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비망록: 2013년을 수놓은 스마트 기기

2014.01.02

올 한 해 리뷰를 통해 우리를 스쳐간 제품들을 되돌아보자. 까마득한 옛날 얘기 같지만 ‘갤럭시S4’와 블랙베리 ‘Z10’에 대한 소식으로 우리는 2013년 새해를 맞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하드웨어 도전기, ‘서피스’도 만났다. ‘넥서스4’ 이후 부쩍 달라진 LG전자의 신제품들에 놀라기도 했고, 구글의 ‘넥서스’ 시리즈는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위협할 만큼 잘 나왔다. 찬바람이 불 때서야 신제품을 내놓는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삼성전자 ‘아티브S’

윈도우폰의 걸림돌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답답해하는 것은 제조사들이 예전만큼 윈도우폰을 안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안드로이드처럼 제품이 많이 나와야 그 가운데 좋은 제품도 걸려 나올텐데, 시중에 제품이 없다. 삼성전자의 ‘아티브S’는 윈도우폰 진영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은 제품이었다. 하지만 국내 출시가 이뤄지지 않았고 세계적으로도 그리 열심히 판 모델은 아니다. 삼성에 윈도우폰은 아직 절실한 플랫폼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아티브S는 ‘갤럭시S’의 디자인을 빼닮은 윈도우폰으로, 잘 만들었긴 했지만 운영체제 안에서는 다른 제품들과 차별점을 두지 못했다. 스킨이나 런처를 함부로 바꾸지 못하게 한 윈도우폰의 정책 때문일텐데, 그게 삼성 입장에서는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목적성을 주지 못한 것 같다. 리뷰 이후 눈에 띄지 않는 제품이다.

ativ_win8

소니 ‘엑스페리아Z’

소니의 귀환이랄까. 에릭슨과 결별하고, ST에릭슨의 칩을 떨어낸 게 득이 됐다. 직접 칩을 만드는 것에 대한 의지를 버린 뒤 나온 ‘엑스페리아Z’는 그간 내놓았던 시리즈와 명확히 선을 그었다. 직선 위주로 매끈하게 뽑아낸 디자인과 생활방수 기능을 더해 세계 시장에서 소니라는 이름을 다시 펼치는 데 성공했다. 디자인과 성능, UX 등 모든 부분에서 잘 만들었다는 평가가 아깝지 않았다.

다만 엑스페리아Z의 디자인이 성공했다고 판단해서일까. 올해 소니는 엑스페리아 Z1, ZL, ZU 등 엇비슷한 제품들을 너무 많이 쏟아내면서 제품 자체가 흔해졌다.

sony-xperia-z-ultra-1

블랙베리 ‘Z10’

블랙베리는 블랙베리10 운영체제에 사활을 걸었다. 그리고 야심차게 신제품을 준비했다. 딱 1년 전 이때까지만 해도 블랙베리엔 희망이 있었다. 회사 이름까지 리서치인모션(RIM)에서 블랙베리로 바꿨다. 하지만 정작 나온 블랙베리 ‘Z10’은 기대만큼 반응을 받지 못했다.

새 운영체제는 터치 기반의 UX로 완전히 탈바꿈했지만 프리미엄 제품에도 프로세서 성능이 제대로 받쳐주지 못했다. 기존 이용자들에게는 너무 많이 달라진 환경이 거부감을 줬고, 새 이용자들에게는 안드로이드나 iOS에서 바꿀 이유가 별로 없었다. 블랙베리를 계속 써 왔던 입장에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키보드가 달린 제품이 나오면 달라질까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이후에 나온 ‘Q10’이나 저가형 제품인 ‘Q5’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결국 블랙베리는 1년만에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BB_Z10_hero

삼성전자 ‘갤럭시S4’

지난해에 너무 잘 나가서일까. 올해 갤럭시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전까지의 갤럭시S 시리즈와 사뭇 달랐던 것 같다. ‘갤럭시S4’는 프로세서의 획기적인 발전과 수많은 기능들을 더해 마술쇼와 함께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 세대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디자인이 혹평을 받긴 했지만 오히려 제 색깔을 찾아 디자인 측면에서 개선을 이뤘다는 점에서 높이 살 만하다. 플라스틱 소재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적어도 현재 플라스틱을 다듬어서 만든 기기 중에서는 손에 꼽을 만큼 잘 가공했다.

하지만 성능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엑시노스5 옥타코어는 8개 코어를 두고 논란을 낳았고, 발열과 성능은 기대를 채우지 못했다. 결국 삼성은 갤럭시S4 LTE-A를 투입했고 ‘갤럭시노트3’에서도 퀄컴의 칩을 채용한다. 이는모뎀에 대한 문제도 있긴 하지만 칩 자체의 불안감도 있었다. 많은 스마트폰들이 퀄컴 스냅드래곤으로 성능이 평준화되고 있는 가운데 ‘갤럭시S5’에 어떤 프로세서로 차별점을 둘 지가 관건이다. 결과적으로 갤럭시S4는 이전 세대 제품에 비해 썩 좋은 성적표를 받지는 못했다.

