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태봉 LG전자 북미법인장
▲ 윤태봉 LG전자 북미법인장

LG전자 미국 판매법인이 사상 최대 매출을 냈지만 순이익은 오히려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장은 국내 시장 다음으로 매출 규모가 큰 곳이며, LG전자는 40년 이상 미국 시장에 공들였다. 하지만 매출 성장에 비해 수익성은 저조하며, 변동이 큰 것으로 나타나 미국 시장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전자 미국 판매법인(LG Electronics U.S.A, 이하 LGEUS)은 올해 상반기 매출 7조652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1조1926억원) 증가했다. 순이익은 735억원에 그쳤는데, 전년 동기 대비 597.2%(4393억원) 감소했다.

LGEUS는 지난해 상반기 이례적으로 5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냈다. 매출은 6조4602억원, 순이익은 5129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률은 7.9%를 기록해 '하이 싱글 디짓' 수준의 수익성을 나타냈다. 하지만 펜트업 효과가 본격적으로 발생한 지난해를 제외하면, 수익성은 대부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상반기 평균 순이익률은 1.3%에 그쳤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에 세탁기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LGEUS는 국내 등에서 생산된 가전제품을 구입한 후 소비자가격을 책정해 판매만 하는 법인이다. 사실상 마케팅 및 영업비용이 LGEUS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때문에 순이익이 1% 안팎인 점은 사실상 판매마진이 매우 낮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LG전자가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판가를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했거나 마케팅비용을 지나치게 지출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LG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현지 대표 가전기업인 월풀을 추격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이른바 후발주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침투가격 전략'이다. 경쟁제품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판매량과 점유율을 높여가는 전략이다.

실제 지난해 LG전자는 월풀을 큰 격차로 제쳤다. 현지 기업인 월풀을 상대로 1조원 이상 매출 격차를 벌렸다. 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률은 1.0%를 기록했다. 100원어치를 팔아 1원을 남겼다는 의미다. 기업은 매출을 많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하려면 수익을 많이 내는 게 중요하다.

▲ LG전자 상반기 실적.
▲ LG전자 상반기 실적.

그럼에도 2019년을 기점으로 상반기 매출이 6조원을 돌파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무려 7조6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냈다. 현지시장에서 LG전자는 높은 입지를 점했다는 의미로 해석돼 긍정적이다.  

LG전자는 40여년전 미국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 법인은 해외 계열사 중 매출 규모와 자산 규모가 가장 커 글로벌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자산총계는 5조7821억원에 달한다. 2018년 2분기와 비교해 자산규모는 99%(2조8806억원) 늘었다.

LGEUS는 미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한 만큼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북미시장 담당은 윤태봉 부사장으로 LG전자에서만 31년째 근무한 전문가이다. 1964년생인 그는 1991년 LG전자에 입사해 2016년부터 북미지역을 맡고 있다. 

미국 시장은 LG전자 전체 매출의 19%를 차지하고 있는데,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이다. 순이익은 LG전자가 정부와 은행 등 이해관계자에게 줄 이익을 제하고, ㈜LG 등 주주에게 지급할 몫이다. '침투가격 전략'보다 판가 정상화를 통해 순이익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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