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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7 vs. 아이패드 미니, 당신의 선택은

2012.11.16

태블릿 시장이 한동안 9.7인치 아이패드와 7인치 안드로이드로 나뉘는가 싶더니 애플은 7.9인치, 구글은 10인치 태블릿을 내놓으며 또 한차례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태블릿 시장의 중심으로 올라선 7인치대 태블릿 ‘넥서스7’과 ‘아이패드 미니’를 두고 고민의 목소리가 크다. 7인치대 태블릿, 선택의 초점을 어디에 둘까.

넥서스7의 가장 큰 무기는 가격

아이패드 미니와 넥서스7의 가격 차이는 무려 130달러에 이른다. 시장이 넥서스7에 환호한 것도, 아이패드 미니가 나왔을 때 가장 논란이 된 것도 바로 이 가격이다.

16GB 제품을 기준으로 보면 국내에서는 아직 넥서스7의 가격인하가 반영되지 않아 12만원 정도의 차이가 나지만, 이후 더 큰 폭으로 벌어질 수 있다. 비슷한 7인치인데 10만원 넘는 돈을 더 주고 비슷한 크기의 애플 제품을 사는 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와 반대로 넥서스7을 두고 ‘싼 게 비지떡이 아니겠는가’라는 비아냥도 있다. 성능이나 앱 등 안드로이드가 태블릿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이유들만을 머릿속에 새겨두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같은 값이라면 아이패드쪽에 쏠리겠지만, 과연 12만원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소비자로서 중요한 문제다.

저렴한 태블릿을 고른다면 볼 것도 없이 넥서스7을 고르면 된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믿고 싸게 살 수 있는 제품이다. 갤럭시 시리즈로 안드로이드 환경이 손에 익어 있다면 더 널찍한 화면으로 잘 활용할 수도 있고 기존 PMP가 하던 역할도 대신한다. 인터넷 테더링을 더하면 강력한 7인치 실시간 내비게이션으로 쓸 수도 있다. 그만큼 넥서스7의 가격은 매력적이다.

사양만큼 성능 차이날까

성능은 두 제품 모두 불만 없이 쓸 수 있다. 어떤 게 더 빠른지는 제품을 고르는 데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숫자로 보면 넥서스7이 1.3GHz 쿼드코어 프로세서로, 1GHz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쓰는 아이패드 미니보다 훨씬 낫다. 하지만 조립 PC 고르는 것처럼 넥서스7이 아이패드 미니보다 2배 이상 빠르진 않다.

물론 숫자만 비교하면 아이패드 미니의 A5프로세서는 형편없다. 이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많지만, 이 해상도에서 앱들을 처리하기에 A5는 아직 느리지 않다. 어지간한 게임도 다 잘 된다.

안드로이드 역시 젤리빈 이후 iOS 못지 않게 부드럽게 움직인다. 넥서스7이 처음 발표됐을 때 테그라 프로세서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넥서스7은 빠릿빠릿하다. 더 빨라지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선 iOS와 안드로이드에 하드웨어에 대한 차이는 선택의 주요한 기준이 아니다. 제품 자체에 대해 신경 써야 할 것은 하드웨어보다 안드로이드와 iOS 운영체제의 선택이다.

아이패드는 디자인 값?

아이패드 미니를 만든 산화피막 알루미늄 유니바디 케이스의 완성도나 마감은 훌륭하다. 돈을 더 주고도 갖고 싶다는 생각을 만드는 첫 이유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애플 제품과 마찬가지로 예쁘지만 너무 매끈해서 뭔가 케이스를 띄워야 마음이 편한 것은 안타까운 모순점이다. 넥서스7은 우레탄 느낌의 플라스틱을 썼다. 그렇다고 싼 티가 나는 것은 아니다. 아이패드 미니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199달러에 이런 완성도라면 훌륭하다고 했었으니 말이다.

제품을 애지중지 쓰고 어디 하나 흠집날 것 같다면 케이스를 마련해야 하는 것은 양쪽 다 비슷한 고민이다. 뒷판이 문제가 아니라 테두리 때문이다. 아이패드 미니도 뒷판은 생각처럼 약하지 않다. 다만 레이저 커팅을 한 앞판 테두리는 잘못 간수하면 찍히기 쉽다. 넥서스7도 마찬가지인데, 은색 테두리는 플라스틱 위에 색을 입힌 것이라 쓸 수록 표면이 벗겨진다. 싸고 예쁘게 만드는 것도 좋지만 케이스 없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태블릿, 어디에 쓸까

쓸만한 태블릿용 앱은 아이패드가 훨씬 많다. 전용 앱만 27만5천개다. 아이패드에서 아이폰용 앱을 쓰는 일은 많지 않으니 전체 숫자는 신경쓸 필요 없다. 주요 앱들은 모두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같이 나오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안드로이드는 앱 장터에 스마트폰과 태블릿용 앱을 구분하고 있지 않는데, 아직까지는 대부분이 스마트폰용 앱이어서 메뉴 크기나 화면 배치가 어색한 경우가 많다. 에버노트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 태블릿에 맞춰 나오는 앱들이 출시되고 있기는 하지만 숫자 면에선 아직 한참 모자란다.

구글도 이를 보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넥서스7의 판매량이 적지 않고 넥서스10으로 태블릿 시장 굳히기에 들어가는 만큼 앱 확충에 신경쓰고 있다. 구글은 연말께 태블릿에서 돌리면 좋은 앱들의 목록을 공개할 계획이다. 기준이 되는 단말기가 2개 잡혀 있고 이용자도 늘어났으니 스마트폰처럼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앱이 없어서 쓰는 사람이 없고 사람이 없으니 앱을 안 만들던 악순환이 끊어지는 출발점이 넥서스7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언제 구체화될 지 모른다. 현재로선 앱 측면에서는 아이패드가 우세하다.

