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검색 엔진 기업인 바이두가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픈AI의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대항에 나섰다.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두가 AI 챗봇을 개발 중이며 오는 3월 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챗GPT와 마찬가지로 질문을 던지면 대화 형태로 AI가 검색 결과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소식이 전해진 후 바이두 주가는 지난해 9월 말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바이두 측은 이 보도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그러나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바이두가 중국 AI 산업의 선구자를 자처하는 만큼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챗봇의 대항마를 개발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며 “바이두의 시스템이 얼마나 큰 변화를 이끌어낼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 왕하이펑 바이두 최고기술경영자(CTO). (사진=바이두)
▲ 왕하이펑 바이두 최고기술경영자(CTO). (사진=바이두)

지난 몇 년간 중국은 ‘디지털 주권’(digital sovereignty)을 강조하며 AI 공급망에서 주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확보에 힘을 쏟아왔다. 특히 미국이 대중국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하자 중국은 반도체와 AI 기초 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적 독립을 추구해왔다.

테크크런치는 “챗GPT가 교육, 뉴스, 서비스 산업에 걸쳐 모든 분야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중국의 IT 지도자와 정책 입안자들도 중국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AI를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중국은 자체 개발한 AI 챗봇을 통해 데이터 흐름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지역 문화와 정치 상황에 대한 이해력을 높일 수 있다. 

WSJ에 따르면 바이두는 AI 챗봇을 먼저 바이두의 검색 엔진과 통합해 검색 결과와 AI 챗봇의 답변을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바이두의 AI 챗봇은 초기에 대부분의 답변을 중국어로 생성할 것이라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다만 딥러닝 모델을 통해 학습한 AI는 중국의 정교한 인터넷 검열 체계인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너머에 있는 외부에서 수집한 정보를 데이터를 사용할 전망이다. 여기에는 중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기반의 데이터가 포함될 것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영어로 사용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두가 내놓을 AI 챗봇의 가장 큰 특징은 중국의 다른 정보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당국의 엄격한 규제와 검열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바이두는 이미 텍스트에서 이미지를 생성하는 AI ‘ERNIE-VilG’를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1억4500만 쌍의 텍스트·이미지 자료 집합(데이터셋)을 학습해 탄생했다. 얼핏 보기에는 오픈AI의 달리2(DALL·E2)나 미드저니 등 다른 이미지 생성 AI와 유사해 보이지만 바이두의 시스템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텍스트 지시문을 거부한다. 대화형 AI는 이미지 생성 도구보다 훨씬 더 복잡한 질문을 처리해야 하는데 바이두가 검열로 인한 제한을 극복하고 챗봇의 자율과 창의성을 얼마나 보장할지가 주목된다.

바이두가 어떤 알고리즘을 활용할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WSJ에 따르면 바이두는 자사 AI 챗봇에 구글이 2017년에 개발한 핵심 알고리즘 기술인 ‘트랜스포머’를 활용한다. 이 기술은 챗GPT에도 적용됐다. 이 밖에도 바이두가 챗봇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독점 알고리즘을 개발했을 가능성도 있다.

대규모 신경망(neural network)을 훈련하는 데는 하드웨어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로 슈퍼컴퓨터와 대형 데이터 센터 가동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바이두를 포함한 중국 AI 산업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바이두는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로 인한 여파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바이두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AI 클라우드 사업 대부분이 첨단 칩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아가 “단기적으로 필요한 충분한 양의 칩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바이두는 향후에는 고성능 컴퓨팅 구동을 위해 자체 칩인 ‘쿤룬’(Kunlun)을 활용할 계획이다. 또 하드웨어 작업을 줄이기 위해 알고리즘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도 할 수 있다.

이미지 생성 AI 스타트업 ‘IMG크리에이터’의 창업자인 엘라 장은 “중국의 인건비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중국어 AI 챗봇에 대한 수요는 영어 버전만큼 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중국 회사는 고객 서비스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비싼 구독료를 내고 유료 AI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사용하기보다 경제성과 편의성을 위해 직원을 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인구가 지난해 처음 마이너스 시대에 돌입하며 노동력이 줄어들고 있어 몇 년 후에는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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