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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말뚝] ①셧다운제, 신데렐라의 탄생

2012.09.07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과 청소년, 학부모라면 모를 리 없다. 현재 국내 게임 이용 환경이 지난 2011년 11월을 기점으로 얼마나 크게 바뀌었는지를. 현재 국내 게임 이용 환경엔 두 건의 게임 규제가 적용된 상황이다. 지난 2011년 11월부터 여성가족부(여성부)가 도입한 게임 셧다운제가 그 중 하나고, 2012년 7월부터 적용된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의 ‘게임시간선택제’, 이른바 ‘선택적 셧다운제’가 다른 하나다. 두 가지 모두 청소년의 게임과몰입 현상을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에서 나왔다.

두 건의 게임 규제가 탄생하기까지

셧다운제의 굴곡진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셧다운제는 지난 2005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발의해 처음 등장했다. 금지된 시간(자정~오전 6시)에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접속 자체를 차단해 게임과몰입 현상을 막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기술적 조치다. 셧다운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두 정부부처가 갈등을 빚었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의 수면권과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문화부는 국내 게임산업이 후퇴하게 되리라는 것을 이유로 도입을 막아섰다.

5년여 세월을 팽팽히 맞선 두 부처는 지난 2010년 12월 극적인 타협안을 내놨다. 셧다운제를 적용할 청소년의 나이를 만 16세 미만으로 정하자는 내용이었다. 타협안이 나오자 셧다운제 도입은 급물살을 탔다. 이로부터 5개월여가 지난 2011년 4월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셧다운제가 통과됐다. 5년여 논쟁과 5개월여 도입 추진이 또 하나의 규제를 탄생시킨 순간이었다. 이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셧다운제는 지난 2011년 11월부터 강제적 셧다운제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2011년 4월29일, 강제적 셧다운제가 통과된 지 꼭 두 달이 지난 2011년 6월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또 하나의 법안이 있었다. 바로 문화부의 게임산업 진흥법 개정안(게임법)이다. 게임법 속에 선택적 셧다운제가 담겨 있었다. 지난 2011년 전반기가 지나는 동안 게임을 규제할 수 있는 총 2건의 셧다운제가 국회의원의 동의를 얻은 셈이다. 강제적 셧다운제와 게임이용시간선택제는 여성부와 문화부가 낳은 배다른 형제다.

게임 규제, 어떻게 적용됐나

강제적 셧다운제는 국내 게임서비스업체 모두 적용했다. 예를 들어 MMORPG ‘리니지’와 ‘아이온’을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는 셧다운제 규정대로 12시 정각에 16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차단한다. 10시가 되면, 게임 속 채팅창에 10분 간격으로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잠시 후 접속이 종료된다”는 안내메시지를 내보내고, 12시가 되면 강제로 접속을 끊는 식이다.

드물지만, 외국 게임에 셧다운제가 적용된 사례도 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가 대표적이다. ‘와우’도 지난 2011년 11월10일부터 강제적 셧다운제를 지키기 시작했다.

게임시간선택제는 지난 7월1일부터 시작됐다. 꼭 1달여가 지났다. 게임시간선택제는 각 게임 서비스 업체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 국내 게임업체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국내 인터넷 환경이 본인확인과 실명제를 근거로 발전해 온 덕분이다. 넥슨은 ‘시간 지키미 서비스’를 지난 6월28일부터 넥슨이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에 적용했다. 시스템을 마련하는 시간이 달라 순차적으로 적용됐다. 넥슨은 7월 중 모든 게임에 게임시간서택제를 적용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게임시간선택제 발효 이전부터 게임 포털 ‘피망’을 통해 ‘자녀관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네오위즈 게임즈는 피망 포털 모든 게임에 자녀관리 서비스를 확대해 게임시간 선택제 의무사항을 지켰다. 피망 홈페이지에서 자녀관리 시스템에 접속한 후 ‘스페셜포스’를 선택하고, 게임을 즐길 요일과 시간을 설정하는 식으로 이용하면 된다.

엔씨소프트도 ‘내 자녀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과 부모가 게임시간선택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넷마블은 ‘자녀 사랑 서비스’를 적용해 게임시간선택제 권고사항을 따른다는 방침이다.

해외 게임 서비스 업체는 게임시간선택제에 특히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와 해외에서 게임 서비스 인프라를 별도로 구축하지 않고, 일관된 서비스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해외 게임 서비스 업체는 우리나라에서만 적용되는 셧다운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니의 ‘PS스토어’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X박스 라이브’가 대표적이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는 결국 PS스토어 문을 내렸다. 게임시간선택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지난 6월29일 문을 닫은 PS스토어는 아직 영업 시작 일정을 정하지 못했다. 서비스 중단이라는 극약처방으로 소니는 일단 게임시간선택제에 한 발짝 물러선 셈이다.

MS는 게임 콘솔 X박스360을 통해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는 X박스 라이브의 서비스 향방을 아직 결론짓지 못했다. 한국MS 관계자는 블로터닷넷과 인터뷰에서 “지금 시점에서는 X박스 라이브에 게임시간선택제가 요구하는 사항이 구현돼 있지는 않다”라며 “조건을 만족하게 하기 위해선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한국MS는 시스템에 게임시간선택제를 도입 중이다.

청소년과 게이머의 반응은 시큰둥

강제적 셧다운제가 적용된 이후 연합뉴스가 보도한 자료를 보면,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게이머의 반응이 뜨뜻미지근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대표적인 전체이용가 등급을 받은 게임 여섯 종을 대상으로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평균 동시접속자 수를 조사했다. 결과가 인상적이다.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 이전과 비교해 불과 4.5% 접속자가 줄어들었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된 11월20일 이전 한 달 동안의 평균 동시접속자는 4만3744명이었다. 11월20일 이후 한 달 동안 기록된 평균 동시접속자 수는 4만1796명이었다. 심야시간에 게임을 즐기는 전체 4만여명의 게이머 중 2천여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이머만이 게임을 포기한 꼴이다.

물론, 규제의 실효성은 앞으로 서서히 검증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을 내는 이들도 있다. ‘미래를여는청소년학회’와 ‘청소년문화공동체십대지기’가 여론조사업체 포커스컴퍼니를 통해 얻은 조사 결과를 보면, 셧다운제 시행 이후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스스로 게임을 중단하는 청소년의 비율은 조사 대상 청소년 중 9.7%로 나타났다. 셧다운제 때문에 접속이 끊겨 게임을 이용할 수 없다고 답한 청소년은 7.3%였다. 총 17% 정도의 청소년이 셧다운제 때문에 게임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학부모와 일선 교사가 셧다운제의 효과에 기대를 거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학부모의 76%, 교사 67.5%, 청소년의 61.8%가 게임과몰입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이용 환경에 대한 합의 이끌어내야

게임은 현재 국내에서 청소년의 비행과 폭력을 이끌어내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다. 학교폭력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경찰과 정부는 게임을 문제 삼았다. 게임의 폭력성이 청소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이유였다. 게임의 폭력적인 콘텐츠가 청소년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학적 연구결과도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과 게임과몰입 문제 때문에 각종 사회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이 부딪히기도 했다.

게임을 대하는 현 정부의 태도가 범시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않고, 당장 눈앞에 거슬리는 게임만 못살게 군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다음 정부의 과제는 명확하다. 청소년과 학부모, 교육계와 정부부처가 얽힌 게임 이용 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모든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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