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원가 자료 공개, 안 하나 못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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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참여연대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참여연대는 방통위가 2005년부터 2011년 5월까지 2G·3G 통신서비스 요금수준을 평가한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통신사가 요금을 올릴 때 관련 원가와 통신비 수준이 적정한지 따져서 ‘요금 인가’를 한다. 통신사가 통신비를 올릴 때 방통위에 관련 자료를 제출해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참여연대는 이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방통위는 정보공개법상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방통위는 “영업비밀”이라며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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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가 정보공개를 거부하자, 2011년 7월 참여연대는 방통위를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재판부는 원가와 관련된 정보인 ‘요금 원가 산정을 위해 필요한 사업비용 및 투자보수 산정 자료’, ‘이동통신 3사가 방통위에 제출한 요금산정 근거 자료’, ‘이용 약관의 신고·인가와 관련된 적정성 심의 평가 자료’ 등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통신 산업이 공공적 성격과 자연 독점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래부와 이통 3사가 손잡아 항소했지만 올해 2월7일 서울 고등법원은 1심을 그대로 인용하며 참여연대의 손을 또 들어줬다. 이통 3사 반응은 예상대로다. 판결에 굴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미래부는 항소를 포기했고 이통 3사만 손잡고 3심에 갈 준비를 하고 있다.

“통신비, 왜 이렇게 비싼가요”

참여연대가 통신비 원가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이유는 간단하다. 통신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는 “날이 갈수록 오르는 통신비 때문에 이 소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 지난 2013년 3분기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 지출액이 2012년 같은기간 13만8636원에서 12%나 늘어나 15만5252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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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가계소비지출 가운데 실질 통신비 비중 변화 (자료: 통계청)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조사한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자료를 보자. 2011년 가계지출은 3069만원이었고 이 가운데 소비지출은 2311만원, 비소비지출은 758만원이었다. 소비지출을 보면 식료품이 27.8%로 가장 높았고, 교육비 15.1%, 주거비 12.7%, 교통비 11.6%, 통신비 7%, 의료비 5.8% 순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계 통신비 지출 비중이 평균 2%대다. 한국은 7%이니, 3배가 넘는다. OECD는 최근 한국의 통신비 지수(통신비 부담)가 OECD 국가 가운데 2위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설비투자 천문학적 비용 vs 데이터 원가 낮아져 

통신비가 비싸다는 하소연에 통신 3사가 하는 말은 항상 똑같다.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 ‘천문학적인 설비 투자’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항변이다.

이동통신 사업은 대규모 장치 사업으로, 초기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다. 정말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초기에 투자를 해 놓으면 추가 비용이 더 들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다. 운영비만 든다. 그렇다면 시간이 지나며 요금이 지속적으로 내려가는 게 맞다.

통신사는 통신비가 올라간 건 데이터를 많이 썼기 때문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한 국내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요금이 비싸다고 하지만, 3~4년 전에는 데이터 요금이 비싸 혹시라도 주머니 속 단말기 인터넷 버튼이 잘못 눌릴까봐 걱정했다”라며 “3~4년 만에 단말기로 인터넷을 맘껏 쓸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응휘 오픈넷 이사는 “신규 서비스(4세대, LTE) 데이터 원가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아졌다”라고 말했다. LTE는 확실히 3G보다 빠르다. 사용자에게도 빠르고 이통사에도 빠르다. 이통사는 속도가 빨라져서 좋다.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일까. 물론 그렇겠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통신사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드는데 LTE는 데이터를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같은 데이터를 더 적은 시간에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데이터 1GB 보내는 요금을 3G때랑 똑같이 받아도 이익이 더 난다. 통신사가 요금을 올릴 명분이 약하다는 뜻이다.

또한 새 기술인 무선 기술은 유선처럼 선을 까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 땅을 파서 선을 까는 기술은 돈이 많이 들지만 무선 기술은 기지국을 설치하고 전파를 쏘면 되기 때문에 훨씬 돈이 적게 든다.

