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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人] 허경 부장 “오픈소스SW는 유기농 식품”

2013.07.19

지난 7월8일 한국레드햇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잠시 짬을 낸 함재경 신임 지사장과 대화를 나눴다. 새로운 회사에 대한 기대감과 이제 막 취임한 회사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려나. 헌데 뜻밖이었다. 함재경 지사장은 첫 만남에서 “리눅스 운영체제와 오픈오피스, 파이어폭스 웹브라우저에 적응하기 힘들다”라는 ‘하소연’부터 내뱉었다.

오픈오피스라니,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스위트를 잘못 얘기한 것 아닐까. 내 귀가 틀린 건 아니었다. “우리 회사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회사입니다. 당연히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업무를 봐야죠.” 그제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렇다. 한국레드햇은 오픈소스SW로 사업을 하는 업체 아닌가. 직원 모두 오픈소스SW를 업무에 활용하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다. 말처럼 쉬울까. 공인인증서와 HWP 문서를 자주 사용하는 국내 업무 환경에서 오픈소스SW만 사용해 업무를 본다는 게. 그 궁금증을 풀어줄 사람을 섭외했다. 한국레드햇에서 오픈소스SW를 활용하는 데 둘째가라면 서러운 분으로.

open redhat

내 몸에 착 달라붙는 리눅스

허경 한국레드햇 부장. 입사 8년차다. 리눅스 OS 잘 쓰는 법, 오픈소스 오피스인 ‘오픈오피스’나 ‘리브레오피스’ 잘 다루는 법, 파이어폭스나 크롬 웹브라우저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싶으면 허경 부장을 찾으면 된다. 회사에 갓 입사한 직원이라면 으레 그를 찾아가 배움을 요청하는 게 당연한 ‘코스’가 될 정도다.

“얼마 전에도 리브레 오피스로 문서 작업을 하는데 서식이 바뀌지 않아 괴로워하는 직원을 본 적이 있습니다. 리브레 오피스가 그래요. 어떤 서식을 정해놓고 스타일이 중복이 되면 아무리 서식을 바꿔도 해당 서식이 남아있거든요. 잠깐 보고 서식을 지운 다음에 돌려줬지요. 1분 만에 해결해 줬습니다.”

한국레드햇은 리눅스 OS 중 ‘페도라19’를 사용한다. 문서 작업은 리브레 오피스나 오픈오피스 가운데 골라 쓴다. 웹브라우저는 파이어폭스가 기본이지만, 크롬 웹브라우저를 설치해 사용해도 된다. 윈도우나 맥 OS에 익숙해져 있던 직원이라면 이 같은 작업 환경이 마냥 낯설게만 느껴지기 마련이다.

“레드햇이 처음부터 오픈소스SW를 고집했던 건 아닙니다. 저도 제 매니저로부터 들은 얘긴데요. 과거 메튜 슐릭 전 레드햇 CEO 시절이었다고 해요. 회의 때, 윈도우 OS가 깔린 노트북을 들고 참여한 임원이 있었대요. 이때 메튜 당시 CEO가 ‘오픈소스를 다루는 회사에서 어떻게 윈도우 OS를 쓸 수 있느냐’라고 화를 냈다고 하더군요. 그 때부터래요. 사내 업무에 오픈소스SW를 본격 도입한 게.” 레드햇의 ‘전통’이 싹트는 순간이었다.

레드햇은 업무용 노트북을 살 때 OS가 설치되지 않은 제품을 구입한다. 회사는 여기에 리눅스를 설치해 직원에게 제공한다. 탑재된 리눅스는 이른바 ‘코퍼레이트 스탠더드 빌드’. 사내 업무용으로 수정된 리눅스 버전이다. 낯선 OS 앞에서 직원이 헤매는 일도 허다하다. 이럴 땐 사내 컴퓨터 수리팀인 ‘헬프데스크팀’ 엔지니어가 원격접속해 문제를 해결해 준다.

