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e말뚝] ②”게임 나빠” 막무가내 규제는 ‘셧다운’

2012.09.09

강제적 셧다운제는 자정 이후 16세 미만 청소년이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막는 규제다. 게임 때문에 밤을 지새우느라 청소년이 공부할 시간을 뺏기고, 건강도 나빠진다는 점을 내세워 도입됐다. 게임시간선택제는 부모와 청소년 게이머가 직접 게임을 즐길 시간을 고르도록 한 제도다. 예를 들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후 6시에서 8시까지만 게임을 하겠다고 게임 서비스 제공업체에 알리는 식이다.

두 가지 게임 규제법의 겉모습은 다르지만, 목적은 하나다.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청소년을 구해내자는 것. 하지만 의문은 쌓일 수밖에 없다. 강제로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청소년 스스로 문화를 즐길 권리를 뺏는 것은 아닐까. 과연 이 같은 기술적 규제가 진짜 게임과몰입 현상을 해결해줄 수 있을까. 강제적인 방법 외에 대안은 없는지 집어보자.

즐길 권리 vs. 건강해야 할 권리

셧다운제는 청소년이 게임을 이용할 권리를 정부가 나서서 통제하겠다는 법인이다. 청소년 스스로 게임 이용 시간을 조절하거나 선택하는 데 제약을 받는다는 점에서 청소년 인권침해 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 2011년 4월, 셧다운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셧다운제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은 청소년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법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소연 대안문화센터 팀장은 “청소년들이 게임을 할 권리도 기본권에 해당한다”라며 “셧다운제는 헌법에 명시된 청소년 문화권을 침해하는 법안으로, 기본적인 행복추구권조차 제대로 보장하고 있지 않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셧다운제 도입에 반대하는 이들은 조직적으로 셧다운제가 위헌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셧다운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셧다운제반대 공동행동네트워크가 꾸려졌다. 청소년 인권행동 단체 ‘아수나로’와 진보신당 청소년 위원회, 개인 청소년들이 모여 2011년 9월 말 헌법재판소에 셧다운제 위헌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셧다운제 도입을 찬성하는 이들의 시각은 다르다.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하느라 청소년의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온라인게임의 특성상 청소년 스스로의 의지로는 쉽게 게임을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민선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국장은 지난 2011년 5월 블로터닷넷과 가진 인터뷰에서 ”셧다운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뀔 필요가 있다”라며 “셧다운제는 청소년을 통제하는 법률이 아니라 게임회사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법률”이라고 설명했다.

학원이나 노래방, 찜질방, PC 등은 청소년 영업시간에 제약이 있다. 밤 10시 이후 청소년 출입이 통제된다. 셧다운제도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청소년이 10시 이후 노래방에 출입할 수 없는 것처럼 게임 서비스 업체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셧다운제 도입을 찬성하는 이들은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인이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규제의 실효성도 갑론을박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권리를 침해하는 법안인지 살피는 일도 논란거리지만, 셧다운제가 과연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문제를 막을 수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한쪽에서는 셧다운제가 게임 과몰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정과 보완을 통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셧다운제의 기술적 성격을 살펴봐야 한다. 셧다운제는 게임을 즐기는 이가 청소년일 때 밤 12시 이후 접속을 끊는 조처다. 청소년임을 식별하는 방법은 물론, 주민등록번호다. 청소년이 만약 부모나 다른 성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게임을 즐기면 어떻게 될까. 셧다운제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게임시간선택제도 실효성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게임 서비스업체가 게임시간선택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의무사항이지만, 게이머가 게임시간선택제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게임시간선택제를 이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뜻이다.

게임시간선택제에 관한 낮은 지표가 이를 반증한다. 지난 7월부터 게임시간선택제가 도입된 이후 게임시간선택제를 이용하는 전체 게이머 계정이 8434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가 한국게임산업협회, 게임업계와 함께 7월 한 달 동안 13개 국내 주요 온라인게임 제공업체를 조사해 8월29일 발표한 수치다.