하지만 요금은 올랐다. 전응휘 오픈넷 이사가 이통 3사 실적발표와 대신증권리서치센터 자료를 조사한 결과,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액 즉 소비자 월평균 통신비 지출액이 2세대(2G)에서 3세대(3G)로 가면서 평균 25% 증가했고, 3세대(3G)와 4세대 LTE 서비스로 이어지면서 15%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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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 이통3사 가입자당 가입비 제외 월평균 매출액 변화 추이 (자료 : 이통3사 IR)

이통 3사는 재판부가 공개하라는 자료는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기도 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원가라는 것은 자칫하면 모든 수익구조와 경쟁 구도, 영업 전략이 공개될 수 있기 때문에 상고장을 제출했다”라고 말했다.

원고 측 생각은 다르다. 소송대리인 조형수 변호사는 “이동통신 서비스 원가 관련 자료에 영업 비밀성이 있더라도 이동통신 서비스는 공공적 성격을 가지므로 요금 원가 공개로 얻을 수 있는 공익성이 더 크다”라고 지적했다. 얻을 수 있는 공익성이란 투명하고 저렴한 통신요금 책정을 뜻한다.

통신서비스는 다른 재화와 다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통신사업자들에 공평하고 저렴한 통신서비스를 국민들에 제공할 의무를 부과해 공공서비스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통신서비스 가운데서도 이동통신 서비스는 가입자가 5400만명에 이를 만큼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았으니 공공서비스의 성격이 더욱 강하다.

1심과 2심에서의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어질 수 있을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히는 비중은 평균 10건 가운데 1건이다. 조형수 변호사는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없진 않지만 낮다”라고 말했다.

헌데 판결을 못 뒤집더라도 이통 3사는 항소를 하는 게 이득이다. 대법원 판결이 나기까지는 1~2년이 걸린다. 소송이 2011년 5월 시작됐기 때문에 원고 측이 공개하라는 요금 관련 정보는 2011년 5월까지다. 공개가 돼도 시간이 지난 정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때까지 현행 통신요금 정책으로 통신비를 받을 수도 있다. 전국민이 가입자이니 100원씩만 올려도 1~2년 버티면 얼마를 벌겠는가.

적정 요금 수준 찾기 위한 첫 단추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이 내린 판결은 처음으로 이통사들에게 법적으로 통신요금 원가 관련 자료를 공개를 하라고 요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통신비 원가 자료가 공개되는 즉시 곧바로 요금이 내려가진 않을 것이다. 전응휘 오픈넷 이사는 “통신비 원가 자료가 공개되면, 현재 얼마나 통신비가 과대평가돼 있는지 알 수 있고 과거 규제당국의 잘못을 알 수 있다”라며 “합리적으로 적정 수준의 요금을 찾기 위한 단계로 가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제 마지막 고비다. 대법원도 원고 측인 참여연대 손을 들어주면 이통 3사는 도리가 없다. 미래부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공개하는데 이통 3사가 손 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매달 나가는 부담스러운 통신 요금, 안 낼 수도 없는 통신 요금, 더 합리적으로 정할 수 있을지 기다려보자.

* 통신비 원가 관련 자료 공개 소송과 관련된 법 조항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 5조 ①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①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공개대상이 된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정보에 대하여는 이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5. 감사․감독․검시․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대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7.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다만, 다음에 열거한 정보를 제외한다.

가. 사람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

나. 위법․부당한 사업활동으로부터 국민의 재산 또는 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

전기통신사업법 제3조 ③ 전기통신역무의 요금은 전기통신사업이 원활하게 발전할 수 있고 이용자가 편리하고 다양한 전기통신역무를 공평하고 저렴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28조 ① 기간통신사업자는 그가 제공하려는 전기통신서비스에 관하여 그 서비스별로 요금 및 이용조건을 정하여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여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42조 ① 기간통신사업자는 다른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설비등의 제공․도배제공․상호접속 또는 공동사용 등이나 요금의 부과․징수 및 전기통신번호 안내를 위하여 필요한 기술적 정보 또는 이용자의 인적사항에 관한 정보의 제송을 요청받으면 협정을 체결하여 요청받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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