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사진=위메이드 홈페이지 갈무리)
▲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사진=위메이드 홈페이지 갈무리)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는 자사가 발행하는 가상자산 '위믹스(WEMIX)'의 국내 거래소 상장폐지 가능성이 없다고 지난 17일 지스타에서 호언장담했다. 이 말을 믿고 위믹스를 홀딩하고 매수한 투자자들 덕분에 2000원대를 지켰다. 그렇지만 투자자들은 24일 오후 8시 47분 기준으로 70% 하락(710원대)한 위믹스 시세를 경험하는 중이다.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는 위믹스를 상장폐지하기로 했다.

24일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으로 구성된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위믹스의 거래지원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달 8일 오후 3시부터 이들 거래소에서는 위믹스 거래가 중단된다.

결정적인 위믹스 상폐 사유는 '중대한 유통량 위반'이다. 위메이드는 거래소들에 10월 말까지의 위믹스 예상 유통량을 2억4596만개로 제출했지만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3억1842만개가 유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유통량 차이로 위믹스는 지난달 말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지 한 달여만에 상폐 결론으로 이어졌다. DAXA 측은 "위믹스 측이 DAXA 회원사에 제출한 유통 계획 대비 초과된 유통량은 유의 종목 지정 당시를 기준으로 상당한 양의 과다 유통"이라며 "그 초과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위메이드는 디파이(탈중앙화금융) 서비스인 '코코아파이낸스'에서 위믹스를 담보로 코코아 스테이블 달러(KSD)를 대출해 위믹스 메인넷의 생태계를 확장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고 했다. 디파이에 담보로 잡힌 위믹스에 대해 위메이드는 미유통량으로 인식했지만 DAXA는 유통량으로 봤다. 업계에선 위믹스 가격의 급락으로 담보가치가 하락해 청산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유통량으로 인식하는 게 맞다고 보고 있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블로터>에 "지갑을 떠났을 때 그것은 유통량에 해당한다"며 "유통량에 대한 정의가 시장에서 공론화되지 않았고 전체적인 정의가 없었다는 것이 하나의 변명의 여지이긴 하다"라고 설명했다. 위메이드는 각 거래소에 위믹스 상폐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 개별 거래소별로 바로 잡겠다는 입장인데, 이런 논리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DAXA는 위메이드 측이 투자자들에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고도 지적했다. DAXA는 "미디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등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DAXA의 거래지원 종료 여부 등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수차례 언론보도 등을 통해 발표해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하는 투자자 보호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여러 사정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장 대표는 언론을 위믹스를 띄우는 창구로 애용했다. 이달 초 신한자산운용과 키움증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으로부터 66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MS는 엄청나게 큰 미국 IT 기업이다. 위믹스 생태계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될만한 투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끝이 아닐 것"이라며 MS가 위믹스의 강력한 우군인 것처럼 강조했다.

소명 기간 동안 제출된 자료에도 각종 오류가 발견됐으며, 유통량 관련 등 중요한 정보에 관해 제출 이후 여러 차례 정정 또는 수정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DAXA는 프로젝트 내부의 중요 정보 파악 및 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상황'으로 평가했다.

DAXA가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편데는 정부의 규제동향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FTX 파산보호 신청으로 국내에서도 큰 파장이 일자 여당인 국민의힘은 가상자산에 대한 법제화를 통해 시장질서부터 확립해야 한다는 데 중지를 모았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투자자 보호책을 우선 마련하고 글로벌 기준을 고려해 유통체계 점검, 거래소 운영 취약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 법제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명순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도 "규제 없는 시장은 사상누각"이라며 "발행·상장·공시 등을 포함해 시장 전반 규제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최근 대관조직을 잇따라 강화할 만큼 정부 동향에 상당히 신경쓰고 있다. FTX가 자기발행토큰인 'FTT'를 담보로 레버리지를 일으킨 점이 문제의 발단이 돼 정부가 이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 정세를 고려하면 장 대표가 위믹스 상장 유지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 것은 '오판'에 가까웠다는 지적이다. 위메이드의 사세와 P2E(돈 버는 게임) 분야의 입지를 바탕으로 일종의 '대마불사'라는 기저심리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위믹스 상폐에 따라 아직 여물지도 않은 P2E 시장에 강력한 규제가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P2E에 대한 압박이나 규제가 강화되면 게임산업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크래프톤이나 컴투스로서도 가진 카드가 없을 것"이라며 "한국콘텐츠진흥원은 P2E를 장려하는 느낌인데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 관끼리의 이해상충 우려도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위메이드 위믹스팀은 DAXA의 결정에 공식 입장문을 내고 "위믹스팀은 단기간에 초과된 유통량을 원상 복구시켰고 지금까지의 유통량을 적극 소명해왔으며 이 모든 것은 재단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위믹스의 수량으로 증명하고 확인됐다"며 "문제가 된 원인이 해소됐는데, 원인 그 자체 혹은 다른 이유로 판단을 내린 것은 소명은 애시당초 필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되며 위믹스팀은 이러한 DAXA의 비합리적인 결정에 불복한다"고 밝혔다.

한편 위믹스가 최종 상장폐지될 경우 위메이드는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에 상장을 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위메이드는 오는 25일 오전 11시 위믹스 상장 폐지와 관련한 긴급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장 대표가 직접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대응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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