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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용도 제각각…HDD 뭐가 다른가요?

2014.07.31

최근 하드디스크 관련 발표 간담회에 들를 일이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웨스턴디지털(WD)의 NAS전용 ‘레드(RED)’, 두번째는 씨게이트의 기업용 하드디스크 제품들이었습니다.

하드디스크를 쓰기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하드디스크라면 모름지기 읽기 쓰기가 빨라야 하고, 데이터의 손실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정성과 신뢰도 역시 좋아야 할 겁니다. 그런데 하드디스크마다 특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WD나 씨게이트 모두 이름이나 색깔 등으로 브랜드를 나누어 용도를 달리 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점점 더 잘게 쪼개지고 있습니다. 대체 이 하드디스크끼리는 뭐가 다른 걸까요.

레드를 꺼내놓은 WD코리아의 조원석 지사장은 “2년쯤 써보면 차이가 확 날 것”이라고 합니다. 신뢰도 문제라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최고 수준의 부품을 쓰고, NAS에 물려 쓰기 위한 소프트웨어도 차이를 둔다고 합니다. 디스크의 부담을 줄여서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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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더 헷갈립니다. 국내에 씨게이트를 유통하는 오우션테크놀로지의 이채호 이사에게 차이점을 다시 물었습니다. 
“용도에 따라서 하드디스크 설계 자체를 다르게 합니다. 이건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부품에 차이를 두는 경우도 있고 내부와 외부 소프트웨어로 제어하기도 합니다.”

이유는 가격입니다. 하드디스크 중에서 가장 좋은 특성을 갖고 있는 건 기업용 제품입니다. 씨게이트는 ‘엔터프라이즈’, WD는 ‘RE’라고 부르는 제품군입니다. 이건 읽기 쓰기 속도는 물론이고 안정성을 위해 좋은 부품을 쓰고 튜닝도 잘 되어 있죠. 하지만 문제는 값이 비싸다는 점입니다. 같은 용량에서 4TB 하드디스크를 보면 WD의 그린은 16만원, NAS용 RED 30만원입니다. 나온 지 조금 되긴 했지만 기업용 RE는 60만원입니다. 가격 차이가 무려 4배 가까이 납니다. 당연히 기업용 하드디스크를 모두 쓸 수는 없으니 필요한 영역에 따라 기능을 세분화하는 것이지요.

일단 기업용, 그리고 NAS나 감시카메라 등에 쓰는 하드디스크는 안정성이 최우선입니다. 그래서 하드웨어적으로 차별성을 만들어주는 부품은 진동 센서입니다. 이 진동 센서는 말 그대로 하드디스크의 진동을 읽어 흔들리지 않도록 해주는 부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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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디스크는 플래터가 회전하기 때문에 약간의 진동이 생깁니다. 그게 디스크 드라이브 하나면 별로 문제가 안 생기는데 NAS같은 대용량 스토리지에서는 하나의 드라이브에서 나는 진동이 다른 드라이브에까지 영향을 끼칩니다. 이게 서로 진동과 충격을 주고받다 보면 수명에 영향을 줍니다. 이렇게 비정상적인 진동과 충격이 일어나면 회전 속도를 줄이고 플래터를 잡아 진동을 줄여줍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하드디스크를 더 오래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지요. 데이터도 안전하겠고요. 일부 하드디스크에 들어가는 온도 센서도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열 역시 하드디스크에 좋을 게 없기 때문이지요.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읽기 쓰기에 대한 튜닝을 합니다. 보통 하드디스크는 읽기와 쓰기에 각각 50:50의 성능을 부여합니다. 데스크톱 PC가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NAS나 감시 카메라는 주로 데이터를 기록하는 기기입니다. 차라리 쓰기 쪽으로 특화하면 됩니다. 제품마다 다르지만 이런 기기에 쓰이는 하드디스크는 대체로 쓰기에 80, 읽기에 20 정도로 튜닝합니다. 90:10으로 하는 제품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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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이 중요한 하드디스크에는 데이터를 지키는 기술들이 더해집니다. 하드디스크에 기록되는 파일 자체를 아예 암호화해서 보관합니다. 보통 AES128로 기록하는데 이 때문에 하드디스크를 폐기해도 데이터를 살려내지 못합니다. 데이터를 삭제할 때도 특수한 기술이 들어갑니다. 파일을 쓸 때 각각의 키값을 따로 보관합니다. 보통 기업에서 하드디스크에 담긴 데이터를 지울 때는 다른 데이터를 추가로 썼다 지웠다 해서 완벽하게 지우는데 그게 용량이 크면 며칠씩 걸립니다. 그런데 이 기술이 적용된 디스크는 키값만 날리면 마치 부트레코드가 날아간 하드디스크처럼 싹 쓸 수 없게 됩니다.

이런 기술들이 대부분 기업용 엔터프라이즈 하드디스크에는 모두 들어가 있습니다. 이를 적절히 섞어서 보안용, 중소기업용, NAS용 등의 하드디스크로 별도 분류되어서 판매됩니다. 장삿속 같다는 느낌이 스쳐 지나가긴 하지만 차이는 분명히 있긴 합니다. 당연히 그 진가는 초반에 조원석 WD코리아 지사장의 말처럼 2~3년 뒤에나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드디스크에 담긴 자료를 날리는 끔찍한 경험을 기다릴 필요는 없을 겁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