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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죄악시하는 사회, 성장통 앓는 중

2013.12.11

“우리나라 국민은 노력이라는 종교를 믿고 있어요. 노력을 신성시합니다. 끊임없이 일을 더 하라고 해요. 그러면서 휴식과 여가는 마치 죄인 것처럼 말합니다. 노력하지 않는 자를 죄인 취급하는 마인드 때문이죠.”

12월11일 ‘게임 마약법’ 저지를 위한 대토론회’와 ‘게임 편견타파 컨퍼런스’가 열렸다. 게임업계 종사자와 학계, 법조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이 나와 연단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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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단에 선 김광삼 청강문화산업대 콘텐츠스쿨 게임전공 교수는 “이거, 이제 바뀌어야 할 사회 패러다임 아닌가요?”라고 되물었다.

경쟁에서 노력해 성공하는 것만 중요시하고, 실패하는 것과 휴식 시간을 갖는 것은 죄악시하는 한국사회를 꼬집은 비판의 목소리다. “행복은 무엇이고, 우리는 왜 사는가” 김광삼 교수가 들고 나온 화두이자, 현재 국내에서 게임을 마약처럼 대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지금 우리나라 일부 사람들이 게임에 화가 났다는 게 중요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화가 난 사람들이 보는 게임은 우리가 아는 ‘게임’과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죠.”

이를테면 이런 사람들이다. 게임 때문에 집을 나간 자녀를 찾기 위해 새벽녘 온 동네 PC방을 찾아 헤맨 아버지, 혹은 게임을 하느라 공부는 뒷전인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어머니. 게임에 화를 내고 있는 이들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이들에게 게임이 과연 즐거운 문화 콘텐츠로 비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게임은 내 자녀와 남편을 망치는 마약일 뿐이다. 공부를 해야 하는 내 자식이 게임 때문에 공부를 소홀히 하니 게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광삼 교수는 “게임을 하는 동안은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식의 사고방식이나 휴식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바꿔야 게임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며 “언젠가 맞이하게 될 시대정신의 충돌이 지금 이 시점에서 게임으로 표면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광삼 교수는 한국 사회의 성장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세대 덕분이다. 이들은 게임을 접할 기회도, 휴식을 취할 시간도 갖지 못했다. 이후 세대는 다르다. 모든 것은 풍족하고, 여가로 삼을 만한 콘텐츠도 많다. 극심한 경쟁에 피로를 느끼는 것은 두 세대가 마찬가지겠지만, 경쟁과 노력을 지속하려는 의지는 다르다. 국내에서 게임을 두들기지 못해 안달인 것은 비정상적인 사회 속에서 두 세대 사이가 느끼는 의견차이 때문이 아닐까.

김광삼 교수는 “급속 성장기를 거친 한국은 이제 막 청소년기를 지났다”라며 “청소년기 이후 세대는 인간답게 사는 것을 생각하는 세대”라고 진단했다.

게임업계와 게이머가 현재 맞닥뜨린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는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는 일이다. 세대가 바뀌고, 게임에 관한 인식도 자연스럽게 문화 콘텐츠로 변화하지 않을까. 하지만 두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 다른 방법은 없을까.

김광삼 교수는 “우리 게임 업계도 게임 과몰입 문제를 알고 있고, 해결하기 위해 도울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라며 “게임을 때릴 것이 아니라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등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삼 교수의 말처럼 한국 사회가 청소년기를 지나왔다면, 게임 산업도 청소년기를 지났다. 약 20여년 동안 게임 업계는 게임이 불러오는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마치 사회 발전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아버지, 어머니처럼 말이다. 청년기에는 다소 잘못을 저질러도 용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게임업계도 마찬가지다. 게임업계도 달리기를 멈추고 뒤를 돌아봐야 할 때다.

“언젠가는 이런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한국 사회는 지난 2013년 게임으로 촉발된 범사회적 논의 덕분에 사회가 한 발짝 진화했다”라는 얘기 말이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나라가 되면, 더이상 게임도 마약 취급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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