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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와 함께 만든 ‘블소파티’

2012.05.13

처음부터 엔씨소프트가 기획한 일은 아니었다. 팬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출발점이 됐다.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팬들의 작품을 감상하던 중 이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블레이드앤소울’을 즐기는 이들의 헌정작품 13점이 강남의 한 클럽에서 개최한 ‘블레이드앤소울(블소) 소울파티’에 모였다.

“참여 신청을 한 작품은 단연 그림이 많았어요. 웹툰에서 일러스트, 회화까지 다양했죠. 하지만 팬들의 다양한 재능을 소개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다양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림을 포함해 목각작품과 피규어 등 다양한 작품을 뽑았죠.”

이승희 엔씨소프트 블레이드앤소울사업팀 팀장은 그중에서도 “‘블레이드앤소울’ 로고를 목각으로 만든 작품이 좋은 향이 났다”라며 기억을 떠올렸다.

임정은 엔씨소프트 블레이드앤소울사업팀 대리, 이승희 팀장, 이미현 과장 (왼쪽부터)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을 넘어 게임을 둘러싼 문화를 만들어 가는 건 게임 개발업체가 기획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게임과 게임을 즐기는 이들의 창의적인 생각과 참여가 필수다. 아직 공개 서비스를 시작하지도 않은 ‘블레이드앤소울’은 이미 팬들과 게임이 한데 어우러진 블소만의 문화 울타리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지난 4월21일 개최된 블소 소울파티는 일반 게이머 분야와 탤런티드 게이머 두 분야로 참가 신청을 받았다. 이 중 탤런티드 게이머 분야가 ‘블레이드앤소울’ 헌정작품을 출품할 수 있었던 분야다. 엔씨소프트는 13점의 작품을 뽑아 초청했지만, 실제 경쟁률은 대단했다. 1천명이 넘는 게이머가 작품을 보내온 덕분이다. ‘블레이드앤소울’에 대한 팬들의 열정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독특한 점이 또 있다. 이날 모인 13점의 작품 중 10점이 여성 게이머가 만든 작품이다.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대부분 남성 게이머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이 ‘블레이드앤소울’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실제로 ‘블레이드앤소울’을 즐기는 전체 게이머 5명 중 1명은 여성이다. 여성 게이머가 ‘블레이드앤소울’을 즐기는 시간이 남성 게이머보다 2% 더 길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자료다.

“우리끼리는 ‘블래이드앤소울’ 이야기를 ‘사랑과 전쟁’이라고 불러요. 처음으로 이동하는 마을에 절세미녀가 등장하는데, 그 캐릭터를 중심으로 남성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블레이드앤소울을 즐기는 분들은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하죠.”

‘블레이드앤소울’의 이야기는 드라마와 닮았다. 임정은 대리가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 ‘블레이드앤소울’을 비유한 까닭이다. 단순히 사냥을 하고, 경험치를 쌓는 온라인 게임과 달리 게이머의 집중도가 높다. 특히 여성 게이머의 반응이 뜨겁다.

“레벨을 높이기 위해 게임을 한다기보다는 고양이와 함께 옷 맞춰 입고, 이야기를 읽기 위해 게임을 즐기는 것 같습니다. 마치 영화를 보듯 게임을 즐기는 식이죠.”

이승희 팀장은 “아프리카TV 여성 BJ가 ‘블레이드앤소울’ 방송에서 ‘렙업이 중요하지 않다. 스토리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고 말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라고 덧붙였다.

이야기를 중요하게 내세우는 게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게임 속 캐릭터도 부각됐다. 절세미녀 남소유나 홍석근 사부가 블레이드앤소울 사전 서비스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캐릭터다. ‘블레이드앤소울’을 즐기는 이들이 캐릭터의 특징을 인지하고, 캐릭터들의 관계를 따라가는 식으로 게임을 드라마처럼 읽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캐릭터를 이용해 블레이드앤소울 팬들과 페이스북에서 만나는 일도 자연스럽다.

현재 페이스북엔 블레이드앤소울의 캐릭터가 계정을 갖고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게임과 관련된 이야기일 수도 있고, 개인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캐릭터의 특징이 담긴 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홍석근 사부는 게이머에게 호통을 치는 것도 마다치 않는다. 게임 속에서 얄미운 짓을 골라서 하는 남소유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일도 있다. 마치 페이스북에서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식이다.게임 속 가상의 인물이 페이스북에서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인격이 된 셈이다.

이미현 과장은 “기존 마케팅이 게임과 게이머의 딱딱한 관계를 만들었다면, 브레이드앤소울은 게임 속 요소인 캐릭터를 이용해 친근하게 대화하고, 놀이를 만들어가는 식으로 변화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 블레이드앤소울 사업팀은 페이스북에서 팬들과의 소통에 다른 의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페이스북에서 홍석근 캐릭터를 ‘사부’라고 부르는 순간 게이머는 홍석근 캐릭터의 제자가 되기도 하고, 남소유에게 ‘너 맘에 든다’라고 말을 거는 순간 짝사랑을 경험하게 된다. 게임 속에서 캐릭터가 쓰는 말투를 따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게이머들은 ‘블레이드앤소울’이라는 롤플레잉 게임을 즐기며 페이스북을 통해 현실에서도 ‘롤’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게이머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블레이드앤소울’의 패러디이며, 게임에서 이어진 2차 문화다.

‘블소 소울파티’에 출품된 팬들의 작품들. 목각, 일러스트, 밴드공연 등 블소 팬들의 다양한 재능이 모였다.

현재 홍석근 사부남소유, 진서연의 페이스북에선 팬들을 위한 또 다른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3차 비공개 시범서비스가 끝난 5월의 어느 날 만나자는 약속이다. 언제 어디에서 만나자는 공지사항을 올리진 않았다. 캐릭터의 성격을 반영한 퀴즈 형식으로 만날 날짜와 시간, 장소를 알리고 있다.

팬들이 퀴즈를 풀었을까. 엔씨소프트 블레이드앤소울 사업팀은 팬들이 퀴즈를 너무 쉽게 풀어 오히려 걱정이다. 홍석근 사부가 페이스북에 올린 알쏭달쏭한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남소유가 낸 ‘스도쿠’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페이스북 ‘블레이드앤소울’ 팬들은 이미 답을 찾았다.

이미현 과장은 게임을 영화와 비교했다. 영화가 끝나면 영화를 본 이들끼리 영화에 관해 토론하기도 하고, 음악이나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게임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게임도 음악과 시나리오, 패션, 캐릭터가 어우러진 문화 콘텐츠다.

“다른 곳에서 안 하는 것을 많이 하려고 노력합니다. 캐릭터의 성격을 살린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것도 전형적인 운영방식 외에 뭔가 다른 게 없을까 라는 고민에서 출발했어요. 딱딱한 이야기 말고 팬들과 재미있게 소통하는 방법을 찾는 거죠. 소울파티도 그렇게 기획됐죠. 이제는 캐릭터와 게임, 팬들이 어우러져 게임 밖에서도 작은 문화로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블레이드앤소울’을 즐기는 이들이 만든 예술작품들과 페이스북에서 살아 숨 쉬는 캐릭터, 게이머가 직접 답을 찾는 오프라인 파티는 게임 밖에서 게임을 이야기하기 위한 출발점인 셈이다. 게임 밖에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요소가 무궁무진 하다는 것을 ‘블레이드앤소울’을 즐기는 게이머들이 직접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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