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폭스콘 등의 중국 탈출 우려가 커지자 중국 정부가 글로벌 기업들을 붙잡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씨엔비씨(CNBC)>가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와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다국적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자 중국 정부가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 중국 현지에 위치한 폭스콘 사업장 전경. (사진=폭스콘 페이스북)
▲ 중국 현지에 위치한 폭스콘 사업장 전경. (사진=폭스콘 페이스북)

지난해 가을 주중 미국상공회의소가 진행한 연례 조사에서 중국을 3대 투자처로 꼽은 응답자의 비율은 25년 만에 처음으로 절반에 못 미쳤다. 또 중국 내 제조 시설을 다른 나라로 이미 옮기기 시작했거나 이전을 고려하는 기업은 전년 동기 대비 10% 늘어났다.

중국의 일부 지역은 외국 기업 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대표적인 예로는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의 생산 기지가 위치한 중국 중부 지역의 허난성이 있다. 허난성 정저우시 폭스콘 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아이폰 생산 기지로 약 20만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2019년 기준 폭스콘의 아이폰 생산기지가 허난성 전체 수출량의 85%를 차지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성수기인 지난해 말 연휴 시즌에 생산 차질을 빚은 것은 애플이 수년 전부터 진행 중이던 공급망 다변화 속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폭스콘은 단일 투자로 최대 규모인 7억달러를 투입해 인도에 아이폰 부품 공장을 지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시간) 미중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폭스콘이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의 주도 벵갈루루시 공항 인근에 새 공장을 지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허난성 당국은 외국 기업의 ‘탈중국’ 정책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 허난성 고위 관리들은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이 허난성의 정저우시 공장 방문 당시 직접 환대에 나섰다.

중국 관영 언론에 따르면 허난성과 정저우시 관계자뿐만 아니라 공산당 비서들도 해당 공장에서 폭스콘 임원과 만났다. CNBC는 “이러한 만남은 양측이 논의한 사안이 무엇이든지 간에 계획을 더 빨리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전했다. 

폭스콘은 류 회장이 허난성을 방문했으며 지방 정부와 협력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세부적인 투자 계획이나 폭스콘이 중국에서 생산 기지를 옮길 계획이 있는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반도체 수출 통제 등 대중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2022년 하반기에는 미중 간의 긴장감 고조와 중국 경제의 어두운 경제 성장 전망 등으로 인해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1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후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1월 FDI는 1년 전보다 14.5% 증가한 1276억9000만위안(24조746억원)으로 집계됐다.

중국 정부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진정되면서 해외 기업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애플, 화이자,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위 임원들이 사업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수십 개의 다국적 기업들이 고위급 임원의 중국 방문에 대해 외교부와 논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주 중국 상무부는 올해 중점 과제 중 하나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선정하고 이와 관련된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행사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무부는 외국인 투자 기업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국 기업과 동등한 수준의 대우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은 해외에 방문해 투자 유치 활동도 벌이고 있다. 선전시의 경제 개발 구역이자 외상투자 금액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첸하이’ 관계자는 지난달에 두바이, 싱가포르, 런던을 방문했다. 다만 왕진샤 첸하이 관리국 부국장은 중국 산업 정책으로 인한 현지 기업과의 불공정한 경쟁, 중국 내 외국 기업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의 부족과 지정학적 위험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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