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다음, 공정위에 ‘동의의결’ 신청…그게 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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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최초로 동의의결로 사건을 처리할지 판단한다고 11월25일 밝혔습니다. 네이버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동의의결 신청을 했기 때문이지요.

공정위는 2013년 5월 네이버와 다음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게 있는지를 조사했습니다. 10월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혐의사실에 관한 보고서를 만들었지요. 네이버와 다음은 이 보고서를 받고서 11월20일과 21일 동의의결 신청을 했습니다. 공정위는 27일 두 회사가 낸 동의의결 신청을 받아들일지 결정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동의의결제도’가 뭘까요.

동의의결제도는 사업자가 먼저 공정거래위원회에 ‘앞으로 어떻게 고치고 조처하겠다’라고 계획을 전달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이를 받아들이는 제도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업자에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이나 벌금 등의 조처를 하는 것과는 다르지요.

원래대로라면 공정위는 네이버와 다음의 사옥을 방문해 현장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두 회사가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는지 밝히고 제재 조치를 내려야 하지요. 그런데 동의의결제도로 진행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잘못을 밝히기 전 네이버와 다음이 개선 방안을 내놓고 공정위가 그 방안이 합당한지 결정합니다.

이 제도는 공정위가 사업자의 잘못을 짚어낼 때 나올 수 없는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사업자가 시정방안을 스스로 떠올린 걸 공정위가 받아들이면 되니, 합의 내용이 즉각 시행되겠지요. 소송으로 문제를 푸는 것보다 신속하게 사건을 종결할 수도 있고요. 소비자에게도 나쁘지 않습니다. 사업자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벌금을 내는 것보다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시정방안을 마련할 수 있으니 말이죠.

동의의결제도의 주요 사례로는 SK하이닉스-램버스 사건, 유럽에서 애플과 출판사의 전자책 담합 사건, 2009년 유럽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 끼워팔기 사건 등을 꼽습니다.

가장 최근 사례인 애플과 출판사의 전자책 담합 사건을 볼까요. 유럽연합은 2011년 애플과 맥밀란, 사이먼앤슈스터, 아셰뜨, 펭귄 등 대형 5개 출판사가 전자책 가격을 올리려고 담합했는지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언론에 발표도 했지요.

유럽연합은 애플과 5개 출판사가 전통적인 책 유통 방식인 총판모델 대신 대리점 모델을 선택하고, 애플의 전자책 서점보다 다른 곳에서 싸게 팔지 않기로 한 데에 전자책 가격을 올릴 목적이 있다고 의심했습니다. 의심이 사실이라면 6개 회사는 유럽에서 불공정행위를 한 게 됩니다.

조사가 진행되며 5개 출판사는 유럽연합에 합의로 풀고 싶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유럽연합이 애플과 5개 회사가 담합행위를 했다고 결론을 내리기 전이었지요.

유럽연합은 출판사의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2012년 2번에 걸쳐 시정방안을 받았고요. 그러고 나서 2013년 7월, 최종 안을 받아들이고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5개 출판사는 앞으로 5년 동안 대리점 모델을 따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애플을 뺀 전자책 서점이 애플보다 전자책을 싸게 팔지 않게 하겠다고 애플과 한 계약도 지우고요. 2년 동안 서점이 전자책을 자유롭게 할인해 팔도록 하겠다고도 했습니다.

만약 유럽연합이 5개 출판사가 불공정거래를 했다고 최종 결정했다면, 벌금을 부과하는 선에서 사건이 끝나지 않았을까요. 5개 출판사 중 한 곳이라도 그 결정에 불복하면 소송을 해야 할 테고요. 유럽연합이 조사하는 데 걸릴 시간, 소송에 걸릴 시간이 얼마나 길지 누가 짐작할 수 있을까요.

두 번째로, MS의 IE 사건입니다. 유럽연합은 2008년 MS가 윈도우에 자사의 웹브라우저 IE를 끼워판 게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행위인지를 조사했습니다. 이에 MS는 자진 시정안을 유럽연합에 2009년 제출했습니다. 벌금도 스스로 책정해 8억6천만유로를 내기로 했습니다.

당시 MS는 사용자가 윈도우를 처음 쓸 때 IE를 자동으로 깔아주는 대신, 웹브라우저를 선택하는 화면을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사건은 이렇게 동의의결로 끝났는데요. MS가 이후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게 문제였습니다. MS가 ‘윈도우7’을 팔면서 시정방안대로 하지 않은 거지요. 결국 유럽연합은 재조사를 했고, MS에 5억5천만유로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끝으로 램버스 사건을 보겠습니다. 램버스는 미국에 있는 기술 특허 회사입니다. 램버스 램 같은 메모리 기술을 개발하지만, 특허 사용권으로 돈을 버는 회사로 유명합니다. AMD, 소니, 도시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램버스에 특허 사용권을 냈습니다.

유럽연합은 램버스가 특허 사용권을 부당하게 요구하는지 2007년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특허 사냥꾼이 아닐지 의심한 거지요. 램버스의 별명이 ‘특허괴물’이거든요. 특히 D램 관련한 특허를 다수 확보해 삼성전자, 엔비디아, 브로드컴, 프리스케일, ST마이크로,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여러 기업과 소송을 벌였습니다.

램버스는 유럽연합이 조사를 시작하자, 앞으로 특허 사용권을 합당한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유럽연합은 이를 받아들여 동의의결절차로 사건을 2009년 종료했습니다.

한국에 동의의결제도는 2011년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2년 동안 동의의결제도로 진행된 사건이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진행요건이 엄격하기 때문이랍니다.

동의의결로 처리하는 사건은 법 위반 여부가 중대하거나 명백하지 않아야 하고, 담합행위나 형사처벌을 해야 하는 행위는 제외됩니다. 미국과 독일 등은 원칙적으로 모든 행위가 동의의결대상인 것과 다르지요.

2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 사건을 동의의결제도로 진행할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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