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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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국제 협력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올해에만 미국·프랑스·호주·이스라엘 등과 구체적인 연구 진행 협업 약속이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를 중심으로 이 같은 국제 공조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7일에는 과기정통부와 오스트리아 교육과학연구부 간 제2차 과학기술공동위원회(과기공동위)가 화상으로 개최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과학기술은 국가별로 강점을 지닌 분야가 달라 교류를 통해 상호 시너지를 내며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ICT나 반도체 분야는 물론 우주산업 등 전방위에서 국제 협력이 다각도로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과기정통부와 오스트리아 교육과학연구부 간 협의는 2019년 체결한 과학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기반으로 한다. 양국은 신규 인력교류 과제 선정과정에 대해 검토하고 양국 수석대표의 승인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융합 △공학 △생명과학 △의약학 △자연과학 분야에서 인력 교류를 추진키로 합의했다.

우리 측 대표로는 김성규 과기정통부 국제협력관이, 오스트리아 측 대표로는 바바라 바이쿠버(Barbara Weitgruber) 교육과학연구부 과학연구·국제관계국장이 참석해 협의를 진행했다. 과기정통부 측은 이번 과기공동위에 대해 “양국의 과학기술 정책을 공유하고, 과학기술 분야 협력 성과를 점검하며 새로운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순서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김성규 과기정통부 국제협력관은 “오스트리아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1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라며 “연구개발(R&D) 수준이 높은 기초과학 강국과 디지털 기술 및 응용기술 등 분야에서 수준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상호를 보완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과학 강국’ 美와 과학기술 동맹 강화
우리나라는 최근 이번 오스트리아와의 과학기술 협력과 같은 성격의 국제 공조 폭을 넓히고 있다. 국가 R&D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가 중심이 돼 이 같은 협업을 끌어내는 추세다.

과학기술은 지난 5월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오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당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과학자·연구자·기술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수준임을 충분히 인식하는 가운데 양 정상은 이러한 비교 우위를 활용해 첨단 반도체·친환경 전기차용 배터리·인공지능(AI)·양자기술·바이오기술·바이오제조·자율 로봇을 포함한 핵심·신흥 기술을 보호하고 진흥하기 위한 민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러한 분야들에서의 전문인력 간 인적 교류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재확인하였다”고 밝혔다. 양국은 이를 위해 투자 촉진과 연구개발 협력을 통해 핵심·신흥 기술 관련 파트너십 증진하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우주 협력 역시 협력 강화 분야로 꼽혔다. 양 정상은 “우주협력의 전 분야에 걸쳐 한미동맹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며 “아르테미스 프로그램(미국 주도의 유인 달 탐사 계획)에 참여한다는 한국의 기존 공약을 토대로 양 정상은 우주탐사 공동연구를 촉진하고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orean Positioning System·KPS) 개발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원자력에 대해선 “탄소제로 전력의 핵심적이고 신뢰할만한 원천이자 우리의 청정에너지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중요한 요소”라며 “글로벌 에너지 안보 증진을 위한 필수적인 부분으로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양국은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제3차 한미 민간우주대화 개최 △원자력 고위급위원회 진행 등을 약속했다. 이를 통해 국방우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해외 원전 시장에서의 협력 지점도 넓히겠단 취지다.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22일 경기 평택 오산 미 공군기지 항공우주작전본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제20대 대통령실 홈페이지)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22일 경기 평택 오산 미 공군기지 항공우주작전본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제20대 대통령실 홈페이지)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 같은 양국의 협력을 구체화하기 위해 지난 8월1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당시 △알론드라 넬슨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실장(대리) △빌 넬슨 항공우주국(NASA·나사) 국장 △시라그 파리크 국가우주위원회(NSpC) 사무총장 등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장관은 파리크 사무총장과의 면담 중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 수출통제체제(ITAR)를 보다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요청했다. 우리나라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가입한 상태라 ITAR 규정의 제약을 따라야한다. MTCR은 1987년 미국 주도로 프랑스·독일·영국·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 7개국이 만든 다자간 협의체로, 미국산 전략부품의 수출 제한을 통해 미사일 확장을 억제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우주발사체가 미사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성능(800km·1.5t)은 ITAR의 제한 조건인 사정거리 300km·탑재중량 500kg보다 높다. 이 때문에 누리호를 통해 궤도에 오르는 위성에 미국산 부품을 사용할 수 없다. 해당 위성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더라도 미국산 부품이 장착됐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발사가 가능하다. 우리 정부는 달 착륙선 개발이나 소행성 탐사 등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누리호의 성능을 고도화하기 위해선 ITAR 조건이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피라크 사무총장은 “미국 내 관계 기관들이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파리크 사무총장이 소속된 국가우주위원회는 미국 대통령실 산하로, 민수·국방·상업 부문의 국가 우주개발을 총괄·조정한다.

