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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요금 인가제냐 신고제냐, 그것이 문제로다

2014.06.13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6월12일 ‘통신요금규제 개선 로드맵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야기한 통신요금 규제는 통신요금 인가제를 가리킨다. 토론회는 통신요금 인가제를 신고제로 바꿀 것이냐를 논의한 자리였다.

그 동안 1위 통신 사업자들은 요금제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으려면 정부에 인가를 받아야 했다. 대상은 무선 부문의 SK텔레콤, 유선 부문의 KT다. 지난 1996년부터 두 회사는 계속해서 새 요금제에 대해 인가를 받았다. 다른 사업자들은 신고만 하면 됐다. 이 제도는 그 동안 조금씩 개선돼 왔다. 최근의 큰 변화는 2010년 시장 지배 사업자도 요금을 내릴 때는 인가 대상에서 제외된 것 정도다.

정부는 이 요금인가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이 인가제를 폐지해 통신사간 요금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민주당도 올 2월 비슷한 내용의 정책 대안을 발표하면서 통신요금 인가제도가 요금 인하를 막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청와대도 6월 대통령 업무보고에 요금 인가제를 개선하기 위한 로드맵 수립을 보고받기로 했다. 토론회 역시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갈 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자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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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의견은 둘로 갈린다. 인가제를 폐지하고 신고제로 갈 것이냐, 현행 인가제를 유지할 것이냐다. 일단 미래부는 5가지 안을 제시했다. ①현행 인가제 유지, ②인가제 보완, ③인가제 폐지 및 신고제 보완 ④완전 신고제 ⑤인가제·신고제 모두 폐지다. 이 5가지는 대안으로 발표되긴 했지만 이게 사실상 미래부의 로드맵이다. 이 단계를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밟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그 다음 문제다

LG유플러스 강학주 상무 : 현재도 SK텔레콤은 가입자를 묶어두는 상품들을 많이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가족결합, 망내 통화 무료 요금제 등이다. 이런 것들이 사실상 부당 경쟁 요소들인데, 인가제마저 사라지면 더 심한 것들이 나올 수 있다. 이용자 차별보다도 시장 불균형이 더 심각한 문제다.

KT 김충성 상무 : 인가제 개편의 전제는 통신시장의 지배사업자가 경쟁을 성실하고 공정하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은 확신이 들지 않는다. 인가제가 강한 규제는 아니다. 인가제가 있기 때문에 요금 경쟁이 가로막히지도 않았다. 독점적이고 가입자를 빼앗아가는 요금제를 평가한다고 했는데, 좀 더 폭넓은 시야의 규제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인가제 개편 논의가 더 합리적이다.

일단 사업자들은 규제 당사자인 SK텔레콤의 인가제 폐지와 KT·LG유플러스의 인가제 유지쪽으로 명확히 갈렸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50% 시장점유율을 막을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 그리고 인가제마저 사라진다면 SK텔레콤의 공격적이고 가입자를 빼앗아가는 요금제가 나올까 걱정하는 눈치다. 반면 SK텔레콤은 왜 이런 규제를 받느냐는 입장이다.

SK텔레콤 하성호 상무 :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치열한 시장 경쟁 상황에서 새로운 상품을 적절한 시기에 만들고 상품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입자를 빼앗는 약탈적 요금제에 대한 지적이 나왔는데, 실제 시장에서 선발 사업자가 요금을 내려서 불공정 경쟁하는 사례도 없다. 경쟁자를 배제하는 요금제를 내놓지도 않는다. 현행 인가제 하에서는 요금을 내리는 것 외에는 구간조정, 형태변경까지도 모두 인가를 받도록 해서 시장 경쟁에 대응하기 어렵다.

김홍철 알뜰통신사업협회 회장 : 경쟁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요금 인하를 위해 알뜰폰이 도입됐지만 아직 6%도 미치지 못했다. 경쟁을 저해하는 요소를 막자는 것이지 요금 인하를 막자는 건 아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아직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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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업계의 입장도 KT나 LG유플러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늘 나오는 통신사들의 ‘도매 가격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학계의 주장도 엇갈렸다. 경희대 경영학부 강병민 교수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짚었고, 명지대 경제학과 조동근 교수는 불필요한 규제라고 맞불을 놓았다.

경희대 경영학부 강병민 교수 : LTE로 오면서 5대3대2의 고착 구조가 조금 완화되긴 했고, MVNO 가입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긴 하다. 단통법도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과연 이 정도로 신고제가 정착될 요건이 될 수 있을까. 여전히 보조금 경쟁이 치열하고 단통법 효과도 예측하기 어렵다.

