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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가 합헌이라는 ‘꼰대’들께

2014.04.25

세상 참 답답한 일 투성이다. 요즈음 특히 그렇다.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던 이라면, 모를 리 없는 사건 하나 더. 4월24일 헌법재판소가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이른바 ‘강제적 셧다운제’를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이병찬 법무법인 정진 변호사와 문화연대, 학부모, 학생이 주축이 돼 헌법재판소에 셧다운제 위헌 소송을 제기한 것은 지난 2011년의 일이다. 3년여 시간이 흘렀다. 헌법재판소는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무척 오랜 시간 동안 셧다운제 앞에서 입을 닫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셧다운제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던 이들은 헌재의 결정 앞에서 셧다운제가 옳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일 명분을 잃어버렸다. 남은 것은 우리가 옳다는 믿음뿐이다. 안타깝지만, 법 앞에서 믿음은 별로 쓸모가 없다.

너무 비관적인 것 아니냐고? 맞다. 이건 지난 3년 동안 셧다운제의 뒤를 따라온 자의 무기력한 푸념이다. 앞으로 한동안은 셧다운제 얘기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공허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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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문, “청소년은 미숙한 존재”

헌법재판소가 합헌을 내린 까닭이 가관이다.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청소년을 정의하기를 “자기행동의 개인적, 사회적 의미에 대한 판단능력, 행동 결과에 대한 책임능력이 성인에 비해 미성숙한 존재”라고 명시했다.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발달을 위해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이 셧다운제에 합헌 결정을 내린 이유다.

셧다운제를 반대하던 이들과 헌법소원을 낸 사람들이 내걸던 주장은 이것과 대척점에 있었다. 청소년의 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들어 반대 목소리를 높여 왔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과도한 인터넷게임 이용과 중독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제기되지만 가정, 학교 등의 자율적 노력만으로는 적절한 대처가 어려워 도입된 제도”라며 “시간과 대상이 심야 시간대, 16세 미만 청소년으로 제한돼 있어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과연 헌법재판소가 셧다운제를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우선 ‘과도한 인터넷게임 중독’이라는 대목이 눈에 밟힌다. 무엇이 과도하다는 말일까. 또 무엇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다는 뜻일까. 과학적이고 논리적이지 않은 설명이다. 감정적으로 과도하고,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게임은 아직 의학계에서 중독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연구 결과조차 없다. 전세계적으로도 게임을 중독물로 분류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재판관 7명이 ‘합헌’ 판결을 내렸다. 나머지 2명은 셧다운제를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최소 6명의 재판관으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아야 한다. 셧다운제 합헌 결정을 이끌어낸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9명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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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법, 치유지원법…앞으로가 더 깜깜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헌법재판소의 24일 결정으로 사실상 셧다운제는 더이상 논의하기 어렵게 됐다. 물론 법적으로는 헌법재판소에 다시 위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재판관 구성이 바뀌거나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판결은 번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셧다운제 위헌소송이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 2011년 6월이다. 3년여 세월이 흘러 결론이 났다는 뜻이다. 위헌소송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일이기도 하다.

지난 2011년부터 이번 셧다운제 위헌 소송을 진행해 온 이병찬 법무법인 정진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병찬 변호사는 함께 힘을 모았던 문화연대와 함께 헌법재판소 심리를 방청하기도 했다.

“이제 막 결정이 나온 만큼 뭐 아직은 거대한 흐름이 있다고는 할 수 없지요. 하지만 앞으로 게임중독법이나 치유지원법이 탄력을 받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긴 합니다. 게임에 대한 한국 사회의 벽이 얼마나 높고 공고한지 다시 한 번 확인했어요. 아쉽죠.”

앞으로가 더 우려된다. 지금 국회에는 이른바 ‘게임중독법(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발의)’과 ‘치유지원법(손인춘 새누리당 의원 발의)’이 올라가 있다. 셧다운제 합법 결정을 계기로 게임이 나쁜 매체라는 인식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의 심리 결과가 나오자 여성가족부가 보도자료를 냈다. 다음은 여성가족부의 입장 중 일부다.

“최근 청소년의 인터넷게임과 스마트폰 과다 이용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국민적 우려가 심각한 상황임을 고려하고,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보호를 지향하는 헌법 이념과 공공의 가치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 사료된다.”

여성가족부는 보도자료에서 “부모 교육과 캠페인 등을 통해 셧다운제의 실질적 효과가 더욱 증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게임을 대하는 여성가족부의 의견이다. 여성가족부는 보도자료를 낸 이후 논평에서 게임 산업을 ‘선한 산업’으로 이끌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애당초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가치판단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의견이다.

최준영 게임 규제개혁공동대책위원회 사무국장(문화연대)은 “헌재의 합헌 근거가 비과학적이고 객관적이지 않아 황당하다”라며 “게임뿐만 아니라 콘텐츠 산업의 전반적인 표현의 자유, 문화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도 규제나 검열에 저항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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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주의, 꼰대니즘, 엄숙주의

헌법재판소의 이 같은 판결은 그동안 셧다운제에 반대 목소리를 내 온 이들의 주장을 짓밟는 결과나 다름없다.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은 성인에 비해 미성숙한 존재인 청소년이 결코 가질 수 없는 권리 아니겠는가. 적어도 이 땅에서는 말이다.

헌법재판소가 보여준 계몽주의의 극치는 바로 가정의 고유한 권리에까지 법의 간섭이 미쳤다는 것을 합헌으로 봤다는 데 있다. 청소년이 심야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의 소관이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교육 권리요, 양육의 책임이자 사생활이다. 셧다운제는 그 자체의 층위에서 위험할 뿐만 아니라 법의 망치가 서슴없이 가정까지 침입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다음은 헌법 제10조와 유엔이 발표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중 일부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18세 미만의 청소년 까지가 적용 대상이다. 한국은 이미 1991년 비준했다. 유엔 협약 비준은 국내법과 똑같은 효력을 갖는다.

◼︎ 대한민국헌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16 조

1. 어떠한 아동도 사생활, 가족, 가정 또는 통신에 대하여 자의적 이거나 위법적인 간섭을 받지 아니하며 또한 명예나 신망에 대한 위법적인 공격을 받지 아니한다.

청소년은 온갖 나쁜 것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그들을 가르치려드는 어르신들의 근엄한 표정이 눈에 선하다. 어디 헌법재판소뿐일까. 하물며 국민도 ‘미개’한 마당에 청소년이 계몽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셧다운제가 심야 시간으로 한정돼 있고, 적용 대상이 일부 연령대의 청소년이라고 해서 규제가 과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누군가 미술 작품이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놨다고 상상해보라. 16세 미만의 청소년만 책을 읽을 수 없도록 했다고 생각해보자.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청소년을 미숙한 존재로만 정의하는 ‘꼰대사회’가 동시에 게임을 문화로 인정하지 않은 ‘엄숙주의’에 빠질 때, 이 둘의 화학반응이 얼마나 끔찍한 저주를 내릴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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