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서용구씨의 "보이지 않는 기업의 성장 엔진 : 디자인-브랜드-명성" 이란 책을 보면 "여인의 S자 몸매를 연상시키는 코카콜라의 Contour 병, Bank&Olufsen의 오디오 , 애플의 ipod 등 성공한 제품은 모두 고객이 선호하는 디자인과 브랜드, 명성을 갖고 있다. 이들은 모두 관리 대상이며 보이지 않는 21세기 기업의 성장 엔진이다"고 제품의 디자인과 브랜드 그리고 명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는 인텔의 CPU가 내장되어 있음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내장되어 있는 CPU의 브랜드화를 통해 인텔을 각인 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과거부터 286,386, 펜티엄 등 CPU의 모델명을 브랜드화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을 필자는 "고객을 가진 것은 모두 브랜드화가 가능하다"라고 말한다. 그 외에도 "성공한 디자인은 인간적이다." , "디자인 컨셉은 고객의 요구에서 나온다." 등 여러 고려해야 할 사안들의 요점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제품으로서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

자동차나 오디오, 컴퓨터 같은 형태를 갖는 제품과 소프트웨어는 분명 제품이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하지만 내용 측면에서는 많은 차이점이 존재한다. 자동차에서 외관의 디자인과 내부 실내 장식을 디자인 하듯이 소프트웨어도 배포를 위해 외부 디자인을 하고 , 매뉴얼을 만들며 프로그램 형태이지만 미려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만들기 위해 메뉴 구성과 배치, 색상 등을 전문적으로 고민하고 연구한다. 실제 HCI(Human Computer Interface)가 이 부분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이다. 모든 성공하는 소프트웨어는 차별되는 디자인과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갖는다.

애플 아이팟(ipod)의 확산은 제품 자체의 기능과 디자인 자체에도 기인하지만 아이튠(itune)이라는 독특한 분류 방식에 기반한, 대용량 음악파일 관리를 손쉽게 하는 소프트웨어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또한 MS 오피스는 문서 처리에 있어 윈도 운영체제에 가장 적합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기타 경쟁자를 물리치고 시장의 지배자가 되었다. 실제 우리나라의 ‘한글’, 일본의 ‘이치다로’ 같은 토종 워드프로세서 소프트웨어들은 기능의 부족이 아니라 사용자 인터페이스 경쟁에서 실패해서 오피스 시장을 MS에게 내주었다. 마찬가지로 구글은 검색시장에 진입하면서 기존 검색 서비스의 인터페이스와 달리 아주 단순한 검색 창만을 가장 빠른 속도로 제공하는 디자인 전략으로 성공했다. 물론 검색의 질도 가장 우수했다.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브랜드도 무척 중요한 요소이다. MS 윈도, MS 오피스, 구글, 오라클, SAP 이런 단어들은 특정 소프트웨어 브랜드이자 나름대로의 명성을 갖고 있다. 가령, 구글은 자신의 브랜드와 명성을 "선함"에 맞추고 이를 위해 MS를 암묵적으로 "악함"의 대명사로 부각시키다, 가장 많은 인터넷상의 문서를 3초 이내에 검색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검색하는 서비스로 명성을 얻었다. 고객은 구글을 그렇게 믿고 있고 뭔가 기존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MS의 윈도나 오피스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데스크탑 플랫폼 시장에서 운영체제와 오피스 프로그램의 대명사이다. MS는 이러한 브랜드와 명성을 갖기 위해 수년간 경쟁자들을 물리치면서 고유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과 브랜드, 그리고 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에 구글은 한 순간에 데스크톱 플랫폼 시장과 대비되는 웹 플랫폼 시장을 만들어 내며 이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와 명성을 확보했다. 확보된 구글 브랜드를 바탕으로 운용체제와 오피스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의 하위 브랜드와 명성을 넓혀 나가고 있다.

