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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모바일 앱 ‘해피데이즈’ 기억하세요?

2014.04.13

‘해피데이즈’라는 기념일 앱, 기억하시나요? 아니면 요즘 한창 인기 있는 플래너 앱 ‘플랜비’는 혹시 안 쓰고 계시나요? 최근 해피데이즈가 업데이트되면서 개발자를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이 앱들을 만든 네무스텍의 정재목 이사를 만났습니다. 아는 분은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정재목 이사는 국내 원조 모바일 앱 개발자입니다. 특히 해피데이즈는 아마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앱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해피데이즈를 처음 썼던 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안 날 정도입니다. 10년도 훨씬 넘었군요. 정재목 이사를 실제로 만나는 건 처음이었는데, 마음이 아주 편하더군요. 옛날 팜이나 포켓PC 시절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색함도 금세 사라졌습니다.

아, 스마트폰 역사가 10년이 안 됐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요. 10년 전에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PDA가 유행했습니다. 특히 팜 계열의 인기는 꽤 좋았습니다. 지금 쓰는 스마트폰의 할아버지쯤 되려나요? 당시 해피데이즈는 팜의 기본 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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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데이즈는 기념일 관리 앱입니다. 생일, 결혼기념일, 제사일 등 매년 반복해서 돌아오는 날짜들을 챙겨주는 단순한 일을 합니다. 특히 음력 날짜 관리가 되지 않는 미국산 운영체제 환경에서는 결국 매년 종이 달력을 뒤적여야 정확한 날짜를 입력할 수 있습니다. 정재목 이사는 학창시절, 미국에서 우연히 팜 PDA를 구입해 여러 앱을 깔아 쓰다가 기념일 관리에 불편을 느껴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해피데이즈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피데이즈는 꽤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정재목 이사는 당시 해피데이즈를 업데이트할 때마다 소스를 GPL로 공개했고, 이를 이용해 또 다른 앱이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독일 등에서는 인기도 꽤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비슷한 목적으로 지하철 노선도 앱도 만들었고, 쓰기 편한 캘린더 앱을 위해 ‘위클리 플랜’도 직접 개발했습니다. 한국에서 PDA 시장이 별로 크진 않았지만, 정재목 이사의 앱은 하나하나가 한국인들에게 편리했고 쓰기도 쉬웠습니다.

황무지 시절부터 앱 개발에 뛰어든 원조 개발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팜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한동안 기억에서 잊혀졌던 게 사실인데요. 현재 정재목 이사는 ‘네무스텍’이라는 회사의 CTO로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2007년에 세워졌는데, 이때부터 휴대폰에 들어가는 그래픽, UI, 피처폰 앱 개발 사업을 했다고 합니다.

“2008년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았을 때 뉴튼 메시지패드에서 느꼈던 감성을 기대해 아이폰을 구입했습니다. 앱스토어가 공개된 건 아이폰OS 2.2 버전부터였는데, 당시에는 앱이 별로 없어서 팜과 마찬가지로 필요한 앱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해피데이즈를 만들었고, 일정 관리를 쉽게 하는 플랜비도 만들었습니다.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취미활동이 아니라 회사의 비즈니스로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해피데이즈는 정재목 이사 개인의 브랜드였는데, 이젠 회사 자산이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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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데이즈는 기념일을 챙겨주는 앱이긴 하지만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데이터베이스를 자동화한다는 점이 중요했습니다. 기념일 정보는 캘린더에 저장할 수도 있지만 사실 연락처에 저장하는 것이 맞죠. 거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기념일 정보를 앱에 기록할 수도 있지만 일단은 연락처에서 당겨오고, 이를 다시 캘린더로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샌드박스 정책이 강한 iOS에서 앱이 직접 캘린더 정보를 손대는 게 초기에는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얼마 전부터 접근 권한을 주는 API가 생겨 정보를 넘겨줄 수 있게 됐습니다. 비슷한 앱도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거나 생일 축하 카드를 보내주는 등의 앱도 있긴 하지만 해피데이즈는 기본 기능에 충실하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기능을 많이 더하는 것보다도 기기에 맞춰 앱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는 앱 개발 정책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네무스텍에서 만드는 앱들은 모두 iOS용이더군요. 안드로이드용은 왜 없을까요?

