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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베리에서 안드로이드를 띄워 보자

2014.02.07

블랙베리에 안드로이드 앱을 깔 수 있다면 블랙베리를 살까? ‘블랙베리10’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용 앱을 설치할 수 있다. 블랙베리에 앱 장터가 없는 것도 아니기에 블랙베리로서는 자존심 상할 일일 수도 있다. 곧 새 운영체제와 함께 두 운영체제 사이의 장벽이 무너져 내린다.

블랙베리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OS7에서 10으로 버전을 바꾸면서 기존 시스템을 거의 버렸다. 그간 만들어 온 앱도 모두 버렸다. 큰 모험이다. 앱이 얼마나 있느냐가 스마트폰의 가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블랙베리10은 완전히 새로 시작한 셈이다. 결국 돌파구를 안드로이드로 잡았다. 블랙베리에 안드로이드를 띄우는 건 꽤 오래 전부터 이야기됐던 것인데, 이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수준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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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블랙베리10 운영체제의 최신 버전은 10.2.0이다. 블랙베리는 10.1을 내놓으면서 안드로이드를 쓸 수 있게 됐는데, 당시에는 안드로이드2.1 이클레어의 라이브러리만 돌릴 수 있었다. 10.2에 접어들며 4.2 젤리빈까지 돌릴 수 있게 됐는데, 그 과정이 꽤나 번거롭다. 기기를 잘 다루는 이들에게는 별것 아니겠지만, 프롬프트만 봐도 지레 겁을 먹는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블랙베리는 10.2.1에 접어들며 안드로이드 앱 작동을 완전히 개방하려는 눈치다. 베타 버전의 빌드가 새어나오면서 그 사실이 가시화되고 있다. 요즘 들어 블랙베리의 롬이 유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10.2.1도 몇 개의 빌드가 새어 나와 설치본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아무런 조치 없이 안드로이드를 설치할 수 있는 버전들이다.

가장 안정적이라는 10.2.1.1925빌드의 베타 운영체제를 블랙베리 ‘Q5’에 설치하고 안드로이드를 돌렸다. 이 운영체제를 깔고 나서 블랙베리 안의 폴더를 보니 ‘misc’ 폴더 안에 아예 ‘android’ 폴더가 생겼다. 폴더 안의 내용은 안드로이드 기기의 저장공간 구조와 같다. 별도의 폴더 안에서 앱 설치를 비롯해 안드로이드 파일 관리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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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과 설정, 자습서를 제외한 나머지 앱들은 모두 안드로이드 앱이다. 아이콘으로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럽다.

별도의 안드로이드 관련 메뉴는 없다. 안드로이드 앱을 쓰려면 파일 탐색기에서 apk 파일을 실행하면 된다. 안드로이드와 똑같다고 보면 된다. 블랙베리 역시 허용된 마켓 외에서 내려받은 앱은 설치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데, 안드로이드 앱을 설치할 때도 이를 묻는다.

거의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앱이 작동한다. 게임도 잘 된다. 테스트한 블랙베리 Q5의 경우 화면 비율이 1대1인데, 4대3이나 16대9 비율의 앱도 레터박스를 둘러 좀 작긴 하지만 앱 자체가 작동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일부 작동되지 않는 앱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 별 문제 없었다.

별도의 안드로이드 실행 공간이나 가상머신의 셸이 뜨지 않을까 했는데 아예 그런 것 자체가 없다. 블랙베리마켓에서 내려받은 앱과 안드로이드 앱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냥 모두 똑같은 앱이다. 앱이 작동하는 속도는 빠르고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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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쉽게 깔아 쓸 수 있는 네이버 스토어를 이용하면 앱을 꽤 편하게 내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구글플레이는 이용할 수 없다.

카카오나 라인 같은 메신저 앱도 잘 작동했고, 메시지가 도착하면 진동과 소리로 알림 신호도 준다. 블랙베리 허브에는 다른 앱들과 마찬가지로 메시지가 뜨고 작동도 매끄럽다. 당연히 키보드로도 메시지를 입력할 수 있다. 카메라도 문제 없다. 인스타그램을 포함해 카메라를 활용해 촬영과 필터 효과를 입히는 앱들도 아주 잘 돌아간다. GPS로 현재 위치를 찾는 것도 빠르다. 안드로이드 앱 역시 블랙베리 앱처럼 모든 하드웨어에 접근하고 기기를 활용할 수 있다.

아예 마켓을 깔면 어떨까? 국산 스마트폰 외의 기기를 까다롭게 가리는 T스토어같은 통신사 앱 장터는 설치가 안 된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네이버 앱스토어는 어렵지 않게 깔 수 있었다.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은 앱들은 즉시 블랙베리에 깔리고 작동한다. 뭐라고 설명할 것도 없다. 그냥 안드로이드 그대로다. 네이버 앱스토어 뿐 아니라 다른 앱 장터들도 어렵지 않게 깔아서 쓸 수 있다. 불법복제 앱도 쓸 수 있다.

보안 위협은 없을까? 악성코드를 심어볼 수 없어 테스트하지 못했지만, 모든 앱들이 주어진 권한에 따라 하드웨어의 모든 부분을 제어할 수 있고 사진첩, 주소록, 일정 등에 아무렇지 않게 접근하기 때문에 정상 앱처럼 작동하며 안드로이드 기기의 정보를 유출하는 악성 앱이라고 해서 작동하지 않을 리 없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알 수 없는 소스, 신뢰하지 않는 마켓에서 내려받은 앱에 대한 설치를 차단할 수 있는 옵션을 두고 있긴 하지만 안드로이드 앱을 대부분 apk 파일로 내려받아 설치해야 하는 기기의 특성상 악성 앱에 대한 경계는 뒤따라야 한다. 커뮤니티에는 안심할 수 있는 구글플레이에서 apk 파일을 추출하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는데, 아무래도 검증된 스토어에서 앱을 내려받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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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앱도 잘 작동한다. 안드로이드 앱은 블랙베리의 모든 하드웨어에 접근할 수 있다.

블랙베리에 안드로이드가 돌아가는 건 이제 기정사실이 됐다. 그것도 아주 매끄럽게 잘 돈다. 블랙베리는 제 플랫폼보다 안드로이드에 기대는 꼴이 되기에 고민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부족한 앱 생태계를 벗어나는 데 안드로이드는 가장 확실하고 쉬운 해결책이다. 물론 안드로이드 앱을 쓸 수 있다고 해서 단숨에 블랙베리가 침체를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용자들의 이탈을 막을 순 있을 테다. 기업 입장에서도 안드로이드와 블랙베리를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우습게 볼 수 없다. 다만 최근의 블랙베리가 내리는 결정들이 모두 그렇듯 너무 늦었던 게 아닌가 싶다. 블랙베리에 대한 기대가 가득 차 있던 시기에 BBM과 안드로이드가 열렸다면 지금처럼 이렇게까지 어려운 상황에 처하진 않았을 것 같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