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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 시크릿업’ 가격 인하…팬택·LGU+ 동상이몽

2014.04.20

LG유플러스와 팬택이 단말기 출고가를 놓고 서로 엇갈리는 입장을 밝혔다. LG유플러스는 4월18일 오후 “팬택 살리기에 나선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LG유플러스는 보도자료에서 “팬택의 경영 정상화를 돕기 위해 베가 시크릿업의 가격을 37% 인하해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원래 ‘베가 시크릿업’의 출고가는 95만4800원인데, 35만원가량 내린 59만9500원에 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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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는 출고가 인하 조치를 단독으로 진행하고, 이를 통해 팬택의 어려운 경영상태를 타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를 밝혔다. 출고가를 낮추면 판매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현재 베가 시크릿업은 95만원으로, 86만원대에 나온 ‘갤럭시S5’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출고가를 인하해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팬택은 이 조치를 반기지 않는 모습이다. 팬택은 보도자료를 내고 “출고가 인하가 도움은 되지만 아직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팬택 보도자료 일부다.

출고가 인하가 판매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출고가를 인하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재고 보상 금액이 지출되어야 하고, 선 구매 물량이 약속되어야 하기에 반대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재고 보상금액에 대해서는 협의가 진행되고 있고, 아직 선구매 물량에 대해서는 협의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조건이 SKT와 KT와의 조율도 필요하고, 이번 조치가 유플러스 뿐만 아니라 3개 이동통신사 공히 재고 보상의 처리, 선 구매 물량의 확정 등 후속 조치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출고가 인하는 제조사와 통신 3사가 합의한 뒤에 이뤄진다. 베가 시크릿업처럼 통신 3사에 똑같은 모델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팬택과 통신 3사는 실제로 출고가 인하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팬택으로서는 가격 인하로 직접적인 판매량을 늘릴 수는 있다. 그럼에도 팬택은 가격 인하를 내켜하지 않는 모습이다. 출고가는 제조사가 통신사에 단말기를 팔 때 받는 가격과 연결돼 있는데, 출고가를 내리면 기존에 공급한 제품에 대한 따른 차액을 제조사가 통신사에 줘야 한다. 통신사 영업정지로 인해 유동성이 묶여 있는 팬택으로서는 환급금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그 환급금을 어떻게 나누어 부담할지에 대해서 협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LG유플러스는 인하분에 대해 직접 선부담을 하고, 인하 부분에 대한 직접 부담도 하겠다며 팬택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가격 인하에 대한 판매 상승 효과를 팬택에 주기 위해 서둘러 출고가를 인하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팬택으로서는 타 통신사와 모두 협의, 조율돼야 하는데 LG유플러스가 너무 서둘러서 확정적으로 출고가 인하를 발표하면서 난감하게 됐다. SK텔레콤과 KT에도 같은 값에 공급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들과 조율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LG유플러스의 출고가 인하 조치가 과연 팬택에 도움이 될까? 팬택에 도움을 주려는 LG유플러스의 의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불특정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을 쏟아붓는 대신 출고가에 비용을 보태면 소비자로선 일정 금액을 할인받는 효과도 있다. 그간 마케팅 비용 명목으로 주던 금액을 출고가 인하에 쏟아부으면 어쨌든 가입자 차별로 지적받는 보조금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팬택은 자칫 통신사에 단말기 공급 대금을 받는 것보다 환급금을 먼저 줘야 하는 경우도 무시할 수 없다. 팬택은 이런 복잡한 문제들 때문에 출고가 인하 합의에 조심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로서는 출고가 인하라는 점에서는 팬택과 합의를 봤다고 판단했고, 이왕이면 단독 영업 기간인 현재 빨리 팬택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해 가입자를 유치하고 싶었을 수 있다. 물론 LG유플러스는 그 과정들이 팬택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의 갤럭시S5 임의 출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영업 정지 전에 가입자를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한 마음이 앞선 것이다. 하지만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팬택을 보면 출고가 인하는 너무 성급한 조치였다. 긍정적인 호의에서 시작했더라도 상대방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그런 일일수록 더 신중하고 확실한 협의가 된 이후에 움직였더라면 더 보기 좋은 그림이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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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