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홈페이지.
▲ 이미지=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홈페이지.

국토교통부(국토부) 산하기관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이하 안전관리원)이 차세대 시스템의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한 업체의 검수요청을 묵살하고 잔금 지급도 제때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 SW 사업을 주로 하는 IT 서비스 기업 유엔파인은 안전관리원의 '차세대 건설기계관리시스템(CEMS)'의 SW 개발 사업을 수주해 지난해 9월 사업에 착수했다. 유엔파인은 TF설계검토와 TF개발 시연을 거쳐 SW 개발을 완료했다. 이후 발주기관인 안전관리원에 검수 요청을 했다. 검수란 사업을 발주한 기관이 요청했던 사안들이 결과물에 잘 반영되었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발주기관 검수와 외부 감리기관의 검수로 나뉜다. 이러한 검수 과정을 거쳐야 시스템이 오픈될 수 있다.

하지만 유엔파인에 따르면 안전관리원은 검수요청에 답을 하지 않았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55조에 따르면 검수는 계약대상자로부터 계약의 이행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완료해야 한다. 때문에 안전관리원은 유엔파인의 검수요청을 받은 후 14일 이내에 검수를 해야 했다. 하지만 안전관리원은 답을 하지 않았고 시스템 오픈을 강행했다. 시스템 오픈도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올해 9월5일에 완료됐다.

CEMS 시스템 오픈이 연기된 것은 인프라 환경 구축이 늦어진 것이 주된 원인이다. CEMS는 유엔파인이 수행한 SW 개발 사업과 인프라 운영환경 구축 사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운영환경 구축 사업을 수행할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 유찰이 있었고 예정보다 3개월이 지연됐다. 이에 유엔파인은 SW 개발을 마친 상황에서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길 기다려야 했다. IT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개발한 SW를 적용하고 시스템을 오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스템 오픈이 늦어지는 과정에서 유엔파인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고 시스템도 오픈됐지만 사업대금의 잔금(계약금의 22.5%)을 받지 못했다. 또 안전관리원은 시스템 오픈 후 운영 전담 인력 1명을 상주시킬 것을 요구했다. 유엔파인은 계약 사항에 없던 사항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안전관리원은 시스템 오픈 후 약 두 달 간 오류가 이어진 가운데 검수를 해야하는 직원들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새로운 시스템을 이용해야 하는 직원들이 보기에는 오류사항이 많아 검수를 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오류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 시간이 소요되면서 잔금 지급도 지체됐다. 해결되지 않은 오류 중 상당수가 CEMS와 각 시·도 데이터를 연계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안전관리원은 각 시·도로부터 일변동 데이터를 받아 CEMS에 연계하면서 오류를 해결하기로 했다. 시·도로부터 이달 26일 데이터를 받고 오류의 원인을 규명한 후 유엔파인에게 잔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전관리원은 시스템 운영을 위한 직원 1명을 요구한 것은 제안서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 시스템에 대한 문의를 전화나 온라인으로 하기보다 대면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해 상주 인력 1명을 요구했지만 유엔파인이 난색을 표하면서 현재는 시스템 운영을 원격으로 하고 있다.

안전관리원 관계자는 "개발사의 노력으로 현재는 상당수의 오류가 해결되고 있는 중"이라며 "시·도 데이터의 연계로 남아있는 오류의 원인만 확인되면 잔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파인은 안전관리원의 상위기관인 국토부와 감사원에 기업불편 민원신고를 하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의원실을 통해 시·도 데이터 연계 후 잔금을 지급하겠다는 답을 얻었다. 하지만 유엔파인은 여전히 발주기관들의 불공정 거래는 이어지고 있으며 중소 IT 서비스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유엔파인처럼 발주기관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IT 서비스 기업을 위해 정부는 다양한 신고 채널을 갖춰 놓고 있다. 소프트웨어 진흥법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벤처부)는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등과 함께 민관 합동 SW 불공정행위 모니터링 지원반을 운영 중이다. KOSA가 기업들로부터 불공정거래 신고를 받으면 세 개 부처가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공공SW사업은 과기정통부가, 민간 SW기업 관련 건은 공정위가 맡는다. SW기업이 아닌 기업 관련 사건은 중기벤처부가 맡는다.

하지만 공공기관들과 사업을 지속해야 하고 인력도 부족한 중소기업 입장에서 불공정 행위가 발생할 때마다 신고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기업들의 신고가 있어야 특히 공공 SW 시장에서 불공정 거래가 줄어들 것이란 지적이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공공 SW 사업에서 불공정행위가 발생할 경우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당 부처나 기관에 신고해 공론화하는 것이 빠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도 2017년부터 불공정거래센터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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