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아이디어의 미래를 위협하는 녀석

가 +
가 -

얼마 전 트위터는 방어 목적으로만 사용하겠다며 특허 관리 계획을 밝혔다.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 중 새로고침할 때 별도로 마련된 단추 대신 화면을 위아래로 당기는 방식을 트위터가 특허 출원했다. 이 사실이 알려졌을 때는 이미 트위터 공식 앱뿐 아니라 여러 앱에서 쓰이는 상황이었다.

이 때 이런 걱정이 있었다. 트위터가 요구하면 앱 개발사는 당겨서 새로고침 기능을 쓸 때 얼마가 될지 모를 사용료를 물거나 아예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트위터가 특허 확보는 하겠지만, 그런 식으로 쓰진 않겠다고 밝혔으니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렇게 걱정했던 게 허무맹랑한 건 아니다.

특허가 신생 업체나 경쟁자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변질된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야후는 페이스북이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하고 8년이 지난 올 3월, 자사의 특허 10개를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페이스북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기 두 달을 앞둔 시점이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이후로 누가 특허를 침했는지를 두고 각국을 오가며 소송을 거듭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OL에서 특허 800개를 10억달러에 사기로 했다.

특허가 거래되는 모습에서 특허는 창작자가 아니라 거대 기업이 자기 자리를 보전하는 도구가 된 듯하다. 그래서 ‘특허는 비즈니스’라는 말도 등장했다. ‘특허전쟁’이라는 책은 특허를 기술 관점에서만 바라봐서는 안 되고 비즈니스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든다.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는 과정은 분명 긴 고민과 수만 번 실패가 필요할 것이다. 이 과실을 아무나 가져간다면 창작자는 보람을 느끼기 어렵다. 그대로 베끼면 뒷목 잡고 자리에 드러누울 일이다. 로런스 레식 교수는 그렇지만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독식하고 위에 예로 든 사례처럼 특허를 사용하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등장을 막는다고 봤다. 아이디어의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특히 우리가 인터넷 산업, IT라고 부르는 분야는 개방을 토대로 성장했다. 학자들끼리 자료를 주고받으려 만든 월드와이드웹(WWW)이 대중에게 공개됐고, 전화사업자는 전화선을 정해진 목적 외에 모뎀에 연결하는 것을 승인했다. AT&T의 운영체제 유닉스를 대신해 등장한 리눅스는 소스코드를 개방하고 진화를 거듭해 유닉스 시장을 잠식하였고 지금의 안드로이드, 우분투 등의 기반을 만들었다.

아이디어의 미래

우리가 지금 ‘인터넷’이라고 부르는 환경은 “네트워크 소유자들의 강력한 통제가 아니라 공개되고 자유로운 프로토콜들, 그리고 그런 프로토콜을 발판으로 작동하는, 공개되고 자유로운 소프트웨어들”인 것이다. HTTP가 어느 한 회사의 소유물이 아니고 WWW가 누구의 단독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의 발전이 가능했다는 게 로런스 레식 교수의 생각이다.

창조와 혁신이 발생하는 데는 독점과 특허 대신 개방과 공유가 자리했다. 통제가 있는 TV방송과 라디오에는 상업방송이 득실거린다. 방송은 전파를 쏠 수 있는 사업자와 가짓수가 한정돼 있다. 책과 음악, 영화, 웹서비스, 응용프로그램은 다르다. 대체로 사업자등록을 거쳐야 하지만, 정해진 사업자만 출판하고 영화를 만들지는 않는다. 그 덕분에 정부와 사회를 비판하고, 수익 모델 없이도 창작물이 나오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세상에 공개된다. 특히 웹서비스, 인터넷의 세상은 이러한 모습이 더욱 활발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인터넷에도 TV와 라디오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인터넷에 쓰이는 네트워크를 TV와 라디오처럼 특정 기업이 독점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렇게 되면 해당 사업자에게 허락받은 업체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두운 미래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반하여 시카고는 특정 서비스에 연결되지 않는 광섬유망을 구축하는 ‘다크파이버’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네트워크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아이디어의 창출을 막는 또 하나의 요인은 플랫폼이다. 애플은 기기와 운영체제, 서비스, 콘텐츠를 하나로 묶은 플랫폼을 구축했다. iOS가 탑재된 아이폰에서 아이튠즈와 아이북스를 통해 음악을 듣고 전자책을 읽는다. 그리고 경쟁자는 이 곳에 들여놓지 않는다. 마치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로 독점 시대를 누리던 때와 비슷하다.

콘텐츠에서는 저작권법이 아이디어를 막는 주범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영화음악의 저작권료를 관객 수에 따라 제작자가 부담하도록 음원 사용료 징수규정을 개정했다. 이제 영화를 만들 때 배우와 감독, 시나리오, 제작비뿐 아니라, 사후 음원 사용료도 고민하게 됐다. 지적재산권이 강화될수록 새로운 아이디어는 등장하기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미국의 앨릭스 코진스키 판사는 “지적재산을 너무 강하게 보호하면 너무 약하게 보호하는 경우와 똑같이 해롭다. 풍부한 퍼블릭도메인 없이는 창작 활동이 불가능하다.”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로런스 레식은 인터넷의 자유로운 발전이 위협받는다는 생각에 10년 전 이 책 ‘아이디어의 미래’를 냈다. 우리말로는 2011년 12월 번역됐다. 10년 전 책인데도 아이디어의 미래에서 등장하는 사례와 위기감은 지금 우리사회에 넣어도 어색하지 않다. 지금과 맞지 않는 내용은 감수를 맡은 윤종수 서울북부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주석으로 풀이했다. 작가가 죽었어도 저작권을 인정해 독점적 지위를 주는 저작권법과 네트워크를 독점하려는 통신사, 아이디어를 서비스와 제품으로 만드는 것보다 특허로 경쟁자의 등장을 막으려는 기업, 2012년 대한민국에도 있다.

  • 아이디어의 미래
  • 로런스 레식 지음, 윤종수 감수, 이원기 옮김
  • 민음사, 2011년 12월. 2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