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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오명 벗기기, 개발자도 나서자

2013.12.04

지금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 있는 독립광장에서는 연일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월26일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연합과 자유무역 협정을 맺는 것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 행렬이다. 지난 12월1일에는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일어난 시위 규모가 50만명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을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 알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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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혁신을 바라는 게임 개발자의 목소리

시위대 중에는 게임 개발자도 끼어 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젊은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게임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IT 스타트업 붐으로 단련된 젊은이들 말이다. 게임 개발자를 비롯한 우크라이나의 시위대는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의 영향에서 벗어나 유럽세계와 소통하기를 염원하고 있다.

해외 게임 전문 매체 폴리곤이 현지시각으로 12월3일 전한 기사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게임 개발자들의 시위 현장을 잘 담았다.

시위에 참여한 앤드류 프로호로프 4A 게임즈(‘메트로: 라스스 나이트’를 개발한 업체) 개발자는 “우크라이나 국민 중 특히 젊은 세대는 우크라이나가 앞으로 유럽적 가치로 발전하길 열망한다”라며 “유럽에는 부정부패를 위한 자리는 없으며, 현재 정부는 자신의 지갑을 빨리 채우는 방법만 고민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게임 개발자의 시위 참가 소문은 웹으로 퍼져나갔다. 앤드류 프로호로프 개발자가 페이스북에 시위 참여 의사를 밝혔고, 같은 업체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와 다른 게임 업체에서 일하는 동종업계 종사자가 거리로 나왔다. 국가의 혁신을 외치는 시위 행렬 속에서 게임 개발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더하고 있다.

발전과 혁신은 저해하는 일은 국내에서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우크라이나와 비교된다. 정부의 정책에 항의하는 게임 개발자를 찾기 어렵다. 최근 몇 년 동안 직접적인 피해를 본 이들이 바로 게임 개발자들 아닌가. 2011년 봄 통과된 ‘셧다운제’와 현재 국회에 올라가 있는 ‘중독∙예방 관리 및 치료에 관한 법률(이라 게임 중독법)’만 봐도 그렇다. 이제 게임 개발자도 움직여야 할 때 아닐까.

물론, 자유무역 협정을 포기한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결정과 게임에 규제를 가하려는 국회의 시도를 같은 선에서 보긴 어렵다. 국내 게임 개발자들에게 거리로 뛰쳐나가 촛불을 들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저 목소리가 듣고 싶다는 얘기다.

셧다운제가 통과되던 2011년을 다시 생각해보자. 게임 업체는 물론 게임 개발자 그 누구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지 않았다. “게임은 문화다”, “셧다운제 반대한다”는 주장은 누리꾼과 언론이 외치는 변방의 목소리일 뿐이었다. 게임 업계가 웅크리고 숨죽인 사이 2011년 겨울부터 셧다운제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게임 업계는 앉아서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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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플리커 저작자표시 egg™님이 일부 권리를 보유함

발벗고 나선 기독교…게임 개발자는?

오히려 정반대쪽에서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게임을 규제하려는 이들은 갖은 노력을 짜내는 중이다. 12월4일 신의진 한나라당 의원은 전국 기독교 단체와 손을 잡았다. 한국교회연합,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총 7개 단체가 모인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가 게임 중독법 입법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기독교 단체는 전국 1천만명 기독교인의 힘을 빌려 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결의도 밝혔다. 겉으로 보기엔 대대적인 물량공세임이 틀림없다. 게임 중독법을 바라보는 나쁜 여론을 뚫고, 기어코 진짜 법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지난 10월 게임개발자연대가 출범했다는 사실이 그나마 2년 전과 지금이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게임개발자연대에 모인 게임 개발자의 목소리는 약 1200여명.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도 10월부터 게임 중독법 반대 서명운동을 벌여 지금까지 약 30만명의 이름을 모았다.

지난 11월 게임 중독법을 주제로 한 블로터포럼에 현직 국회의원 비서관이 참여한 바 있다. 그 비서관은 좌담회 끄트머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어떤 국회의원의 정책에 반대한다면, 최소한 전화든 뭐든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해야죠.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말 속에 조금 답답하다는 심정이 서려 있었다. 저쪽에서는 1천만 교인을 모으겠노라 호언장담을 했는데, 이쪽에서는 몇 명이 움직이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행동하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다. 게임 중독법에 반대하는 게임 개발자들의 목소리가 정말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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