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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셧다운제’, 게임업계 준비됐나

2012.06.20

게임 관련 법 중 ‘선택적 셧다운제’라는 법도 있다. 선택적 셧다운제는 지난 2011년 11월부터 여성가족부가 시행한 ‘강제적 셧다운제’의 형제뻘 법안이다. 선택적 셧다운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하는 법안으로 오는 7월1일부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밤 12시가 넘으면 16세 미만 청소년이 온라인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조처라면, 선택적 셧다운제는 청소년 스스로 혹은 부모 등과 같은 법정 대리인이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시간을 게임업체에 알리는 제도다. 게이머 스스로 선택한 시간에만 게임을 즐기도록 하겠다는 게 취지다.

게이머가 직접 게임을 이용하고자 하는 시간을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적 셧다운제는 강제적 셧다운제와 비교해 느슨한 규제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소한 12시가 넘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마법이 풀려버리는 신데렐라 꼴은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 마련, 차질 없나

선택적 셧다운제는 게임업체가 바로 적용한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법을 지키기 위한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예를 들어 청소년임을 알아내기 위해 게임 서비스 가입할 때 실명, 본인인증 과정을 거치는 식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 이용 패턴을 전·중·후로 나눠 각각의 시나리오에 따라 짊어져야 하는 업체의 의무사항도 표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6월1일부터 ‘스타크래프트2’나 ‘서든어택’, ‘스페셜포스’ 등 인기 게임 8종을 선별해 선택적 셧다운제 시범운영 기간을 가진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7월1일 게임업계 전반에 걸쳐 선택적 셧다운제를 시행하고, 7월22일 부터는 법적 구속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렇다면 선택적 셧다운제는 각 게임에 어떻게 적용될까. 예컨대 네오위즈게임즈는 게임 포털 피망에 ‘자녀관리 시스템’을 구축해놨다. 부모나 청소년 본인이 직접 게임을 즐기는 시간을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피망 홈페이지에서 자녀관리 시스템에 접속한 후 ‘스페셜포스’를 선택하고, 게임을 즐길 요일과 시간을 설정하는 식이다.

소니는 ‘임시휴업’, MS는 ‘허둥지둥’

문제는 남는다. ‘서든어택’과 같은 국내 게임은 게임에 가입할 때 실명인증 과정을 거친다. 게이머가 청소년인지 아닌지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전세계 공통 서비스나 외국 서비스는 어떨까. 소니의 ‘PS스토어’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X박스 라이브’가 대표적이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는 결국 PS스토어 문을 걸어잠그기로 결정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7월1일부터 시행되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PS스토어는 6월29일부터 이용할 수 없다. 서비스를 재개하는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PS스토어 서비스 정지 기간 중에는 PS스토어에서 새 콘텐츠를 구입할 수 없다. 게임을 내려받거나 온라인 패스 등 프로모션 코드를 등록하거나 전자지갑을 충전할 수도 없다. 정지 기간 이전에 구매해 내려받은 콘텐츠나 등록을 완료한 온라인 패스는 이용할 수 있으며, PS 네트워크를 통한 온라인 멀티 플레이 기능은 계속 제공된다.

이번 서비스 정지는 PS3에서 접속하는 PS스토어만 해당하며, PS비타나 PSP에서 접속하는 PS스토어는 해당되지 않는다. SCEK는 선택적 셧다운제가 요구하는 사항을 도입해 올해 안에 PS스토어 서비스를 재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소니는 일단 선택적 셧다운제에 한 발짝 물러선 셈이다. 서비스를 중지한다는 입장에서 극단적 조처로 풀이된다.

MS는 게임 콘솔 X박스360을 통해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는 X박스 라이브를 서비스하고 있다. 아직 MS는 선택적 셧다운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한국MS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는 X박스 라이브에 선택적 셧다운제가 요구하는 사항이 구현돼 있지는 않다”라며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현재 한국MS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위한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7월1일부터는 X박스 라이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한국MS 관계자는 “서비스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택적 셧다운제’ 시행에 따른 문화체육관광부 권고사항

문화체육관광부, 7월부터 감시체제 발동

생각해보자. 선택적 셧다운제를 충족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현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서비스를 계속한다는 것은 사실상 위법이 아닌가. MS는 바삐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위법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서 “선택적 셧다운제는 7월1일부터 시행되지만, 엄밀히 따져 게임업계에 법적인 제재를 가하게 되는 시점은 오는 7월22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6월 한 달 동안 시범운영을 거친 후 7월1일 본격적으로 제도를 도입하고, 7월22일 까지는 두고 보겠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7월1일부터 제도가 시행된다고 해서 바로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무슨 문제가 있는지 한동안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7월1일 이후에는 게임업계에 대한 조사 작업도 진행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셧다운제’가 오는 7월부터는 두 개로 늘어난다. 게이머와 게임업계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법이 시행되기 시작했으니 게임업계 대응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게임에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는데, 계속 서비스를 진행하는 등 게임 서비스 업체와 정부부처가 벌이는 촌극도 적잖이 목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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