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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법은 인류 문명에 대한 모독”

2014.03.26

“게임중독법을 만든다는 것은 문명 전체에 대한 도전과 모독이라고 생각해요. 법안에는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콘텐츠라고 쓰여 있는데, 매체로 유통되는 콘텐츠나 글, 그림, 영상 등 모든 것을 중독 원인으로 보겠다는 것일 수 있어요.”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3월26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공대위는 이날 ‘2014 게임중독법 정책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013년 국회 발의한 ‘중독∙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게임중독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보고서다. 오는 4월 열릴 임시국회를 앞두고, 공대위는 보고서를 통해 본격적인 법안 저지 활동을 선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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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K-IDEA 사무국장, 박경신 고려대학교 교수,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최준영 문화연대 사무국장(왼쪽부터)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는 게임중독법을 문명 전체에 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박경신 교수는 “독서에 중독된 아이를 보면 이 아이가 혹시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 다양한 이유를 생각하면서도 유독 게임에 빠진 아이를 보면 게임을 문제로 지목한다”러며 “게임에 빠지는 것은 독서나 드라마에 빠지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박경신 교수는 이번 보고서에 ‘차라리 문명 중독법을 만들자’라는 제목으로 게임중독법에 반대하는 의견을 담은 칼럼을 실었다.

2011년 ‘셧다운제’ 문제를 시작으로 게임과 사회의 불협화음에 꾸준히 목소리를 낸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도 보고서 집필에 참여했다. 이동연 교수가 쓴 ‘게임중독법에 반대하는 10가지 이유’도 보고서에 담겼다.

이동연 교수는 게임중독법을 가리켜 법률이 되도록 하는 근거자료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게임중독법이 인터넷중독과 인터넷 게임물 중독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게임이 가진 문화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게임중독법의 문제다. 게임은 음악과 영상, 대화, 놀이가 융합된 복합 문화 콘텐츠다. 게임이 가진 문화적 가치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밖에 이동연 교수는 보고서에서 게임중독법이 정신의학계의 이권을 대변하고 있다는 혐의, 청와대의 최근 규제철폐 의지에 대비되는 법안이라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동연 교수는 “일부 게이머가 게임에 과도하게 빠지게 되는 문제는 규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설득과 교육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국회에는 신의진 의원의 게임중독법 외에도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 및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치유지원법)’이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 게임중독법과 치유지원법은 논의되지 않았지만, 오는 4월 예정된 임시국회에서 두 법안에 다시 관심이 쏠릴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손인춘 의원은 지난 2월 국회에서 ‘인터넷 게임중독 문제, 대안은?’을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손인춘 의원은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4월 국회에서 공청회를 갖고, 이후 법안심사소위를 거치는 등 산업계와 함께 필요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상 4월 임시국회를 겨냥해 입법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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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게임중독법 정책연구 보고서’는 문화연대와 공대위 단체에서 배포 중이다.

공대위도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꾸준한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우선 공대위는 오는 4월18일 정책포럼을 준비 중이다. 주제는 ‘문화콘텐츠 규제의 현황과 대안’이다. 공대위는 정책포럼에서 게임뿐만 아니라 만화나 애니메이션, 음악, 영화 등 각종 문화 콘텐츠에 쏟아지는 규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다.

셧다운제 위헌 보고서도 준비를 마쳤다. 셧다운제는 지난 2011년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다. 청소년이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정책으로 청소년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에 직면한 바 있다. 셧다운제 위헌 보고서는 헌법재판소를 직접 방문해 제출할 계획이다.

최준영 공대위 사무국장은 “4월 정책포럼 이후에도 사안과 상황에 따라 반대 토론회나 포럼을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대위가 발간한 게임중독법 정책연구 보고서는 문화연대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으면 된다. 공대위에 참여한 우리만화연대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20여개 단체에서도 함께 배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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