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스마트밴드’ 한·중·일 삼국지

2014.03.02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지시각으로 지난 2월24일부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가 시작됐다. 모바일기기에 집중한 축제인 만큼 새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가장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부터 주목할만한 흐름도 보인다. 바로 ‘스마트밴드’다.

스마트밴드는 사용자의 손목에 감아 쓰는 제품을 말한다. 보통 시계 기능도 함께 품기 마련이지만, 하루에 얼마나 운동을 했는지 등을 알려주는 기능에 집중한 제품이 많다. 열량 소비량을 계산해주기도 하고, 수면 시간을 측정해 알려주기도 한단다. 스마트밴드는 모바일 건강관리 영역에서 사용자와 가장 가까이 있는 제품이다.

원래 스마트밴드는 몇몇 스타트업의 몫이었다. 스포츠 전문업체 나이키에서 개발한 ‘퓨얼밴드’ 시리즈가 가장 유명하다. ‘핏빗’이나 ‘조본업’과 같은 제품도 스마트밴드 분야에서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 제품이다.

이번 MWC 14에서는 대형업체의 출사표에 눈길이 머문다. 국내 삼성전자와 일본의 소니, 중국의 화웨이가 나란히 스마트밴드 시장에 발을 들이밀었다. 소형 업체가 주도해온 시장에 한국과 중국, 일본 대형 제조업체가 끼어들며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개발 기술을 바탕으로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도 있으니 스마트밴드 제품의 트렌드를 짚어보기에도 좋다. 스마트밴드는 스마트시계와 함께 모바일기기 보조용품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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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기어핏’, 소니 ‘SWR10’, 화웨이 ‘토크밴드B1′(왼쪽부터)

삼성전자 ‘기어 삼총사’ 무더기 발표

삼성전자는 ‘기어’ 시리즈 3종을 한꺼번에 공개했다. MWC 14 개막 이틀 전 ‘기어2’와 ‘기어2 네오’를 소개했고, 개막식 당일 ‘기어핏(Gear Fit)’을 발표했다. 새 제품을 무더기로 쏟아내는 것도 능력이다. 과연 삼성전자 답다.

기어2와 기어2 네오는 스마트밴드라기보다는 스마트시계에 가깝다. 지난 2013년 9월 출시된 ‘갤럭시기어’의 후속 제품으로, 구글 안드로이드 대신 타이젠 운영체제(OS)로 구동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이름에서 ‘갤럭시’가 빠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배터리 사용 시간은 다소 늘어났고, 카메라가 없는 기어2 네오와 카메라 기능이 포함된 기어2 두 가지로 나뉘었다.

기어핏은 삼성전자의 본무대에 등장해 주인공 행세를 했다. 사람의 심장박동수를 잴 수 있는 센서가 들어가 있고, 쓰는 이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만보계, 잠을 자는 동안 사람의 수면 상태를 기록하는 수면 모니터 기능이 들어가 있다. 기어핏이 기록한 정보는 기어핏 화면에서 바로 보거나 무선으로 연결한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 없이 따로 쓸 수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지만,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e메일이나 문자메시지, 일정 알림을 받아볼 수 있어 좋다. 스마트밴드에 스마트시계 기능을 일부 더한 셈이다. 기어핏은 한 번 충전해 적게는 3일, 길게는 5일 정도 쓸 수 있단다. 삼성전자는 기어핏의 출시 일정을 오는 4월로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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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기어핏’

감성까지 기록하는 소니 ‘SWR10’

소니 ‘SWR10’은 지금까지 등장한 스마트밴드 중 가장 독특한 기능을 갖춘 제품이다. 소니가 주장하는 SWR10의 개발 콘셉트는 ‘사용자의 삶을 기록하라’이다. 삶을 기록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SWR10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음과 같다.

우선 사용자가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 기록해준다. 어디를 가서 무슨 책을 읽었는지도 SWR10이 담아둔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다면, 사진을 찍은 장소 등을 함께 기록해둔다. 사용자의 움직임과 위치정보, 스마트폰 연동 기능을 활용해 사람의 기억을 대신 기록해준다는 얘기다. 방문했던 장소를 기록하려면, SWR10을 두 번 두드리면 되고, 어떤 책을 읽었는지 기록하려면 연결된 모바일기기에서 전자책을 읽으면 된다.

