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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 아이언’의 진면목, 올인원 금속 안테나

2013.05.01

팬택이 최근 내놓은 ‘베가 아이언’은 이름처럼 금속 테두리가 주인공인 스마트폰이다. 팬택은 이례적으로 제품 발표회에서도 뜯어놓은 금속 테두리를 꺼내놓고 개발 단계에서의 충격 테스트 등을 기자들에게 보여줄만큼 자신을 내비쳤다.

그런데 우리는 금속 테두리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아이폰4’의 이른바 ‘데스그립’이다. ‘아이폰4S’에서는 해결됐지만 초기 아이폰4는 금속 안테나가 수신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결국 애플이 범퍼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지만, 금속 케이스를 씌우는 게 보기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은 소비자 뇌리에 단단히 박혔다.

사람의 몸은 전기가 흐르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안테나에 닿으면 안테나의 특성이 완전히 달라진다. 라디오가 지직거릴 때 손으로 쥐면 더 잘 나오는 것이 이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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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하나로 안테나 역할이 가능해?

그런데 팬택이 들고 나온 금속 안테나는 더 신기하다. 아이폰4와 마찬가지로 스테인리스 스틸을 소재로 썼는데, 옆면이 끊어짐 없이 하나의 소재로 연결돼 있다. 아이폰의 안테나와 분명 다른 기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제품 뒷면을 열어보니 여느 스마트폰들처럼 아래와 위쪽에 안테나가 그대로 새겨져 있다. 안테나를 레이저로 입힌 방식이다. 말하자면 한 제품에 안테나가 2개 있는 셈이다. 게다가 금속 테두리는 LTE, 3G, MIMO, 무선랜, GPS, 블루투스까지 모두 수신할 수 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 사양이다.

먼저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안테나 개발업체의 연구원을 만나 제품을 살펴봤다. 이 연구원은 제품을 보자 다소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금속이 안테나 역할을 직접 하지 않더라도 테두리를 금속으로 두는 것만으로도 설계하기 어려운 기술입니다. 금속으로 둘러싸여 있으면 전파에 간섭을 일으키고 내부에 있는 안테나와 공진 주파수를 잡기 어려워집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손이 많이 가고 신경 많이 쓴 기술로 보입니다.”

보통 스마트폰을 비롯해 휴대폰들도 모두 몸통 전체가 안테나 역할을 한다. 특히 요즘 스마트폰처럼 안테나가 내부에 들어가 있는 ‘인테나’ 타입을 PIFA 방식이라고 부른다. 이는 ‘Planar Inverted F Antenna’를 줄인 것으로, 주파수를 잘 잡을 수 있도록 안테나를 내부에서 여러 모양으로 꺾는 기술이다. 이 안테나는 대체로 수신할 수 있는 대역폭 범위는 좁지만 손이 닿았을 때 간섭이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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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 아이언의 내부. 기판에 새겨진 안테나 부분과 테두리 금속 안테나는 연결돼 한 덩어리의 안테나 역할을 한다.

“이 안테나는 내부에 방사형 안테나를 갖고 있고 외부의 스틸 소재가 그라운드, 그러니까 접지 효과를 내는 방식으로 보입니다. 테두리 전체를 활용하는 것이지요. 한 번 맞춰두면 그라운드 소재는 손으로 만져도 크게 영향이 없고 여러 주파수를 넣어도 대체로 영향을 덜 받는 특성이 있습니다.”

내부 안테나와 외부 안테나가 상호 보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PIFA 방식 안테나도 다른 안테나들처럼 + 역할을 하는 방사형 안테나와 – 역할을 하는 그라운드 안테나로 이뤄져 있는데, 사실상 양쪽 모두 안테나 역할을 한다. 다만 그라운드 안테나가 손에 영향을 덜 받으니 이를 바깥에 둘러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하면 LTE부터 무선랜, 블루투스까지 모두 잡을 수 있다고 한다. 통신사들이 깔아놓는 공공용 와이파이 기지국에서도 내구성을 위해 금속 테두리 위에 안테나를 올리는 것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내부 안테나와 외부 금속 안테나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베가 아이언의 안테나를 직접 개발한 강명구 팬택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팬택은 사실상 이런 방식을 채택한 첫 스마트폰을 내놨기에, 기술 문제에 대해 상세히 언급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했다. 특히 메탈 안테나를 통으로 쓰는 것에 대한 선행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외주 업체에 맡기지도 못했다. 내부 연구실에서 직접 모든 걸 설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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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스마트폰들처럼 뒷판 아래 위에 도금방식의 안테나를 새겼지만, 일반적으로는 금속 케이스 사이에 있으면 신호가 갇혀 정상 작동하지 않는다. 이 문제를 푸는 것이 제품 출시를 결정하는 요소였다고 한다.

“금속 재질이 안테나 역할을 하지 않은 채로 제품 내부에 안테나를 두면 전혀 성능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그동안 금속 테두리를 쓰는 것이 쉽지 않았고 업계에서 금기시되는 요소이기도 했습니다. 베가 아이언은 내부 안테나와 외부 테두리가 연결돼 상호 보완하는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손으로 잡아도 주파수 공진이 달라지지 않는 것이 핵심 기술이에요.”