이 장관은 이 외에도 △KPS 개발에 대한 미국의 협력 의사 재확인 △양자 기술과 관련한 ‘협력 공동성명서’ 올해 하반기 중 발표 △제11차 한미 과학기술공동위원회 올해 중 개최 등을 논의했다.

프랑스·호주·이스라엘 ‘우방국’과 협력 확대
우리나라는 미국 외에도 다양한 우방국과 과학기술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8월23일 이스라엘 과학기술부와 제10차 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온라인 화상을 통해 개최한 바 있다.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은 1994년 11월 과학기술협력협정을 체결하고 협력을 진행해왔다.

양국은 이번 공동위를 통해 총 4가지 과학기술 협력을 진행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양자 과학 분야에서 고려대와 와이즈만연구소가 ‘광자쌍과 다차원 광자 검출기를 이용한 첨단 양자 이미징 기술’ 개발을 진행한다. 인공지능 분야에선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과 바일란대가 스마트시티 분산 교통 관리를 위한 마르코프 게임 기반 심층 강화학습 연구를 △충남대와 농업연구소(ARO)가 가축에서 유전체육종가 추정을 위한 딥러닝 알고리즘 개발을 각각 추진한다. 대체에너지 분야선 연세대가 테크니온공대와 함께 ‘요소 산화반응을 통한 그린 수소 에너지 저장’ 기술을 개발한다.

프랑스와의 과학기술 협력은 우주·원자력 분야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오태석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지난 7월21일 프랑스 파리에 방문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의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과학기술 협력’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오 차관은 클레어 지리 프랑스 고등교육연구부 연구혁신총국장을 만나 우주포럼 공동 개최 등을 논의했다. 

과기정통부 측은 “나토 당시 양국 대통령 간 원전·우주산업 협력 확대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에 이어 이번 면담을 통해 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보다 확대하는데 뜻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이번 논의를 통해 ‘제8차 한·불 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개최, 추가적인 논의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 오태석 과기정통부 제1차관(오른쪽)이 지난 7월2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클레어 지리 프랑스 고등교육연구부 연구혁신총국장을 만나 우주·원자력 등의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오태석 과기정통부 제1차관(오른쪽)이 지난 7월2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클레어 지리 프랑스 고등교육연구부 연구혁신총국장을 만나 우주·원자력 등의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호주와는 우주 개발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을 진행 중이다. 양국은 지난해 우주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현재 △우주과학 △우주탐사 △지구관측 △우주상황인식 △우주 교통·쓰레기 관리 △로보틱스와 자동화 △발사 및 발사 서비스 △위성 항법 △우주 관련 제작 △우주시설의 이용 △우주 정책 △인력 훈련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진행 중이다.

호주는 국내 우주산업 역량을 발휘하기 적절한 국가로 꼽힌다. 이 때문에 상호 보완적인 협력이 가능하다는 게 과기정통부 측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위성을 개발해 우주 궤도에 올린 바 있다. 또 지난 10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1차 시험발사를 진행하며 우주 운송 수단의 기초적 역량도 쌓았다. 호주는 산불·자연재해가 잦아 위성영상 활용 수요가 많다. 또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발사장·지상 인프라 등의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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