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 영업정지,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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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난 3월13일부터 시작한 순차적 영업정지가 아직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두 통신사씩 묶어서 영업정지를 시행하기 때문에 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각각 22일씩 단독 영업을 하게 됐다. 지난 4월27일부터는 마지막으로 KT가 단독 영업을 시작했다. KT의 단독 영업은 5월18일까지다.

아직 모든 영업정지가 끝나진 않았지만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면서 이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아직 결론을 낼 수는 없지만 이제까지 통신3사를 휩쓸고 지나간 이야기들을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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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불편하지만 새로운 혜택 등장

일단 소비자들은 불편하다. 정부는 통신사들을 혼낸다고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는데 그 사이에 정작 발이 묶인 건 가입자다. 사고 싶은 제품을 사지 못하고, 고장이나 분실의 상황에 한해서 꽤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새 스마트폰을 살 수 있게 됐다. 영업정지 기간에 딱 등장한 ‘갤럭시S5’를 비롯해 직전에 나온 ‘G프로2’, ‘베가 시크릿업’ 같은 새 기기를 구입하는 데 분명 불편함을 겪고 있다. 이는 각 통신사들의 영업 정지가 풀리는 날 갑자기 번호 이동 수치가 늘어나는 것과도 관련 있다.

번호이동 뿐 아니라 기본적인 부가서비스도 가입 안 된다. 가장 불편을 겪는 것이 ‘데이터 셰어링’이다. 1개의 스마트폰을 쓰는 이용자가 태블릿을 비롯한 또 다른 통신 기기를 쓸 때 2대까지 추가 비용 없이 데이터 통화량을 공유해 쓸 수 있는 데이터 셰어링은 통신사 전산망에서 ‘신규 가입’으로 인식되면서 개통처리 자체가 안 된다. 방법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냉정하게 보면 좋은 점도 없진 않았다. 각 통신사들이 단독 영업을 앞두고 솔깃한 혜택을 쏟아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무엇보다 고가 요금제의 상한선이 8만원으로 내려왔다. 결합 상품은 더 단단해졌고, 약정을 갱신하는 것에 대한 혜택도 더해졌다. 일부 가려운 부분이 해소되긴 했다. 결정적으로 단말기 출고가를 내리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이는 실제로 이뤄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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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상 짓는 판매점, 피해는?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는 판매점과 영업점이다. 물론 판매점이 보조금 과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미래부도 대부분의 판매점이 통신사들의 보조금 정책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유통 구조를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정상적인 유통 구조에 대한 처벌로 영업정지 카드를 꺼내든 것인데, 정작 영업정지를 당한 곳은 통신사가 아니라 판매점이다.

통신사들은 신규 가입자를 받지 못할 뿐 요금은 정상적으로 받아왔다. 반면 휴대폰을 판매해야 이윤을 남길 수 있는 판매점들은 가뭄에 콩나듯 매장을 찾는 기기변경 소비자가 전부였다. 영업정지 기간에 문 앞에서 휴대폰 대신 아침마다 김밥, 과자를 팔던 판매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통신사들은 판매점들의 피해를 일부 지원해주는 정책을 세우기도 했지만 손해를 피할 수는 없다. 꼭 영업정지 뿐이 아니라도 최근 급격히 얼어붙는 시장 분위기상 여전히 많은 판매점들이 매장 운영의 존폐를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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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란한 단말기 제조사들

단말기 제조사들도 보조금 전쟁의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다. 여전히 보조금이 잘못이냐는 것에 대한 논란이 해소되진 않았지만 단말기 구입 장려금 역시 통신사의 보조금에 녹아 들어갔기 때문이다.

일단 삼성전자는 갤럭시S5의 글로벌 출시일을 맞추지 못했다. SK텔레콤이 단독 영업 기간에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단독으로 출시한 것이 이유로 꼽힌다.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팬택은 영업정지로 인해 판매량이 줄었고, 그만큼 자금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는 상황에 닥쳤다. 통신 3사는 팬택을 배려해 신제품 출시를 영업정지 이후로 미루자고 합의하긴 했지만 그 때까지가 문제였다. LG유플러스는 팬택과 협의해 단말기 출고가를 낮추겠다고 했지만 협상은 결렬됐고, 외려 이를 추진했던 LG유플러스와 KT가 팬택의 단말기를 팔지 못하게 되면서 팬택의 상황은 더 어렵게 됐다.

50:30:20 시장점유율 붕괴하나

보조금에 대한 이야기가 잠잠해지면서 가장 자극적인 소식은 역시 ‘점유율에 변동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굳건할 것만 같던 SK텔레콤의 50%, KT의 30% 점유율이 무너지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진다. 이 숫자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건 이번 영업정지 형태가 2개 통신사는 영업을 못하고 그 기간 동안 한 곳에서만 번호이동과 신규 가입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점유율은 조금씩 변하기는 했지만 시장의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KT의 단독 영업 기간이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에 전체 판정은 미루어야겠지만, 지금까지 상황으로는 LG유플러스가 꽤나 덕을 봤다. SK텔레콤이 단독 영업을 하는 동안 약 14만4천명을 유치했고, LG유플러스는 약 6만3천명을 내어줬다. 반면 LG유플러스는 단독 영업 기간동안 18만7천명을 끌어당겼고, SK텔레콤은 11만9천여명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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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단독영업을 마친 3월13일부터 4월26일까지의 가입자 증감

LG유플러스가 무제한 요금제와 대박기변 등의 미끼를 던지고 적극적으로 대했던 것도 있지만, 각 통신사의 규모가 작을수록 번호이동을 유도할 수 있는 ‘예비 고객’이 많았던 것도 이유로 꼽힌다. 점유율이 50%인 SK텔레콤은 나머지 50%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20%의 LG유플러스는 나머지 80%의 SK텔레콤, KT 가입자가 모두 대상자다. 게다가 영업정지의 특성상 얼어붙은 분위기에서 시작하는 첫 번째 사업자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에서 약 6만4천명,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에서 약 11만9천명을 끌어오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물론 SK텔레콤의 통신 장애는 심각한 악재로, LG유플러스에게는 큰 호재로 작용했다.

이제 남은 건 KT다. 3월13일 이후 영업을 못 해온 KT는 무려 14만8천710명의 가입자가 줄었다. KT는 결합 요금제와 기기변경의 제한을 낮추는 스펀지 기기변경을 내세우고 있다. KT는 27일과 28일 이틀을 합쳐 2만2천501명이 가입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갤럭시S5 등 신규 단말기로 쏠리는 대기 수요이기 때문에 회복 추이는 두고봐야 한다. 또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후에 또 다시 추가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예정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가입자 변동은 6월 이후에나 파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