“리눅스에도 ‘버트매니저’라는 KVM 기반의 가상화 기술이 이미 들어 있습니다. 이 가상화 기술을 이용해서 원격접속도 하고 다른 OS도 올릴 수 있지요. 다른 OS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이라면 무엇이든 리눅스 OS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국내에선 인터넷뱅킹과 HWP 문서 작업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인터넷뱅킹은 이른바 ‘오픈뱅킹’ 서비스를 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해결되는 추세라고 하지만, HWP 문서 작업은 여전히 난제다. 허경 부장은 최근 네이버 서비스를 이용해 이 숙제를 풀었다.

“과거엔 HWP 문서 작업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젠 네이버 N드라이브에 HWP 문서를 올린 뒤 ODF, 즉 오픈오피스 문서로 변환해 저장한 다음 내려받아 문서 작업을 합니다. 그 다음에 PDF로 변환하지요.”

허경 부장은 리눅스 OS와 오픈오피스에 대한 선입견만 덜어내면 이같은 PC 환경에서도 문서 작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윈도우 환경과 다를 바 없어요. 약간 불편함만 감수하면요.”

오픈소스SW, 그 투박한 맛

“오픈소스SW는 ‘맛’이 있는 것 같아요. 음식도 보면 유기농도 있고 저농약이 있고… 여러가지가 있잖아요. 농약 쳐서 키운 건 보긴 좋은데 몸에 좋지 않고, 유기농으로 재배하면 보기엔 투박해도 몸엔 더없이 좋죠. 제겐 오픈소스SW가 유기농이에요. 약간 투박하고 불편하지만, 자꾸 손을 대서 만드는 여지가 많죠. 주변에서는 주류가 아니라고 얘기들 하는데, 저는 오래된 친구 같은 정을 느껴요.”

허경 부장은 애플리케이션이 부족해 리눅스 OS를 쓰지 못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설치해야 할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 머리가 아플 정도라고 했다. 그가 추천하는 SW를 꼽아보자. 사진 편집은 ‘피카사’나 ‘샷웰’, 비디오 재생은 ‘VLC 미디어 플레이어’나 ‘토템’, 인스턴트 메신저는 ‘피존’. 이 정도만 설치하면 무난히 리눅스를 사용할 수 있다.

“2000년 초반께나 SW가 부족했을지 모릅니다. 지금은 아주 풍성해요. 일단 설치해보면, 리눅스가 얼마나 재미난 OS인지 금방 아실 거예요.”

허경 부장은 리눅스의 장점 가운데 하나로 바이러스 피해 걱정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10여년 동안 한 번도 이런 문제로 고민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파일 자체는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으나, 실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윈도우 바이너리는 윈도우에서만 실행된다.

“청정지대지요. 청정지대. 아무래도 남들이 안 가는 길이니까 공격을 덜 받지요.”

매뉴얼부터 읽는 법부터 시작하라

허경 부장 얘기를 계속 듣고 있자니 리눅스OS부터 오픈소스SW까지 관심이 샘솟는다. 내 컴퓨터에도 바로 설치해 써 볼까. 허경 부장이 손목을 붙잡았다.

“리눅스는 라이브CD가 있어요. CD롬에 넣고 실행하면 실제 설치했을 때와 똑같은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를 무조건 밀고 리눅스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죠. 간접 체험하면서 리눅스와 먼저 친해지세요. 그 다음에 PC에 리눅스를 설치해도 늦지 않습니다.”

허경 부장은 다음으로 ‘도움말’을 읽어볼 것을 권유했다. 도움말이 영어로 제공되는데다 분량도 적잖아서 대개는 읽지 않고 넘어가게 마련 아닌가.

“도움말 안에 SW를 실행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이 들어있습니다. 안 읽고 후회하지 말고, 읽고 배우는 게 좋지요. 요샌 구글 번역기 같은 도우미가 있으니, 번역 수고도 일부 덜 수 있지요. 중요한 건 그겁니다. 일단 시작해보는 거죠.”

izzien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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