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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에 도전한 디자이너, 2달 만에 ‘일취월장’

2014.09.02

“코딩을 배우고 나니까 말하는 방식이 달라졌어요. 웹사이트에 오류가 생기면 예전에는 ‘갑자기 배경이 빨개졌어요’, ‘동영상이 위에 있고 메뉴가 뒤에 있어요’라고 피드백을 적었는데, 이제는 ‘제트인덱스(화면 깊이)가 너무 앞으로 나와있는 것 같다’, ‘웹에 임포턴트 값이 들어가 있다’라고 얘기하니까 개발자분이 좋아하시더라고요.”

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공미라 디자이너는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나니 개발자와 말이 잘 통해서 좋다고 했습니다. ‘코딩하는 디자이너 dxd 세미나(코디)‘ 1기 마지막 수업이었습니다. 코딩하는 디자이너의 저력을 직접 보고 싶었던 저는 8월30일 저녁 강남 허브서울을 방문해 마지막 수업을 참관했습니다.

'코딩하는 디자이너 DXD 세미나' 1기 마지막 수업 현장. 최종 발표를 마치고도 대관시간을 꽉 채워 열띤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코딩하는 디자이너 DXD 세미나’ 1기 마지막 수업 현장. 최종 발표를 마치고도 대관시간을 꽉 채워 열띤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죠. 놀라웠습니다. 두 달이라는 짧은 교육 기간 동안 HTML, CSS, 자바스크립트 등 웹 앞단(프론트엔드) 개발을 배운 디자이너의 솜씨는 두 달 만에 깨우쳤다고 믿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디자이너가 코딩을 배우면 금세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던 최장호 코디 매니저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확인했습니다.

템플릿을 가져다 고치는 정도로 구현한 웹사이트도 있고, 콘텐츠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 곳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야근과 주말 근무에 치이며 틈틈이 만든 결과물임을 감안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어느 정도로 만들었는지 궁금하시다고요? 직접 보시지요. 아래는 코디 1기 수강생 분들이 직접 만든 웹사이트입니다.

“코딩 배우니 마음대로 만들 수 있어 좋아”

연예기획사 영상팀에서 연출자로 일하는 이지윤 씨는 포트폴리오 웹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이씨는 다른 플랫폼에 만든 포트폴리오 웹사이트가 이미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현할 수 있는 기능에 제약이 많아 직접 웹사이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구축해보고 싶어 코디에 지원했습니다.

이지윤 씨는 두 달 전만 해도 줄을 바꾸려면 ‘<br>’ 태그를 써야 한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왕초보였다고 합니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하나하나 검색해야 하는 점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처음에만 어려웠을 뿐, 배워보니 생각보다 할 만하다”라고 넉살을 부릴 정도가 됐습니다. 디자인을 마음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새 웹사이트가 전에 만들어 둔 것보다 마음에 든다고 했습니다.

“개발자가 가진 노하우 바로 배울 수 있었다”

7년차 디자이너 강명훈 씨는 “모르는 부분을 바로 물어볼 수 있어 좋았다”라고 했습니다. 강명훈 씨는 패션 자전거 헬멧을 만드는 회사를 준비 중입니다. 코디에서 만든 웹사이트도 창업할 회사 웹사이트였습니다.

강씨는 특히 개발자만 알려줄 수 있는 수준 높은 노하우를 직접 배울 수 있는 점이 좋았답니다. “웹표준을 구현하거나 할 때 다양한 기술을 용도에 맞게 적절히 써야 하는데,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터넷상에 정보를 보고 주먹구구식으로 만들면 웹사이트가 이상하게 되거든요. 강동욱 매니저가 용도에 맞는 걸 바로 알려주니 그런 문제는 정리되죠.”

“디자이너 시각에서 코딩 가르쳐주는 점이 맘에 들어”

이솔이 씨도 포트폴리오 웹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이씨는 코디가 디자이너 시각으로 프로그래밍을 가르쳐줘서 유익했다고 합니다. 이씨는 코디에 오기 전 코드카데미에서 인터넷 강의를 보며 공부를 해보기도 했는데 개념 잡기가 어려웠다고 고백했습니다. 프로그래밍 스터디 모임을 나가봐도 개발자 중심인 경우가 많아서 따라가기 쉽지 않았고요. 이솔이 씨는 “디자이너에 초점을 맞춰줘서 더 빨리 배운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원하는 기능 구현할 때 희열 느껴”

역시 현업 디자이너인 함민지 씨는 평소에도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식으로 마음 먹고 기초부터 배운 건 코디가 처음이었습니다. 함씨는 코디에서 포트폴리오 웹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개념을 잡는 게 어려웠습니다. 레이어로 디자인하는 포토샵과 달리 HTML은 표를 만들어 그 안을 채워가는 구조입니다. 함씨는 이런 차이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원리를 조금씩 깨닫고 나니 공부에 재미가 붙었다고 합니다.

“회사에 30분 일찍 출근해서 30분 동안 만들어보고 그랬어요. 구현하고 싶은 기능이 있는데 어떻게 만들지 모르면 계속 찾게 되요. 구현하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생겨서 거기 계속 빠져들죠. 그리고 결국 완성하면 희열을 느끼죠. 이런 재미 때문에 공부하기도 했어요.”

단순히 개인적으로 역량을 쌓는 면만 도움이 된 건 아닙니다. 많은 디자이너가 한자리에 모이니 서로의 작업물을 보면서 영감을 주고 받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었습니다. 또 각자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인적 네트워크가 돼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부족한 시간이 아쉬워

물론 아쉬움이 없진 않았습니다. 교육 기간 두 달이 너무 짧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개인 작업을 진행하면서 서로 친해지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아쉬웠다는 목소리입니다.

응용프로그램(앱) 개발 등 다른 분야도 배우고 싶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덕성여대 시각디자인학과에 다니는 윤다솜 씨는 “만들고 싶은 인터랙션을 구현하려면 자바스크립트를 공부해야 하는데 기간이 짧다보니 그렇게 깊이 들어가지 못해 아쉽다”라고 말했습니다.

강동욱 코디 매니저는 “디자이너는 코딩을 알면 혁신적인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다”라며 “개발을 할 수 있음으로써 얻게 되는 게 무궁무진한만큼, 앞으로도 공부를 계속해 달라”라고 당부했습니다.

코디는 조만간 2기를 모집할 예정입니다. 아직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코디 운영진은 1기와 공부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2기 교육을 더 체계적으로 가다듬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딩하는 디자이너 DXD 세미나' 1기 수강생과 운영진 단체 사진(사진 제공 : 코디)

▲’코딩하는 디자이너 DXD 세미나’ 1기 수강생과 운영진 단체 사진(사진 제공 : 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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