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출고가와 보조금 사이, 휴대폰 경제학

2012.11.14

통신사들의 3분기 실적이 신통치 않다. 수익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비난받는 게 통신사지만, 실적이 신통찮을 땐 유독 이유를 따지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KT 이석채 회장은 “스마트폰 출고가가 지나치게 높아 보조금을 많이 지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역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 중 절반 가량이 단말기 보조금 명목으로 나가는 돈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분명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쓰면서 통신비으로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중이다. 통신사들도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수익은 줄었다. 요금을 내렸으면 좋겠지만 통신사들은 여력이 없다고 말한다. 통신 요금이 비싼 이유에 단말기 가격이 영향을 끼치는 것도 사실이다. 통신사들은 연일 광고와 마케팅 비용에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 있다. 어딘가 어색한 것이 지금의 통신시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출고가로 먼저 입을 연 통신사들은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전히 비싸다는 지적에 대한 화살을 출고가로 돌린다는 인상이 강하다. 과연 출고가와 보조금, 어떻게 봐야 할까.

출고가? 장려금? 마케팅 비용?

출고가는 통신사가 단말기 제조사에서 구입해 오는 가격을 말한다. 실제 이 가격을 다 지불하는 것은 아니고 제조사가 보조금이나 리베이트 형태의 이른바 ‘장려금’을 지원한다. 통신사 보조금만큼 파격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간혹 끝물에 ‘버스폰’, ‘공짜폰’이 등장할 때는 제조사가 이 보조금을 더 지불하기도 한다.

통신사 보조금은 흔히 통신사들이 ‘마케팅 비용’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100만원에 달하는 단말기를 구입하고도 실제로 내는 돈이 30만원 이내인 것은 이 보조금 때문이다.

결국 이용자들이 내게 되는 건 할부원금이다. 제조사 장려금과 통신사 마케팅비를 더하고 약정 요금에 따라 할인이 더해져 최종 가격이 정해진다. 이를 정해진 기간 동안 나누어 내는 것이 우리가 최종적으로 “이 스마트폰 얼마에요?”라고 물었을 때 알려주는 가격이다.

이 세 가지 비용이 복잡하게 얽혀 현재 우리나라 통신시장의 가격을 결정한다. 통신사도, 제조사도 할 말은 있다. 출고가와 보조금에 대한 각 사업자들과 소비자의 입장, 속내를 들여다 보자.

제조사 ‘단말기 가격 올리지 않았다’

“단말기 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성능 향상폭을 생각하면 만만치 않은 원가 상승이 있다. 피처폰도 싼 것은 아니었지만 쿼드코어,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분명 이전 휴대폰을 만드는 것과는 근본이 다르다. 피처폰도 최상위 제품은 지금 스마트폰 가격에 육박한다.”

스마트폰 가격, 결코 싸지 않다. 인텔 코어 i5가 들어간 노트북을 70만원이면 손에 쥘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스마트폰 가격은 상당히 비싼 편이다. 하지만 이전 피처폰과 비교해보면 그리 많이 오른 편은 아니라는 것이 제조사들의 생각이다.

삼성전자가 2009년에 내놓은 아몰레드폰은 햅틱 시리즈의 최종판이었지만 스마트폰은 아니었다. 출고가는 89만9천원이었다. 연아의 햅틱은 출고가 64만원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스마트폰이었던 옴니아2는 96만8천원이었다. 그에 비하면 99만4천원에 나온 갤럭시S3은 오른 편이 아니다. 이는 삼성 뿐 아니라 LG나 팬택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제조사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도입하면서 판매 이후에도 운영체제 업그레이드에 큰 비용이 들어간다고 주장한다. 단순 부품값을 떠나 피처폰에 비해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부가가치를 생각하면 출고가 자체가 올랐다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내 기업이 판매하는 스마트폰의 국내 출고가가 북미 가격에 비해 비싼 것은 사실이다.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북미에 비해 30%가량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간 경쟁이 심한 영국에 비해서도 비싸다. 단번에 대량 판매가 이뤄지는 미국시장과 한국시장을 같은 기준으로 매길 수는 없겠지만 제조사에 입을 삐죽일 수밖에 없는 것이 이런 가격 차별이다.

통신사 ‘단말기 가격 올라 착시 효과, 통신료는 오르지 않아’

“휴대폰 요금 고지서에 함께 묶여 나간다고 해서 단말기 할부금을 통신비로 묶는 것은 옳지 않다. 통신요금이 올라간 적은 한 번도 없다. 2~3만원 하던 휴대폰 요금이 5~6만원으로 올라간 것은 데이터 이용료 명목이다.”

