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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석 “‘전화’에 갇힌 고정관념 깨고 싶었다”

2014.05.21

‘서울디지털포럼(SDF) 2014’가 5월21·22일 이틀 동안 서울에서 열린다. 이틀간 수많은 세션이 열린다. ‘뛰어넘다’라는 주제가 눈길을 끈다. 뛰어넘는 데에는 대개 ‘한계’라는 목적어가 따라붙게 마련이다. 그 한계는 과연 무엇일까? 기술적인 한계도 있고 생각의 한계도 우리에게는 분명히 있다.

‘선입견을 깨라’는 주제로 SK텔레콤의 위의석 상품기획 부문장이 발표를 했다. SK텔레콤이 꺼내놓은 ‘T전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얼핏 보면 흔히 포럼에서 스폰서 업체가 나서서 상품 광고를 하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전화에 대한 고정관념이 수십년간 우리의 생각을 묶어놓았다는 요지의 발표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위의석 부문장은 SK텔레콤 안에서도 꽤 눈에 띄는 임원이다. 외모 때문이다. 긴 머리를 늘어뜨린 임원은 아무래도 아직 낯선 모습이다. 위 부문장의 긴 머리가 어색하다는 게 아니라 다소 딱딱한 SK텔레콤이라는 조직이 어색하다고 느껴지는 쪽이 가깝겠다. 그런데 남자가 머리를 기르면 안 된다는 생각은 과연 어디에서 왔을까? 심지어 남자가 머리를 기르는 게 불법인 시절이 그리 오래 전의 이야기가 아니다.

WI_Euiseok

그렇게 선입견을 뛰어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 위의석 부문장의 주된 소재는 T전화였다. T전화는 SK텔레콤이 스마트폰에 집어넣은 전화통화 앱이다. 위의석 부문장은 전화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하루종일 손에 쥐고 사는 전화는 유선전화와 휴대폰을 거쳐 스마트폰으로 급격하게 발전해 왔지만 걸고 받는 전화 그 자체의 역할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요즘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의 전화기 아이콘이 왜 수화기 모양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SK텔레콤 내부의 반응은 심드렁했습니다. SK텔레콤의 가장 중요한 수익 모델인 전화의 기능을 개선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에 대해 ‘잘 끊어지지 않는다’, ‘빨리 걸린다’, ‘통화 품질이 좋다’는 식의 접근만 했습니다. 가입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무도 불편한 사항들을 이야기하지 않았고 요금은 꼬박꼬박 걷혔습니다.”

카카오톡이 문자메시지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한 이후 위기감이 돌긴 했지만 전화가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답을 내놓지 못했다. 전화기의 형태와 네트워크는 변화했지만 전화 그 자체에 대해서는 ‘그래야 한다’는 생각 아래 너무나 오랫동안 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다이얼을 누르고 귀에 대고 하고 싶은 말을 전하기만 하면 끝이었다. 어찌 보면 스마트폰은 전화와 앱이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다. 전화앱이 앱이라는 생각, 얼마나 하고 있을까?

“서비스 주체가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UX와 UI에 대해 손대지 않는 건 통신밖에 없습니다. 전화가 걸려오면 화면에 전화번호가 뜨는 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그 조차도 누구인지 모릅니다. 모르는 전화는 대개 광고전화인 경우가 많다 보니 통신사는 어느새 나쁜 전화를 연결해주는 회사가 돼 있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이미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뤄집니다.”

‘전화벨이 울리는 것부터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말이 인상깊다. 스팸전화를 받지 않는 것도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왜 전화 앱의 UI를 통신사가 손대지 않는지에 대한 접근이 여기에서 시작했다. T전화는 다이얼을 뒤로 숨기고, 자주 전화하는 사람 12명을 메인 화면에 꺼내 놓는다. 그리고 전화 앱을 열었을 때 누구에게 전화를 걸지 예측한다. 주로 조금 전에 남겨져 있던 부재중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던 상대방을 띄워주면 대부분 맞는다고 한다.

SKT-tcall

스팸 전화를 받기 싫다는 요구 사항이 특히 많았는데 그 데이터베이스는 기존 기업에 눈을 돌렸다. 스팸 전화 걸러내기 앱을 만든 스마트업과 협력해 데이터베이스를 채웠다. 요금에 대한 것도 전화 앱에서 보는 게 맞기 때문에 전화 앱에 합쳤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전화를 다시 그렸습니다. 고객센터와 통화를 하면서 화면으로 메뉴를 만질 수 있고, 가족과 통화하면서 현재 위치를 파악하거나, 배달 음식을 주문하면서 화면에서 메뉴를 보고 결제 정보를 입력하는 것처럼 T전화는 확장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가 발전되고 쿼드코어의 엄청난 하드웨어가 있는데 왜 전화는 대체 변화지 않았던 걸까요?”

더 나아가서 단순히 새로운 전화 앱이가 아니라 전화를 둔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바꾸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 T전화는 관련 API를 공개해 다른 기업들이 전화 관련 앱을 만들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그렇게 다이얼과 통화 버튼 일색의 전화 역사는 이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마지막 이야기가 인상깊다.

“아이가 ‘공주’라고 하면 가냘프고 예쁜 이미지를 가질까 걱정했습니다. 공주는 임금님의 딸이니 예뻐야 하는 게 아니라 임금의 딸로 백성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는 게 더 중요합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당연하게 뒀기 때문에 볼품없는 꼴로 유지되는 게 많습니다. 있는 것들도 뒤집어보고, 다시 고민해보고,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수 없을까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의석 부문장의 발표는 현장에서 반응이 꽤 좋았다. 서비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스토리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T전화는 그 기능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를 두고 논쟁이 적잖았던 서비스다. 통신사가 스마트폰 디자인에 대한 지배력을 갖는 것에 대한 우려 속에서 조심스럽게 성장하는 게 바로 T전화다. 그리고 수년전 피처폰 시절 SK텔레콤이 ‘통합 메신저’로 휴대폰 UX의 퇴보를 이끌었던 기억과 합쳐져 처음부터 마이너스에서 시작한 서비스이기도 하다. 선입견을 깨는 것으로부터 시작한 T전화 역시 여러 가지 선입견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걸 깨주는 것은 본질에서 시작한 솔직한 이야기였다는 점이다. 비싼 모델을 쓴 광고보다 잠깐 동안의 발표가 더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도 그 자체로 ‘인기와 비용이 곧 전달 효과와 연결’이라는 선입견을 깬 사례가 아닐까.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