하지만 동영상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이 우선이라면 적어도 국내에서는 넥서스7이 훨씬 우세하다. 코덱 제한이 없고 파일 담기도 수월하다. 다이스플레이어(diceplayer) 같은 앱을 깔면 못 돌리는 동영상이 없을 정도다. 아이패드에도 별도 플레이어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인코딩을 따로 거치는 것이 낫다. 넥서스7과 함께 국내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한 구글의 영화 서비스는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7인치대 태블릿에는 전자책이 강조되는데, 구글과 애플의 자체 서점인 ‘플레이북스’와 ‘아이북스’를 비교하면 구글의 압승이다. 아이북스는 우리나라 책이 많지 않고 그나마도 미국 마켓에서만 살 수 있다. 하지만 구글과 아마존의 전자책 앱은 안드로이드와 iOS 양쪽에 모두 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콘텐츠는 같다.

화면, 크기냐 해상도냐

화면은 두 제품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다. 이 부분은 단순히 사양을 보고 판단할 게 아니라 직접 제품을 봐야 한다. 넥서스7은 7인치, 1280×800 해상도다. 아이패드는 7.9인치 1024×768이다. 각각 102만4천개, 78만6432개의 픽셀을 품고 있다. 1인치 길이의 선을 그리는 데 넥서스7은 216개, 아이패드 미니는 163개의 점을 찍는다. 넥서스7의 디스플레이가 화면도 작으니 더 세밀한 표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넥서스7의 디스플레이는 채도가 낮아 물빠진 느낌이 있다.

일단 화면 크기는 꽤 많이 차이난다. 7인치와 7.9인치는 1인치도 차이 나지 않지만 실제 면적은 35%가 차이난다. 아이패드 미니가 넥서스7보다 3분의 1이 더 크다는 얘기다. 아이패드 미니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달았다면 고민할 일이 아니었겠지만, 넥서스7보다 화면은 더 크고 픽셀은 더 작으니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운영체제의 차이만큼 화면 처리 방식에 차이가 있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자책을 본다면 각 태블릿들의 화면은 크게 다르지 않다. 흰 바탕에 검은 글자가 뜨고 글꼴 크기를 바꾸면 그에 맞게 화면이 배치된다. 양쪽 모두 거슬리는 것은 없지만 넥서스7이 글자는 좀 더 매끄럽다. 넥서스7은 동영상을 볼 때도 픽셀이 덜 도드라져 보인다. 특히 16대10 비율 화면은 HDTV 콘텐츠나 영화를 볼 때 화면이 거의 가득 찬다. 앞서 짚은 것처럼 코덱과 자막 등 동영상 재생 환경도 넥서스7쪽이 더 좋다.

그런데 웹페이지를 볼 때는 반대다. 모바일 페이지와 풀브라우징의 차이 때문이다. 해상도는 넥서스7이 더 높지만 실제 웹 페이지를 볼 때는 넥서스7보다 아이패드 미니가 더 많은 정보를 보여준다. 아이패드 미니는 화면 크기를 적극 활용하기 때문이다. 4대3 비율은 세로로 볼 때도 화면 폭에 여유가 있다.

실제로는 가로로 눕혀서 보는 경우가 많은데, 넥서스7은 크롬의 툴바가 차지하는 부분이 많아 실제 보여지는 부분은 얼마 안 된다. 넥서스7의 안드로이드가 4.2로 업데이트되면서 도입된 나눔글꼴 덕에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웹을 볼 때는 아이패드 미니쪽이 편하다. 풀브라우징은 해상도보다 화면 크기가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로도 이어진다. 이는 캘린더나 e메일 등 앱 환경에서도 비슷하다. 세로 위주의 스마트폰과 가로·세로를 함께 쓰는 태블릿은 분명 화면 비율에 대한 고민이 다르다.

‘하드웨어 vs. 콘텐츠’, 기업 뿌리 따라 다른 결과물

가격과 성능, 디자인, 활용성을 두루 따져도 둘 중 어떤 제품이 더 낫다고 선뜻 단정할 수 없다. 이전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아이패드였다면 고민할 것도 없었겠지만 이 제품들은 다르다. 아마 4세대 아이패드와 넥서스10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굳이 판정하자면 넥서스7은 동영상 재생과 가격에, 아이패드 미니는 앱과 웹브라우징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아이패드 미니는 분명 비싸다. 9.7인치에 비해 싸지만 넥서스7의 가격 경쟁력을 무너뜨리기엔 그 차이가 크다. 게다가 구글은 아이패드 미니 출시 직후 넥서스7 16GB를 249달러에서 199달러로 내렸다. 넥서스7의 가격은 문자 그대로 무자비하다. 그렇다고 애플이 199달러짜리 태블릿을 내놓길 바라는 건 아니다. 구글과 애플의 경쟁력은 각기 다른 데에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장은 같은 엔진과 플랫폼을 채용해도 디자인, 승차감, 브랜드로 다른 가치를 만들어낸다. 애플과 구글도 이와 비슷하다. 멀찌감치 가격 차이를 두고 다른 가치를 만들어가는 이들의 행보는 재미있다. 태블릿으로 돈을 만드는 방향성이 전혀 다른 데에 있기 때문이다. 둘 중 어떤 것을 더 좋다고 선뜻 내밀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