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미래, 정부도 함께 논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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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은 정부가 하자는 대로 따라가야만 할까요? 논의도 결정도 같이 하면 어떠할까요? 세계 인터넷이 가려는 방향입니다.

오는 4월 브라질에서는 누가, 어떻게 인터넷을 이끌어야 하는지를 주제로 국제 회의가 열립니다. ‘인터넷 거버넌스의 미래를 논의하는 글로벌 이해관계자 회의’(이하 브라질 회의)입니다.

브라질 회의의 주제는 2가지입니다. 인터넷 거버넌스의 원칙 세우기와 원칙을 지키기 위한 인터넷 거버넌스의 틀 만들기입니다. 공통으로 ‘인터넷 거버넌스’라는 단어가 들어갑니다.

인터넷 거버넌스는 정책을 만들고 결정을 내리는 데 누구나 참여하게 합니다. 정부 또는 기업, 시민단체, 학자, 개인도 참여할 수 있겠지요. 사실 누가, 어디까지 참여할 수 있는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브라질에서 바로 이 논의를 하려는 겁니다. 우선은 논의 과정에 모두가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10년 전에 이미 시행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윤복남 변호사는 “2001년, 그때는 정부도 N분의 1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에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법무법인 한결한울에서 일하면서 한국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 주소인프라분과 위원으로 있습니다. 10년 넘도록 인터넷 주소자원 논의에 참가한 셈입니다.

KRNIC은 한국의 인터넷 주소자원을 관리했던 조직입니다. 한국의 ICANN이었던 셈이죠. 1999년부터 2004년, 인터넷주소자원에관한법률(주소자원법)이 시행되기까지 독립기구로 운영됐습니다. 지금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그 일을 합니다.

윤복남 변호사는 “처음엔 전길남 교수나 민간에서 화두를 던져 정부에 ‘이러저러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라면서 “2004년 주소자원법이 나오고 정부가 화두를 던지고 정책을 결정하면서 결정권을 쥐게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두 형태의 중간 모습도 있었습니다. 바로 KRNIC이 운영되던 때인데요. 윤복남 변호사는 그때를 “모두가 동등했다”라고 떠올렸습니다. 정부가 N분의 1이었다는 것은 모두가 같이 논의하고 결정도 같이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는 “인터넷만큼 민간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산업이 있을까”라고도 말했습니다.

윤복남 변호사의 회상대로면 한국은 인터넷 거버넌스를 오래 전 운영한 셈입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인터넷 거버넌스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부터 버거운 것 같습니다.

2014년 2월26일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 브라질 회의를 앞두고 준비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회의는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인 전길남 KAIST 명예교수와 브라질 회의의 EMC라는 위원회 일원인 이동만 KAIST 교수가 참석했습니다. 오픈넷과 진보네트워크센터, 망중립성이용자포럼 등도 왔습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주소협력팀장도 왔고요. 정부와 민간이 모두 모였지요.

김보라미 변호사는 이 회의에서 “정부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라며 “준비 회의를 번갈아 열자는데 그조차 어렵느냐”라며 서운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1월 첫 번째 준비회의에서 1월은 망중립성이용자포럼이 회의를 준비했으니, 2월은 전길남 교수가 이끄는 사이버 커먼즈, 3월은 KISA가 회의장소를 마련하자는 얘기가 나왔는데 KISA에서 가타부타 말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미래부 인터넷정책과 천화영 주무관은 “어느 정도 형태가 갖춰지면 시민단체의 의견을 듣는 식으로” 한다며 정부가 브라질 회의에 가서 어떤 얘기를 할지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했습니다. 다 정하기 전에 민간과 공유하기는 곤란하다는 건데요. 정부는 문서 한 장, 말 한마디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겠지만, 정하고 나서 얘기해준다는 것은 인터넷 거버넌스와 거리가 먼 생각입니다. 그래서 두 번째 준비회의에서 ‘정부는 민간과 회의하는 게 싫으냐’라는 얘기까지 나오게 된 것이지요.

잠깐의 소동이 있고 회의는 곧 끝났습니다. 10년 전 한국에 있던 인터넷 거버넌스를 재현할 수 있을까요?

브라질 회의 2차 준비 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