“일단은 제가 아이폰을 쓰고 있어서요, 하하. 제가 직접 쓰면서 스스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앱들을 개발해 왔습니다. 피드백 게시판에는 맥 버전, 안드로이드 버전의 플랜비를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많습니다. 포팅이 어려운 게 아니라 OS에 따른 종합적인 최적화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안드로이드의 위젯을 어떻게 활용할지, 버튼을 어떻게 둘지 등 좀 더 구체적인 접근이 필요해서 신중하게 됩니다. 하지만 요구가 많아서 안드로이드용 앱도 곧 내놓을 겁니다.”

10년 전 팜으로 개발할 때와 현재 iOS로 개발할 때의 차이점은 있을까요? 쓰는 입장에서는 앱 자체의 기능이 그렇게 다르지 않아 보이긴 합니다.

“개발 환경이야 엄청나게 좋아졌습니다. CPU와 메모리 등 하드웨어가 발전했습니다. 예전에는 라인마다 명령어 최적화에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동화도 잘 돼 있고, PC를 따라갈 만큼 자원도 여유롭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이나 메뉴 UX 등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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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10년 전과 현재 환경의 가장 큰 변화는 앱의 유통이 달라졌다는 걸 겁니다. 팜 시절엔 웹사이트에서 설치 파일을 내려받아 PC에서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앱을 깔아야 했습니다. 지금은 앱스토어가 이를 맡고 있지요. 그 차이가 앱 개발자에게는 어떤 느낌일까요?

“팜 시절에는 데모 버전처럼 앱을 배포하고 등록 코드를 입력하면 정품이 되는 셰어웨어 형식으로 유통하곤 했습니다. 하드웨어나 OS 제조사가 직접 유통해주지 않았기에 팜기어나 한당고 같은 PDA 앱 유통 웹사이트를 이용했죠. 이때도 수수료를 30% 떼는 방식이었습니다.”

아이폰과 앱스토어가 등장하기 전에는 개별 웹사이트를 통해 유통을 했는데 당시에는 셰어웨어에 대한 다운로드 자체가 자유로웠기 때문에 크랙 제품도 많이 유통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시로 크랙에 대한 방어코드를 개발해 붙여야 했고, 인터넷에 시리얼 코드가 돌아다니는 것에 대한 대응도 해야 했습니다. 앱스토어가 나온 이후에는 애플이 직접 유통을 해줄 뿐 아니라 앱스토어 외에서는 다운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개발자로선 수고를 덜었습니다. 무엇보다 앱스토어는 앱을 구입해서 쓰는 문화가 자리잡았다는 점이 개발자로서 반갑다고 정재목 이사는 말했습니다.

우리에게도 오랜 기간동안 꾸준히, 그리고 해외에서도 많이 쓰이는 앱이 있다는 점은 반가운 일 아닐까요. 정재목 이사 역시 이용자들의 꾸준한 반응이 고맙다고 합니다. 해피데이즈는 이번에 3.0 버전 업데이트에서 디자인부터 코드까지 거의 새로 만들다시피 했다는데요. 그래서 업데이트 대신 아예 새 앱으로 올릴까 고민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개발 과정에서 피드백이나 요구 사항이 많아 이전 앱의 업데이트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정재목 이사는 말했습니다. 해외 시장 역시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잊지 않고 써준 이용자들도 앱을 꾸준히 만들 수 있게 해준다고 합니다.

정재목 이사와 만나 앱 개발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지만 예전 PDA 시절부터 환경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즐거웠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재목 이사는 예전에 유명했던 팜, 셀빅 관련 개발자분들과 가끔 연락을 나눈다고 합니다. 지금도 곳곳에서 모바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재목 이사 외에도 팜이나 셀빅으로 국내 모바일 시장을 풍요롭게 만들었던 1세대 모바일 개발자분들 다시 만나보고 싶습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