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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때문에”…7인치 태블릿 ‘들썩’

2012.10.25

그간 애플 제품을 뺀 태블릿은 대체로 7인치 제품에 몰렸다. 삼성전자가 갤럭시탭7로 이 시장을 열었다. 아마존과 구글도 7인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여기에 9.7인치가 태블릿으로서 가장 이상적인 크기라는 입장을 보여 왔던 애플도 7.9인치 아이패드로 좀 더 작은 태블릿 시장에 뛰어들었다. 7~8인치 태블릿 시장은 왜 붐비게 되었고, 10인치대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해답은 콘텐츠, 그 중에서도 전자책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7인치 시장의 강자들을 살펴보자. 대표적인 7인치 태블릿은 구글의 넥서스7, 아마존의 킨들파이어 HD, 반스앤노블의 누크HD를 들 수 있다. 세 제품 모두 기본 모델은 199달러부터 살 수 있다. 399달러부터 시작하던 아이패드와는 전혀 다른 시장이다. 어떻게 199달러, 249달러에 태블릿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일까? 애플의 가격이 높은 편이기도 하지만 우선은 목표로 하는 수익 모델이 달라서다.

7인치 199달러 태블릿은 아마존이 가장 먼저 성공 가능성을 열었다. 하드웨어를 팔아 남기는 수익에 대해서는 아예 고려하지 않았다. 아마존은 킨들파이어를 통해 얻는 수익이 ‘0’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히려 일정 수량 이상 팔리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도 있는 모델이다. 진짜 수익은 콘텐츠 판매에 있다.

킨들파이어HD는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하지만 직접 모든 구성을 손 대서 별도의 루팅을 거치지 않으면 여느 안드로이드 디바이스처럼 쓰기 어렵다. 직접 갖고 있는 콘텐츠와 아마존이 제공하는 마켓에만 접근할 수 있다. 킨들파이어는 아마존의 책, 음악, 동영상, 앱 등의 콘텐츠를 직접 팔기 위한 플랫폼이기 때문에 하드웨어 자체로는 수익이 나지 않아도 되고 이후 콘텐츠 판매가 고스란히 수익으로 남는 모델이다. 킨들에 광고를 보여주고 이를 없애려면 15달러를 추가로 내야 하는 모델도 플랫폼이기에 가능한 수익모델이다. 누크HD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닌텐도, 소니를 비롯한 콘솔 게임기 업체들의 사업 모델과 비슷하다. 플랫폼인 게임기는 손해를 보고 팔지만 이후 게임을 구입하면서 손해를 수익으로 돌린다. 일단 플랫폼이 많이 깔릴수록 수익률도 좋아진다.

구글이 넥서스7을 내놓은 것도 똑같은 이유다. 구글 플레이를 통해 기본 안드로이드 앱 외에 책, 동영상, 음악 등등의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을 고려했기에 199달러에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넥서스7의 안드로이드는 킨들파이어HD보다 이용자들이 입맛에 맞춰 자유롭게 쓰도록 했지만 구글은 메모리 용량으로 콘텐츠 소비를 유도한다.

199달러의 8GB 기기는 운영체제를 빼면 5GB를 조금 넘는 공간만 남는다.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미드 한 시즌은 커녕 영화 2편 정도면 가득 차는 용량이다. 7인치 태블릿의 주요 콘텐츠 소비처가 동영상이라면 다른 곳에서 내려받지 말고 구글플레이의 대여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라는 암묵적인 가이드가 있는 셈이다. 구글은 저장 공간을 더 넉넉하게 쓰려면 249달러를 내고 16GB 제품을 사도록 했다. 구글로서는 콘텐츠 판매 뿐 아니라 다소 기가 꺾인 안드로이드 태블릿 시장의 새 틀을 짤 수도 있으니 손해볼 것이 없다.

삼성전자도 똑같은 안드로이드 기기를 만들지만 구글플레이 콘텐츠 판매 수익은 고스란히 구글로 가기 때문에 이 가격을 맞춰서는 타산이 맞추기 쉽지 않다는 점이 다르다. 삼성이 세워야 하는 전략은 넥서스7 등으로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맛보고 조금 더 강력한 성능의 하드웨어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하드웨어 제조사들은 콘텐츠 유통 수익과 하드웨어 수익을 모두 잡기 쉽지 않다.

이와 달리 애플은 플랫폼과 콘텐츠 유통, 하드웨어 개발을 모두 가졌다. 하드웨어 성능에 욕심을 부려도, 콘텐츠 소비를 이끌어도 모두 수익이 될 수 있다. 이미 9.7인치 아이패드로 만들어 놓은 생태계를 고스란히 갖춰 놓았으니 8인치가 됐든, 5인치가 됐든 만들어내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 시장에 수요가 있고 수익이 나오면 된다.

하지만 아이패드 미니 역시 7인치대 시장에서 가장 눈여겨 보는 부분은 전자책이다. 구글도 있겠지만 아마존이 더 직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아이패드 안에는 아이북스가 최우선이지만 아마존과 구글의 책을 사서 읽을 수 있는 앱도 함께 꾸려졌다는 것도 강점 중 하나다.

아이패드 미니 발표 현장에서도 다른 하드웨어는 모두 필 실러가 소개했지만 새 아이북스3에 대해서는 팀 쿡이 직접 소개했다. 책을 읽기 편하게 기능을 더했고 인터랙티브 요소도 보강했다. 미국, 유럽 시장에 집중되던 콘텐츠를 아시아 지역으로 넓히기 위한 의도일까. 애플은 한글, 일본어, 중국어에 대한 별도 글꼴과 콘텐츠 배치 방법들도 고려했다. 교육 시장도 애플이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분야다. 팀 쿡은 미국 2500개 교실에서 아이패드가 교과서를 대체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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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