팬택의 기술에 대해 아주 깊게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테두리만 안테나로 쓰는 방식’은 아니고 ‘테두리도 안테나인 방식’으로 보면 되겠다. 반면 아이폰4와 4S는 똑같은 스테인리스 스틸을 직접 안테나로 쓴다. 베가 아이언과 아이폰4가 직접 비교되고 있지만, 사실 안테나 방식 자체는 전혀 다르다.

아이폰4와 비슷한 듯 다른 ‘테두리 안테나’

아이폰4의 경우에는 내부에 별도 안테나는 두지 않았고 테두리를 직접 안테나로 썼다. 이때는 테두리를 통으로 쓸 수 없고 몇 개의 부분으로 잘라서 쓸 수밖에 없다. 아이폰4의 주변에 절연체로 살짝 선이 그어져 있는 부분이 잘라진 부분이다. 이렇게 분리된 각 덩어리가 각각의 안테나 역할을 한다.

앞서 만난 안테나 전문업체 연구원도 아이폰4의 안테나에 대해 “손에 영향을 받는 방사형 안테나가 밖에 드러나 있었기 때문에 손으로 쥐는 위치에 따라 수신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이렇게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었어요. 지금도 다른 회사들이 선뜻 뒤따라 만들 수 없는 기술입니다.”

이후 등장한 아이폰4S도 비슷한 방식을 썼는데 테두리를 자르는 모양을 바꿔 길이를 조절했고 한쪽이 간섭이 생기면 다른쪽으로 안테나를 돌리는 방식을 써서 결과적으로 손에 쥐고 써도 안테나 감도에는 영향을 주지 않도록 했다. 애초 디자인이 같다는 이유로 아이폰4와 아이폰4S는 거의 달라진 게 없다는 평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내부 설계부터 케이스, 특히 안테나 구조가 적잖이 바뀌었다. 금속 재질 안테나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뒷판 케이스 전체가 메탈로 돼 있는 HTC ‘원’도 안테나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결과물이라고 개발자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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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4와 아이폰4S는 테두리를 직접 안테나로 쓰는데 옆면의 검은 줄이 테두리를 적절한 길이로 잘라 안테나 역할을 하게 해주는 비밀이다. 아이폰4S는 이 위치를 바꾸면서 안테나 길이가 달라지면서 데스그립을 해결했다.

아이폰이 금속을 주 안테나로 쓴다면 베가 아이언은 내부 안테나가 주 송·수신을 맡고 메탈 안테나가 통신에 방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그라운드 역할의 보조 안테나가 되는 방식이다. 금속을 테두리에 둘러 강도와 디자인을 모두 잡고자 하는 목적은 비슷하지만 아이폰4와 아이폰4S, ‘아이폰5’가 각각 다르고 베가 아이언의 안테나도 전혀 새로운 기술이다.

금속 테두리를 차별화 요소로 채택

사실 스마트폰에 메탈 소재를 쓰는 것은 안테나를 개발하는 팀에는 달가운 일이 아니다. 메탈을 덧대는 것만으로 전파 특성이 많이 바뀌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자인팀에서는 늘 메탈 소재를 요구한다. 아이폰4가 스테인리스 스틸을 쓴 영향으로 많은 기업들이 내부에서 겪는 고민이기도 하다. 아무리 금속처럼 보여도 플라스틱과 실제 금속은 손에 닿는 질감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팬택은 브랜드나 마케팅, 자금력으로 승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디자인으로 차별점을 두자는 목적에서 금속 재질을 선택했다.

“디자인에서 금속 재질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었습니다. 저마다 비슷한 제품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분명한 차별점을 찾아야 했습니다. 끊어짐 없는 금속 케이스로 만들려는 이유는 일단은 심미적인 디자인 요소, 그리고 강도를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연결고리가 생기면 그 부분에 충격이 응집되기 때문에 더 두껍게 만들어야 합니다. 한 판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LCD가 잘 깨지지 않고 양쪽 베젤도 극단적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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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 아이언의 금속 테두리는 디자인과 강도 그리고 화면 테두리를 최소화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

하지만 끊지 않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팬택도 처음에는 아이폰과 비슷한 설계를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강명구 수석연구원은 팀원 전체가 밤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초기에는 성능 문제 때문에 아이폰처럼 메탈을 테두리로 끊어서 적극적인 안테나 역할을 하게 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고민했습니다. 안테나는 잘게 자를수록 전파 송수신을 방해하는 요소가 희석되는 특성이 있는데, 그렇게 설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애초 목적으로 했던 것처럼 튼튼하고 얇게 만드는 것에 계속 집중한 결과 내부 안테나가 주 송수신을 맡고 메탈케이스가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신호 송수신을 돕는 방식의 안테나가 완성됐다. 출시를 4개월 앞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충분한 성능에 대해 불안감도 있었다고 강명구 수석연구원은 털어놓았다. 여러 신호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에 대해서도 금속 케이스 안쪽에 작은 홈들을 파서 각각의 신호가 주어진 영역 안에서만 움직이고 다른 신호에 간섭을 주지 않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 디자인에 ‘재질’이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데, 베가 아이언엔 이전 팬택 제품과 비교해 금속 테두리 하나로 많은 것을 얻었다. 소비자에겐 이 얇은 금속 테두리가 사소해 보일 지 몰라도, 그 속에는 어김없이 엔지니어들의 노력이 녹아 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