧 과거의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종이 낭비, 개인정보 유출...굿바이 지류 고지서
수도세, 전기세, 지방세·국세, 범칙금, 관리비…살다 보면 정기적으로나 일시적으로나 집 우편함으로 날아드는 각종 종이 고지서들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고지서가 쌓이면 미관상으로도 지저분하지만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좋지 않고, 무엇보다 고지서를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주인이 장기간 자리를 비운 빈집이란 사실이 드러나 표적 범죄를 당하는 요인을 제공하기도 하죠.

하지만 여러 플랫폼 기업들이 제공하는 전자문서 서비스를 잘 이용하면 집에 불필요한 종이 고지서가 날아드는 일은 줄이고, 스마트폰으로 바로 받아 결제까지 가능한 편리를 누릴 수 있습니다.

▲ 카카오톡 청구서 서비스(왼쪽), 토스의 공공 증명서 온라인 발급 서비스. (자료=각 서비스 갈무리)
▲ 카카오톡 청구서 서비스(왼쪽), 토스의 공공 증명서 온라인 발급 서비스. (자료=각 서비스 갈무리)

현재 정부의 '모바일 전자고지' 사이트에 접속해보면 총 196종류의 전자고지서가 모바일로 서비스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됩니다. 아직 한 서비스로 모든 고지서를 처리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필요에 따라 알맞은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찾는다면 지류 고지서를 처리하는 것보단 편리할 것입니다.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는 네이버, 토스, 페이코, KT, 카카오페이, 포스트플러스 등이 꼽힙니다. 예컨대 네이버만 하더라도 앱 내 '전자문서' 서비스에서 서울특별시 지방세, 자동차세, 재산세와 국민건강보험공간, 국민연금공단 관련 고지서들을 처리할 수 있고 카카오페이는 전기세나 가스, 아파트 관리비 등의 고지서도 처리할 수 있습니다. 또 서울시 STAX, 모바일지로처럼 공공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들도 있고요.

이와 함께 주민등록등본, 코로나 예방접종증명서, 국가기술자격증 등 일년에 수차례 이상 발급·제출할 일들이 생기는 각종 공적 증명서들이 있는데요. 앞서 언급한 전자문서 발급 플랫폼들에서 이 같은 증명서들을 쉽고 빠르게 발급해주는 서비스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토스 앱에서 '전체'-'증명서 떼기' 메뉴로 들어가서 주민등록등본을 누른 후 클릭 몇번과 생체인증 한번이면 1분 내로 디지털 주민등록등본이 발급됩니다. 예전에는 담당처에 직접 방문하거나 PC에서 공동인증서를 이용해 로그인하고 이런저런 프로그램 설치 후에야 가능한 번거로운 일이었는데 이젠 스마트폰이 그 일도 대신할 수 있게 된 세상입니다.

"여보, 나 차키 좀 보내줘"
스마트폰으로 차 키도 대신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아직은 일부 브랜드와 차종에 그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애플 같은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최근 스마트폰 기반 디지털 키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수년 내에는 보급형 차종으로도 확산될 전망이죠.

일례로 삼성전자는 올해 현대자동차 그룹과 협업해 초광대역(UWB·Ultra-Wideband) 기술 기반의 스마트폰 디지털 키 서비스를 제네시스 전기차 'GV60'에 선보였는데요. 차량 안내 매뉴얼에 따라 삼성페이를 통해 디지털 키를 등록하면 이후는 실물 차키 없이 스마트폰을 들고 접근하는 것만으로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거는 등의 작업이 가능해집니다.

특히 이런 디지털키의 장점은 지인 간 공유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삼성 디지털 키의 경우 최대 3명에게 공유할 수 있고, 공유 대상의 연락처만 알면 키를 설치할 수 있는 문자 메시지 전송이 가능합니다. 차주는 키 사용 기간과 권한 범위를 설정할 수 있고요. 외출 중인데 집에서 차가 필요한 가족에게, 혹은 카셰어링을 할 때 유용할 것 같습니다.

▲ 삼성 디지털 키를 지인에게 공유하는 장면. (자료=삼성전자 뉴스룸)
▲ 삼성 디지털 키를 지인에게 공유하는 장면. (자료=삼성전자 뉴스룸)

삼성가전, LG가전, 이제 남이 아냐
스마트폰은 일찍이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핵심 허브로 주목받아왔습니다. 집안 내 가전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이고, 이들 가전의 상태 확인과 기능 작동도 하나의 스마트폰에서 확인하는 일은 이미 상당 부분 현실로 다가와 있죠. 지금도 삼성전자 스마트싱스나 LG전자 씽큐(ThinQ), 혹은 샤오미가 제공하는 IoT 앱들을 통해 집 안팎에서 스마트폰으로 자유롭게 제어하는 가전들을 경험 중인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들 가전에는 각각의 리모컨도 있지만 스마트폰이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면 굳이 리모컨을 찾아 헤매거나 건전지를 갈아줄 필요가 없죠.

다만 지금까지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통칭하는 '스마트홈'에는 한 가지 단점이 있었는데, 바로 호환성입니다. 스마트홈 기술을 각자 개발하다보니 삼성 가전은 삼성가전끼리, LG 가전은 LG 가전끼리만 연결 가능한 일이 벌어져왔던 거죠. 결국 온 집안을 하나의 가전 브랜드로 채우지 않으면 광고에서나 나오는 물흐르듯 연결되는 스마트홈 경험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계도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구글, 아마존을 비롯한 주요 스마트홈 업체들이 하나의 스마트홈 표준 생태계 구축을 위해 뜻을 모으기 시작한 덕분인데요. 이와 관련해 일반에서는 다소 생소하겠지만 CSA라는 단체에서 이미 '매터(Matter)'라는 개방형 스마트홈 표준을 개발해 보급에 힘쓰고 있죠. 이미 500개 이상의 기업이 매터에 가입했고 지난 19일에는 LG전자가 이곳의 의장사로 취임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전세계 제조사들의 스마트홈 표준 생태계 구축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인데요. 이 과정에서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 하나로 제어할 수 있는 실내 가전의 종류와 수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 특정 브랜드 가전으로만 집안을 가득 채워야 하는 일은 이제 곧 사라질 예정이다. (사진=LG전자 소셜 매거진)
▲ 특정 브랜드 가전으로만 집안을 가득 채워야 하는 일은 이제 곧 사라질 예정이다. (사진=LG전자 소셜 매거진)

이처럼 스마트폰은 단순히 그 숫자만 늘어나고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일상 곳곳 깊숙한 곳까지 점점 빠르게 파고들고 있습니다. 아마 시간이 더 흐르면 초거대 AI와 같은 고성능 AI가 휴대폰으로도 내장돼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 같은 가상비서가 우리와 함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역시 보안의 영역일 텐데요. 금융, 신분증, 자동차, 집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스마트폰 해킹 시 적잖은 재산·생명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물론, 지금도 개발 단계에서부터 고도의 보안성과 위조방지 시스템이 함께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제조사들도 이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단 하나의 구멍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부를 수 있다는 점 또한 부인하기 어려운 만큼 서비스 제공자들은 편의성 고도화에 앞서 소비자들을 위한 보다 안전한 사용 체계 확립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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