자동으로 기록해주는 디지털 다이어리라고 생각하면 좀 더 이해하기 쉽다. 소니는 여기에 ‘라이프로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스마트폰에서는 SWR10과 연결해 쓰는 ‘라이프로그(Lifelog)’ 응용프로그램(앱)을 내려받아야 한다.

스마트밴드는 보통 운동량이나 열량 소비량과 같은 물리적인 정보를 기록하고 관리해준다. SWR10은 여기에 감성적인 요소를 더했다는 게 소니의 설명이다. 소니의 음악재생 앱 ‘워크맨(Walkman)’과 연결하면, 무선으로 음악을 고를 수도 있다.

물론, 다른 스마트밴드처럼 수면 모니터 기능이나 만보계, 열량 계산 기능 등도 기본으로 쓸 수 있다. 사용자의 스마트폰으로 들어오는 e메일이나 페이스북 메시지도 알림으로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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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SWR10’

기본에 충실한 화웨이 ‘토크밴드 B1’

화웨이 ‘토크밴드B1’도 사용자의 운동기록에 초점을 맞춘 건강관리 제품이다. 움직임을 측정해 열량을 기록해주고, 운동 진행 상황을 관리해준다. 잠을 자는 동안 얼마나 뒤척였는지, 얼마나 깊게 잠들었는지 등을 알려줘 생활패턴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토크밴드B1의 역할이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스마트폰 가방이나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고도 전화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토크밴드B1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로 동작한다.

토크밴드에는 1.4인치 OLED 화면이 쓰였다. 두께가 0.3mm, 무게가 0.1g에 지나지 않는다. 토크밴드B1의 전체 무게는 20g 수준인데, 얇고 가벼운 디스플레이 부품을 쓴 것이 무게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한 번 출전해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느냐도 큰 관심사다. 화웨이 설명에 따르면 토크밴드B1은 최대 6일 정도 쓸 수 있다. 블루투스 연결을 끊고 아무 동작도 하지 않으면 최대 30일 정도 지속된다고 한다. 기능이 많이 들어간 스마트시계는 보통 한 번 충전해 2~3일 정도 쓸 수 있는데, 토크밴드B1은 스마트시계와 비교해 충전 스트레스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내장된 배터리 부품의 용량은 93mAh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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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토크밴드B1’

스마트밴드 춘추전국…거품일까, 혁신일까

IT 시장에서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이들은 스마트시계가 주인공이 될 거라 했다. 이젠 스마트밴드가 득세인 것처럼 보인다. 갤럭시기어로 스마트시계에 침을 발라놓은 삼성전자도 내놨잖은가. 스마트밴드는 ‘다 되는’ 기기라기보단 건강관리 기능에 선택∙집중한 제품이다.

모바일 건강관리 제품은 아직 생소하다. “이런 것도 있었네” 하는 심정으로 조본업이니 퓨얼밴드 같은 제품을 써보는 이들이 조금 늘어났을 뿐이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은 2014년 모바일 건강관리 시장이 90억달러, 우리돈 9조6천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이른 전망을 하기도 했다. 모바일 건강관리 제품과 앱 등을 모두 더한 숫자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는 2014년 스마트밴드가 800만개나 팔려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캐널리스는 삼성전자를 선두주자 후보로 지목하기도 했다.

실제로 90억달러 시장이 꾸려질지, 800만대가 팔려나갈지는 지켜보면 안다. 하지만 스마트밴드가 그저 스치는 유행에 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떨치기 어렵다. 아직은 제한적인 사용 환경이 시장의 문턱에서 멈칫하게 한다. 몇 걸음 걸었는지, 하루에 내 몸이 얼마나 열량을 태웠는지 꼭 숫자로 봐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서양처럼 도로를 달리는 대신 실내 헬스장을 주로 찾는 국내라면 더 그렇다. 달리기로 뛴 코스를 기록하는 일은 지금 쓰는 스마트폰도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무엇보다 웨어러블 유행이 건강관리 쪽으로만 흐르는 것 같아 답답하다.

소니가 SWR10에 삶을 기록한다는 개념을 얹은 것도 이 같은 의문의 연장선에 있다. 무언가 더 할 수 있는 거리를 넣어주겠다는 의지다. 비록 추상적이고 희미할지라도 말이다.

스마트밴드로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가. 누군가 스마트밴드 시장 선두에 서려는 업체가 있다면, 이 물음에 먼저 답을 내놓아야 한다. 9조원이니 800만대니 하는 숫자를 거품으로 사라지도록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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