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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붕당’으로 풀어보는 게임규제

2014.07.10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조선시대 ‘붕당정치’를 엮는 것은 커뮤니티 ‘pgr21’에 올라온 ‘탕수육으로 본 조선시대 붕당의 이해’ 게시물이 원조입니다. 이를 국내의 게임규제 현황에 결합하는 아이디어는 토마토TV 최준호 기자가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빌려왔음을 밝힙니다. 최준호 기자와는 따로 만나 이 아이디어를 새로 가공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실제 조선시대 붕당 상황과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억지로 끼워맞춘 지점도 많습니다. 재미로 봐주세요. :)

대한민국에 게임이라는 새로운 콘텐츠가 들어오면서, 정치권은 이 문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했다. 여의도의 대신들과 시민들의 생각이 나뉘게 됐는데, 2011년을 기점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동인’과 자유롭게 놔두자는 ‘서인’으로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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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규제 강경파’  몰아낸 서인반정

처음에는 게임 규제론을 펼치는 ‘동인’의 힘이 더 강했다. 2011년 4월 강제적 셧다운제 통과의 발판이 되기도 했으니. 그 와중에도 동인 세력은 둘로 갈렸는데, 강제적으로 게임을 중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강경파 ‘북인’과 선택적으로 중단할 수 있도록 하자는 온건파 ‘남인’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과격파인 북인의 목소리가 더 컸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규제 특성상 선택적으로 활용하도록 한 선택적 셧다운제보다 더 넓은 범위에 영향을 끼쳤음은 물론이다. 당연히 규제에 반대하는 서인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날로 높였다.

그 사이 북인 쪽에서 게임 쿨링오프제까지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게임을 연속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규제해 쉬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 어처구니를 잃어버린 서인은 북인을 몰아내기에 이른다. ‘서인반정’이다.

정치권에서 이들이 입씨름하는 사이 게임을 자주 즐기는 이들과 보통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끼친 것은 바로 서인 쪽이었다. 서인은 대중의 지지를 얻어 과격파인 북인을 몰아내고, 득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도적으로는 북인이 만든 셧다운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이었다. 두 세력의 입장 차이는 토론으로 이어지니 이는 ‘예송논쟁’으로 격화된다. 셧다운제 폐지 헌법소원도 이때 등장한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게임을 규제하자는 동인의 의견을 따랐다가, 또 어느 날은 ‘한국형 닌텐도’를 만들자는 의견을 펼치는 등 갈피를 잡지 못했다.

대중의 지지를 얻은 서인은 다시 자율적이고, 선택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소론’ 쪽과 규제를 하겠다는 것은 애당초 동인과 북인이 주장한 규제론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맞서는 ‘노론’으로 나뉘게 된다. 노론의 중심에는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대표가 있었다.

전병헌의 ‘1차 탕평론’ 등장과 신의진

노론과 소론, 그리고 남인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중 탕평책이 나온다. 규제는 규제대로 남겨두되, 부모의 동의를 얻으면 강제적 셧다운제를 피해 선택적 셧다운제를 활용하도록 하자는 의견이다. 탕평책은 당시 야당의 우두머리였던 전병헌 의원이 제시했다. 이것이 바로 1차 탕평론이다.

하지만 1차 탕평론은 별다른 빛은 보지 못했다. 그러는 와중에 신의진 의원이 ‘중독법’을 제시하며 시민의 분노를 사 고립된다. 하지만 신의진 의원과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등장했는데 이 중심엔 시파 손인춘 의원이다. 손인춘 의원은 “아니, 뭐 게임 정도는 규제할 수도 있지”라며 게임업계에 매출 일부분을 기금으로 걷자는 주장을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벽파는 시파에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미 게임 규제가 산더미처럼 많은데, 중독이니 매출 기금이니 하는 것은 사문난적이라는 의견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 기조인 ‘창조경제’는 노론과 소론, 남인을 화합하기에 알맞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적은 없다. 예송논쟁 중간 등장한 셧다운제 폐지 헌법소원은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끝내 빛을 보지 못한다.

이 시기 “한국에서 게임 만들려면 바다를 건너야 더 좋다”는 의견도 나온다. 바로 서학이다. 서학의 중심에는 룩셈부르크와 캐나다 등이 있다. 비슷한 시기에 대두한 것이 실학인데, 실학은 정부 규제와 관계없이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면 좋지 아니한가”라는 인디 정신을 따르는 이들이다. 인디게임을 만들어 즐기는 이들이 여기에 속한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인디게임 페스티벌을 준비 중이라는데, 7월18일에 열린다.

이후 2차 탕평론은 김상민 의원이 냈다. 북인의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게임중독’ 문구를 ‘게임과몰임’으로 바꿔 쓰자는 의견이다. 대신 선택적 셧다운제는 유지하기로 했다는 게 2차 탕평론의 기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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