정치권에서는 가계통신비를 내리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는데, 과연 이게 진짜일까 생각해보자. 현행 인가제에서는 요금제 경쟁이 불가능할까? 현행 요금제는 사실상 가격 상한제로, 값을 내릴 때는 규제가 없다. 인가제 하에서도 다 가능했다. 통신시장 특성상 정부가 이용 약관 변경 요구권을 갖고 있을 필요도 있다.

명지대 경제학과 조동근 교수 : 이유식을 뗄 때도 과감하게 해야 한다.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는 단번에 떼어내야 할 것이다. 중립적으로 보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두가 답을 알고 있다. 인가제가 왜 필요했을까? 처음에는 초기 사업자가 독점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어느 정도 시장이 경쟁 상태로 안정되도록 하는 것이 규제다. 벌써 그런 시장이 오래 이어져 왔다. 어떤 효과가 있는가. 요금 경쟁을 못하게 되니까 보조금 경쟁을 하는 것 아닌가.

학계에서는 요금제 인가제도가 그간 통신요금을 내리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었는지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었다. 과연 인가제가 요금을 내리는 데 걸림돌이 됐고, 신고제 전환이 단통법 시행으로 단말기 경쟁에서 요금제 경쟁으로 구도가 바뀌는 데 대한 마중물로서의 효과가 있을까 하는 점에 대해서는 결론이 안 났다.

소비자단체의 생각은 현재 점유율 구도가 썩 정상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는 데는 의견을 맞췄다. 다만 이 정도의 규제라도 있어야 지배 사업자를 제어할 수 있다는 쪽과, 의미 없는 규제는 접자는 쪽으로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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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 : 지난 10여년간 5대3대2의 지배구조가 고착화돼 왔는데 이게 변하지 않는 건 각 기업 사이에 실질적으로 경쟁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본다. 언뜻 보면 엄청난 경쟁처럼 보이지만 마케팅 외에 제대로 된 가격 경쟁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SK텔레콤은 요금 인가제 때문에 요금 경쟁이 가로막혔다고 했지만 그동안 요금 인하는 주로 2·3위 업체들이 이끌어 왔다. 현재로서는 건강한 경쟁을 기대하기 어렵고 적절한 수준의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 아직까지는 인가제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신고제로 변경될 것이다. 그 전에 앞서 사후 규제를 위한 강력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요소가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YMCA 신종원 실장 : 선발사업자가 인가제를 깨고, 후발사업자들이 유지하자고 하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하다. 그동안 요금 인가제는 제대로 된 요금 경쟁을 막는 구도였다. 단통법이 시행되면 이제 제대로 된 요금제도의 경쟁으로 바뀌게 될 텐데 요금 인가제가 가로막고 있다. 폐지 혹은 적어도 변화는 필요하다.

요금 인가제의 기본 목적을 생각해보자. 소비자 입장에서 부당한 요금을 청구하는 것을 막고, 경쟁면에서는 약탈적 요금제 등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런데 그 역할을 하고 있는가. 본질이 훼손됐다. 더 이상 인가제는 의미가 없다.

미래부는 대강의 밑그림을 그린 듯하다.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이용제도과 류제명 과장은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 논의하고 있다”라며 “요금제의 원칙은 산업이 원활하게 발전하되, 소비자들에게 공평하고 저렴한 요금제가 제시돼야 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인가제로 요금이 내려가는 것과 경쟁이 유지되는 것에 대해서는 답을 내리지 못한 듯하다.

다만 토론회 말미에 “5가지 중 2, 3번째 안을 위주로 선택하고 이후에 어떻게 운영할지 밑그림을 그릴 것”이라며 인가제 완화에 대한 선을 그었다. 2, 3번째 안이란 인가제를 보완하거나, 인가제를 폐지하고 신고제를 보완하는 방안을 가리킨다. 둘의 차이점이라면 통신사가 요금제를 출시하는 것에 대한 인가를 해주냐, 아니면 신고 요건을 갖추면 즉시 요금제를 낼 수 있느냐다. 대신 둘 다 사전 심사의 비중을 줄이고, 요금제 출시 이후에 더 강한 규제를 하는 쪽으로 이끌겠다는 것이다. 변정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실장도 “출시되지 않은 요금제를 두고 그 영향이나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래부는 이미 어느 정도 인가제에 손을 대겠다는 속내를 비췄다고 볼 수 있다.

토론회를 지켜본 전반적인 느낌은 과연 이 제도가 얼마나 효용성을 갖고, 어느 정도 규제 역할을 해 왔냐는 것이다. 인가제도가 요금을 끌어내리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라는 주장도 다소 의아했다. 일단 미래부는 요금인가제 축소나 폐지쪽으로 로드맵을 짠 듯한데, 그 효과나 효용성 등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그래야 제대로 된 로드맵이 나오지 않을까. 6월에 한다는 청와대 보고가 며칠이나 남았나 따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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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