더구나 최근 들어, 소프트웨어를 유형의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라는 형태로 사용자에게 공급하는 비즈니스 모델인 ‘SaaS(Software As A Service)’가 확산되면서 디자인-브랜드-명성은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왜냐하면 SaaS는 기본적으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서비스에 등록한 후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사용자는 언제나 좀 더 좋다고 판단되는 경쟁 서비스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자의 충성도 확보가 SaaS 모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바로 여기서 사용자의 충성도는 바로 디자인과 브랜드, 명성에 의해서 출발하고 완성되기 때문이다.

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은 CRM분야에서 SaaS 모델로 성공한 최고의 회사이다. 이 회사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서 고객에게 CRM 분야의 독보적인 서비스로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와 명성을 확보했다. 이러한 브랜드와 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다. 쌓기도 어렵지만 잃는 것은 한 순간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는 더 어렵다. 잠시 SalesForce.com에서 시도한 것들을 살펴보자.

– 데모 사이트 운영
사용자는 해당 서비스가 본인이나 회사에 적합한지 손쉽게 가입을 해서 체험해 볼 수 있다. 사용자는 이 과정을 통해 해당 서비스의 적합성과 안정성을 경험할 수 있다.

– 보안 및 실시간 모니터링 사이트 운영
SalesForce.com은 업계 최초로 제공되는 서비스의 상태를 실시간에 사용자들이 조회할 수 있는 trust.salesforce.com 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하여 제공하고 있다. 이 사이트를 통해 사용자는 현재 제공되는 서비스를 구성하고 있는 서버와 네트웍 장비 등 기본 요소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 최적의 고객 지원
265일 중단없는 고객 지원은 두말할 것 없는 기본이다.

소프트웨어의 브랜드-디자인-명성 만들기

사실 소프트웨어(또는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해당 제품의 브랜드와 디자인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 담당자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그 고민이 무척 주관적이고 즉흥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대부분 개발책임자나 CEO 가 본인의 취향에 맞춰 결정하거나 기획자가 naming book을 보고 여러 고민 후에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해당 브랜드의 효과나 영향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있으며 개발 이후에도 크게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브랜드 보다 소홀한 것은 바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 디자인에는 단순히 그래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최근의 경우 웹을 기반으로 한 개발이 많기 때문에 메뉴나 컨텐트의 타이포그라피(typography , http://en.wikipedia.org/wiki/Typography) , 네비게이션 구조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무척 많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민하고 주문하는 기획자도 드물지만 이를 소화해 낼 수 있는 디자이너도 거의 드물다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디자이너의 역량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제품 기획자의 역량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최소한 제품 기획자라면 현재보다 체계적으로 브랜드와 디자인 관리 방법과 요구 사항을 정리하고 이를 담당자에게 요구해야 한다.

그나마 브랜드와 디자인이 고려 대상인 것에 반해 명성은 거의 고려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거의 대부분 미리 정해져 있는 서비스 출시에 맞춰 작업을 하다 보니 시간적인 제약 등으로 인해 고객에 대한 고려는 거의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첫인상이 해당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결정짓는 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첫인상이 구전을 통해 다른 사용자에게도 전파되고 이를 회복하기란 무척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명성은 먼 이야기기 아닐 수 없다. 다음은 명성을 얻는 데 성공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들의 노력이다.

<무료 체험 서비스 운영>

ThinkFree.com , SalesForce.com , Officelive.com 등 대부분의 주목을 받는 제품과 서비스는 무료 체험 버전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 지원 및 참여>

제품 블러거, RSS , 365×24 고객 지원 시스템, offline 상에서의 고객의 날 등 고객의 불만 사항과 불편 사항을 해결 하기 위한 다양하고 지속적인 창구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창구는 제품을 개선하고 신규 제품을 개발하는 주요한 요구 사항이 된다.