이통사가 제조사에게 스마트폰을 구입하며 지불하는 단말기 출고가는 피처폰 시절에 비해 오른 것이 사실이다. 원래부터 스마트폰은 가격이 높은 편이었는데 피처폰 시장이 약해지면서 100만원에 달하는 스마트폰이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이용자는 이전에 비해 더 많은 요금을 내기 때문에 통신사들로서는 더 많은 보조금을 부어서라도 가입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점점 높아지는 출고가 때문에 보조금을 더 부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통신사들의 입장이다.

자연히 마케팅 명목의 보조금이 늘어나는 것은 매출 구조와 시장 과다 경쟁 등 다양한 부분에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통신사로서도 골칫거리다. 국내 통신시장은 옛날처럼 신규 가입자가 생겨나는 구조가 아니다. 번호이동을 통한 상대 통신사 가입자 빼오기가 곧바로 매출로 연결된다. 가만히 앉아서 고객을 빼앗길 수는 없으니 어느 한쪽이 균형을 조금이라도 무너뜨리면 순식간에 가격은 무너진다. 17만원에 판매된 갤럭시S3에 웃은 건 일부 ‘폰테크족’ 뿐이다. SK텔레콤의 평균 가입 유지 기간은 26.9개월이다. 대분의 가입자들은 한번 구입하면 2년 이상은 그대로 쓴다는 얘기다. 제조사도, 통신사도 잃은 것이 더 많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저가폰을 팔지 않는다는 것도 지적된다. 닭이냐 달걀이냐지만 시장이 찾지 않는다. 여러 보조금이 더해지면 저가폰과 고성능 스마트폰의 실질적인 월 부담 금액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이왕이면 선호하는 브랜드의 고가 제품을 사자는 성향이 강한 국내 소비자들을 유혹하려면 찾는 제품에 마케팅 비용이 집중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소비자는 찾고, 통신사는 원하는 제품을 싸게 팔아야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다. 저가의 외산폰이나 LG, 팬택에 비해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는 것은 이런 분위기도 한몫한다. 플래그십 제품이 점점 제품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 ‘싸면 좋은 것 아닌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통신사들의 단말기 보조금 전쟁은 마냥 즐거운 일이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갤럭시S3를 17만원에 살 수 있지 않았는가. 여기에 요금 약정 할인을 더하면 실제 청구액은 마이너스가 됐다. 비싼 LTE 통신을 싸게 쓸 수 있는 것을 마다할 소비자는 없다. 인터넷에서 갤럭시를 검색하면 온통 17만원 이야기 뿐이다. 언제 다시 가격이 떨어질 지에 대해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오히려 이를 가로막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야속하다. 자유롭게 경쟁하는 시장에 싸게 파는 것을 나라에서 나서서 막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일부 폰테크족이 자주 스마트폰을 바꾸는 것을 나무라는 것은 알겠지만 한 번에 좋은 제품을 사서 오래 쓰고 싶은 이용자로서는 통신사 보조금이 넉넉하게 지원되는 것을 바랄 수밖에 없다. 갤럭시S3을 17만원에 판매한 이유로 3개 통신사들은 영업 정지를 걱정해야 한다.

소비자로서 안타까운 일이라면 지금 쓰는 통신사를 바꿀 생각은 없는데 번호이동을 하지 않으면 제 값을 다 주어야 스마트폰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 고객에 대한 혜택이 있기는 하지만, 기기변경으로 단말기 값을 온전히 치르긴 억울하다. 통신사들은 타사 가입자를 빼오기 전에 있는 고객을 잡을 생각은 없는 것인가?

출고가는 마케팅 수단?

결국 스마트폰 요금이 비싸다고 느끼는 것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아무도 내리지 못하고 흐지부지 넘어가고 있다. 단말기 값과 보조금이 꾸준히 오르는 데에는 비싼 값에 팔고 싶은 제조사와 보조금으로 생색 내려는 통신사, 좋은 제품을 더 싸게 사고 싶은 소비자의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이것이 결국 특정 제품의 쏠림과 과다한 보조금, 수익 저하, 과열 경쟁 등 시장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다만 소비자가 통신사에게 공급되는 단말기 원가를 알 필요는 없다. 출고가를 마케팅의 수단으로, 그리고 요금 인하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쓰인다면 문제가 된다. 제조사와 통신사는 새 스마트폰을 출시할 때 출고가 대신 소비자가 직접 물어야 하는 할부 원금을 제시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이미 미국이나 유럽이 요금제에 따라 최종 할부금을 제시한다. ‘2년 약정에 99달러’같은 식이다.

실제 출고가를 다 주고 사는 것도 아닌데 아이폰이 얼마고 갤럭시가 얼마인지 알고 요금제에 따라 복잡하게 공식에 넣어가며 따질 필요가 없다. 통신사들로서는 100만원짜리 스마트폰을 20만원까지 깎아주겠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실질적으로 제조사와 공급가를 조율해 같은 값에 팔더라도 더 싸게 공급받는 것이 각 통신사의 차별점으로 비춰지는 쪽이 낫지 않겠는가.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