8434개 계정 중 만 12세 미만 계정은 전체 13.6%인 1148개였다. 만 12세에서 14세 계정은 28.2%인 2379개였고, 만 15세에서 18세 계정은 4907개로 전체 계정 중 58.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문화부는 초등학생을 비롯한 저연령층 게이머가 게임시간 선택제를 이용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에 대해 제도적인 도움 없이도 자녀의 게임 이용 시간을 부모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반면, 만 15세에서 18세 계정의 참여도가 높은 것은 부모가 게임을 둘러싸고 자녀와 자주 다투거나 학습 부담 등을 고려해 제도적인 제한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규제 시행 한 달 만에 8500여개 계정이 참여하고 있다는 문화부의 발표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매우 저조한 수준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여러 게임업체에 계정을 갖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계정 수와 비교해 게이머 수가 더 적다는 얘기다. 국내 청소년 수도 생각해 봐야 한다. 국내 청소년은 총 700만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게임 서비스 업체에 가입하지 않은 청소년을 빼도 8434개의 계정은 부족한 숫자다.

진짜 문제 해결하고, 효과적인 규제방법 찾아야

강제적 셧다운제나 게임시간선택제를 통해 게임을 보는 정부의 시각을 파악할 수 있다. 정부는 게임을 나쁜 콘텐츠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도입될 당시부터 꾸준히 논의된 정부의 잘못된 인식이다.

이동연 문화연대 정책센터 소장은 두 가지 게임 규제법에 대해 “기본적인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법안이며, 개인이 갖고 있는 문화적인 즐길 권리를 국가가 과도하게 통제하는 법안”이라고 규정했다. 게임 규제법 앞에서 청소년의 권리는 자취를 감춘다는 설명이다. 이동연 소장은 “이미 등급화돼있는 콘텐츠의 시간을 다시 규제하는 일은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동연 소장은 게임과몰입 문제를 게임 밖에서 찾았다. 게임에 과도하게 빠지는 현상은 게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야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는가.

이동연 팀장은 “교육과 상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접근” 세 가지를 게임과몰입을 해결할 열쇠로 보고 있다. 게임과몰입 문제는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제가 복합돼있기 때문이다.

이동연 소장은 “게임과몰입 증상을 보이는 청소년이나 결손가정 아이들이 게임 외에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는 다른 것을 찾을 수 있도록 교육하고 보살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게임 밖에서 청소년에게 일어나는 일을 해결해야 게임으로 빠져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규제 적용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이들도 있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적용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도입된 두 가지 규제 모두 실제 청소년의 게임과몰입 현상을 효율적으로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승흠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법학부 교수는 “강제적인 규제에 찬성하지는 않지만, 게임과몰입 현상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게임 서비스업체가 다양한 방식으로 규제를 적용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승흠 교수는 특히 게임시간선택제의 효과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게임시간선택제는 게임 서비스업체에만 강제된 규제다. 게이머는 게임시간선택제를 선택하지 않으면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반쪽짜리 규제인 셈이다. 황승흠 교수의 대안은 게임시간선택제를 강제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런 식이다. 각 게임 서비스 업체가 게임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게이머를 선별한 다음 게임 이용 시간을 기준으로 상위 10% 게이머를 추린다. 상위 10%에 포함된 게이머는 게임시간선택제를 반드시 이용해야만 게임을 계속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황승흠 교수는 “게임시간선택제를 이용하겠다고 선택한 게이머는 전월과 비교해 게임 이용 시간을 줄여야 계속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며 “매달 새로운 게이머가 게임시간선택제 적용 대상이 되고, 결국 게임시간선택제를 이용하는 게이머 수가 늘어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sideway@bloter.net

기술을 이야기하지만, 사람을 생각합니다. [트위터] @Sideway_s, [페이스북] facebook.com/sideways86, [구글+] gplus.to/sideway [e메일] sidewa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