<개발자 지원>

고객 중에서 가장 구전 전파력이 강한 고객이 바로 개발자이다. 보다 전문적인 시각에서 해당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한다. 사용 후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러거 등을 통해 이를 전파한다. 사실 해당 제품과 서비스의 초기 명성은 개발자들에 의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업체들이 이를 위해 자사 서비스의 개발자용 Open API를 공개하여 mash up이라 불리는 새로운 확장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또한 개발자 커뮤니티 및 conference를 통해 인지도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존 검색 포털들은 상업화로 인해 검색 창과 결과에 불필요한 많은 정보를 제공함으로 인해 정보의 가독성을 떨어드린다. 이 점에 착안해서 구글은 단순하면서도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디자인을 통해 초기 구글매니아라 불릴 정도의 충성 고객을 확보했다. 이러한 명성을 바탕으로 구글은 검색 결과에 기반한 광고(content-sensitive)를 제공했다. 고객은 구글의 이러한 광고를 불필한 것이 아니라 정보 중의 하나로 취급하고 있다. 또한 디자인에 있어서도 구글의 다양한 로고와 이미지를 최소화하고 반응 속도를 최적화한 심플하고 단순한 디자인은 기존 트렌드를 벗어나 구글답다 라는 말을 만들어 낸 디자인의 승리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기능의 차이가 아니라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전략에 따라서도 성공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혹, 넥스트(NeXT)라는 컴퓨터 브랜드를 기억하는 독자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1992년 필자가 대학원에서 연구실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이다. 연구실 구석에 쳐박혀 있는 까만 사각 박스에 붙어 있던 로고가 바로 NeXT였다(위 사진). NeXT의 먼지를 털어내고 부팅을 한 후에 로딩된 첫 화면은 너무나도 미려했다. 당시 필자가 사용하던 컴퓨터가 선의 웍스테이션이었고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현재와는 비교될 수 없을 만큼 초보적인 GUI( Graphics User Interface) 환경이었음을 고려할 때 NeXT의 UI는 혁신적인 것이었다. 아마 pc에서 도스와 윈도우의 환경간의 차이 정도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갈 것이다. 참고로 웹을 만든 팀 버너스리의 첫번째 웹 서버가 NeXT 였다.


[ Next Step 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화면 ]

NeXT는 1995년 현재의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가 만든 회사이다. NeXT는 후에 애플에 팔리면서 맥OS가 되었다. 애플의 맥OS는 정보 가시화(information visualization)론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선진적인 UI를 제공함으로 인해 수많은 애플 매니어를 창조했으며 지속적으로 이를 확장해 가고 있다. 이러한 UI중의 하나가 fisheye라는 방법으로 메뉴에 마우스를 올리면 해당 메뉴만 확대되는 인터페이스이다. 이번에 출시될(?) MS의 vista에는 이러한 요소들이 많이 포함된다고 하니 지켜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사실 그 동안 MS는 많은 투자를 통해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대한 연구 개발을 많이 진행해 왔다. 아마 이러한 결과가 vista에 많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요구는 고객의 요구에 의해 출발하는 것이며 기술이 이를 리드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요구가 기술을 리드한다 할 수 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무척 중요한 부분이며 기획자와 개발자 등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이다. 이러한 것의 기초 학문으로 정보 가시화(http://en.wikipedia.org/wiki/Information_visualization)라는 분야가 있다. 말 그대로 수많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표현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페이스는 이러한 연구 결과의 표현이다. 정보 가시화론은 최근 컴퓨터 학과에서 가르치는 과목중의 하나이다.

어느 제품이나 명품이 있는 것이고 명품에는 명장의 혼이 서려 있다. 여기까지는 교과서적인 말이다. 명품에는 바로 명품을 만들기 위한 전략이 있다. 바로 디자인과 브랜드 그리고 명성이 그것일 것이다. 소프트웨어에서도 마찬가지로 명품이 있다. 이러한 명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디자인과 브랜드, 명성을 잘 이해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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