LG-LTE-A_SINGLE-GS4

팬택 ‘베가 아이언’

경영상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팬택이긴 하지만, 판매 성적 외에 ‘이 회사에게 기대할 만한 저력이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게 바로 ‘베가 아이언’이다. 금속 테두리가 디자인이나 손 끝에 닿는 느낌이 좋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후 제품에서는 다시 플라스틱으로 돌아섰다. 아무래도 메탈 안테나의 수율이나 조립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팬택은 1년에 1대 정도로 베가 아이언의 후속 제품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안테나 방식이 전혀 다른 ‘아이폰4’를 예로 들었던 것은 여전히 팬택이 마케팅과 제품을 알리는 데 거칠다는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 하지만 컵라면과 광고 협력을 했던 것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스테인리스 스틸에 녹이 슨다는 논란과 더불어 판매량 자체는 신통치 않았는지, 팬택은 하반기 구조조정을 해야 할 정도로 어려워졌다.

Vega_iron_04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마이크로소프트가 처음 태블릿을 만들겠다고 할 때는 그 목적 자체가 뚜렷하지 않았다. 구글의 넥서스처럼 시장의 레퍼런스를 꺼내놓는 것인지, 아니면 애플처럼 직접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다 만들려는 의지인지가 확실치 않았다. 사실 둘 다 해야 하는 게 마이크로소프트의 숙제이긴 하지만, 서피스는 후자쪽에 가깝다.

‘서피스RT’는 ARM 프로세서와 윈도우가 궁합을 맞출 수 있다고 확인하는 정도였다. 오피스가 기본으로 들어 있긴 했지만 쓸 만한 응용프로그램이 없었다. 인텔 프로세서를 쓴 서피스 프로는 기존에 쓰던 앱들을 다 쓸 수 있긴 했지만, 가격이 좀 비쌌다. 노트북이라고 생각하면 그럴만 했고, 태블릿이라고 생각하면 좀 비싼 편이었다.

최근 ‘서피스2’가 공개됐는데 4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들어가면서 배터리 성능을 잡은 게 눈에 띈다. 하지만 여전히 노트북을 살까 서피스를 살까 하는 고민에는 답하기 쉽지 않다. 그 가격이면 저렴한 윈도우 노트북과 저가 윈도우 태블릿, 혹은 ‘넥서스7’이나 아이패드를 하나 살 수 있다는 게 함정이다.

surface2_02

LG전자 ‘G2’

LG전자가 달라지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에 ‘옵티머스’ 브랜드를 떼고 G를 붙이고 나온 기기들은 분명 이전 옵티머스들과 다르다. 구글과 넥서스 스마트폰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LG전자를 달라지게 했다는 걸 심증으로 잡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건 소프트웨어적으로 그렇다는 얘기고, 디자인 면에서는 모르겠다. ‘G프로’부터 다른 회사 제품을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옵티머스G를 비롯해 프라다폰 등 멀리서 봐도 강렬한 디자인으로 단번에 구분되던 LG만의 색깔이 흐려졌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G2_backbutton

구글 ‘넥서스7’

스마트폰이야 그렇다 쳐도 태블릿 시장에서 안드로이드는 컴플렉스를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걸 바꾸는 데는 1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넥서스 시리즈 중에서 가장 큰 일을 한 게 바로 이 ‘넥서스7’이다. 아직도 앱을 비롯한 활용도 면에서 아이패드에 모자란 점들이 없진 않지만, 태블릿 시장에선 중국판 화이트박스 태블릿용이었던 안드로이드를 믿고 쓸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든 건 굉장한 일이었다.

올해 나온 2세대 제품은 저가형 태블릿이 아니라 올해 나온 안드로이드 태블릿 중 가장 빛나는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는 흠잡을 데 없다. 대신 안드로이드의 기본 원칙인 파트너들의 태블릿 시장 진입은 더 어려워졌다. 적어도 지금 229달러에 이만한 태블릿을 만들어 팔 수 있는 회사는 아마존 정도다. 검색이나 콘텐츠 같은 뒷주머니가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심지어 넥서스7 태블릿을 만든 에이수스조차도 경쟁할 만한 제품을 만들지 못했다.

nexus7_handson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

잘 만들었다. 사실상 삼성이 가장 공들여서 만드는 게 갤럭시S가 아니라 갤럭시노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펜을 이용한 UX는 3세대에 접어들면서 완성 단계로 진입했다. 큰화면과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와콤 펜의 조합은 매력적이다. 플라스틱으로 가죽 다이어리 흉내를 낸 뒷판은 삼성전자에 ‘플라스틱 장인’이라는 별명까지 안겨주었다. 화면 크기는 어느새 5.7인치에 이르렀고 프로세서나 통신 속도 모든 면에서 최고 수준에 올랐다. ‘가장 빠른 스마트폰’ 타이틀에 조급했는지 벤치마크 논란이 있었던 점은 아쉽다.

하지만 갤럭시노트3의 가장 큰 적은 내부에 있었다. 갤럭시노트2는 가격이 야금야금 내려갔고, 1년이 다 돼 가지만 성능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스테디셀러가 된 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곧 그 자리를 물려받아야 할 텐데….

galaxy_note3_08

삼성전자 ‘갤럭시기어’

이 제품만 놓고 보면 왜 만들었냐는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갤럭시기어’는 갤럭시노트3를 비롯해 삼성의 스마트폰과 결합해 전화 통화나 메시지 확인, 음성검색 등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기기다. 평은 명확하게 엇갈렸다.

긍정적인 부분으르 보자면 웨어러블(입는) 컴퓨팅 시장에 빨리 발을 들였다는 의미를 찾겠다. 이건 많이 고민하고 내놓냐, 내놓고 소비자와 함께 고민할 것이냐의 문제다. 하지만 그 용도에 대한 판단은 삼성 스스로도 매우 한정적이었던 것 같다. 갤럭시기어 활용도를 소개한 유튜브 광고는 큰 웃음거리가 됐다.

하지만 세대를 거듭하면서 달라질 수 있는 경험을 얻었다는 것은 큰 성과다. 꽤 시간을 갖고 써본 이들은 기능 자체에 만족한다고 입을 모으긴 하지만, 아직 이 비싸고 괴상하게 생긴 시계에 손목을 내어주긴 이른 것 같다.

galaxy_note3_09

애플 ‘아이폰5S·5C’

디자인이 달라져야 새 기기라고 보는 시각과 ‘S’ 붙은 아이폰이 진짜라는 경험담이 얽혀 어떤 결과를 낼지 궁금했다. 성능으로는 ‘아이폰5’가 워낙 빨랐기 때문에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지만, 터치아이디는 그동안 써오던 스마트폰의 경험을 싹 바꾸었다.

64비트는 아직 큰 역할을 하진 않지만 새 칩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64비트의 효과는 몇 년 뒤에 볼 수 있지만 지금부터 운영체제와 생태계에 64비트 준비를 하기 시작한 건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한 것은 인상적이다. 금색은 한참을 기다려야 살 수 있었고 이전보다 길거리에서 눈에 자주 띄는 걸로 봐서 잘 팔리는 것 같긴 한데 얼마나 팔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아이폰5C’ 반응은 썩 신통치 않다. 길에서 보기도 쉽지 않다. 저가폰이라는 소문과 저가폰이 아닌 가격 때문인지 모르겠다. 걱정했던 것에 비해 플라스틱 표면은 단단하고 매끄럽게 잘 나왔다. 아예 플래그십을 구입하는 국내 정서도 아이폰5C 성적표에 반영됐다. 아이폰5C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올해 아이팟은 등장하지 않았다.

iphone09

구글 ‘넥서스5’

‘넥서스4’와 마찬가지로 구글은 LG를 넥서스 스마트폰의 파트너로 선정했다. G2를 기반으로 설계했고, 이전처럼 40만원대에 살 수 있었다. 특히 이번에는 시간차 없이 발표와 동시에 국내에서도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성능이나 디자인, 운영체제 지원 등 빠지는 부분이 없다보니 다른 제조사들이 만드는 안드로이드폰에 거품이 끼었다는 비판을 이끌어냈다. 넥서스 스마트폰은 이제 개발자를 위한 레퍼런스폰에서 구글의 플래그십으로 바뀌고 있는 인상이다. ‘넥서스5’는 잘 팔린다. 10월 말에 출시했는데 아직도 구입하는 게 만만치 않을 정도다.

nexus5_04

애플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예측할 수 있던 제품들이지만, 한방 먹었다는 느낌이다. 지난해부터 9.7인치도 ‘아이패드 미니’와 같은 디자인을 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시각이 많았는데 보기보다 훨씬 가벼웠고, 그에 걸맞는 ‘에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이패드 미니는 당연히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품고 성능도 9.7인치와 격차를 없앴다. 두 제품 모두 다음 제품을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다보니 구매도 선뜻 이뤄지는 듯하다. 아직 세계적으로 물량이 달리고, 국내에서는 특히 셀룰러 모델이 인기를 끌면서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 하지만 가격만 놓고 보면 넥서스7에 비해 비싸다.

ipad_air_04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