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을 앞두고 서비스 개선을 선언했다. 단말기 보조금이 아닌 실질적인 서비스 개선으로 건전한 경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9월22일 오전 SK텔레콤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과 관련된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박인식 사업 총괄은 ‘바른 경쟁’을 선도하고, 고객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생태계에는 상생과 협력을 하겠다는 기본 전략을 설명했다.

이 내용은 그간 SKT가 이야기 해 온 가치들과 크게 다르진 않다. 하지만 가장 궁금했던 단통법 이후의 단말기 유통 전략과 새로운 서비스들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들을 수 없었다. 아직까지 시행령이 나오지 않았고, 몇 가지 서비스와 요금제의 정부 인가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조금에 대해서는 말만이 아닌 실제 법으로 규제되는 만큼 아예 염두에 두지 않고 가입 형태나 요금제에 따른 차별을 두지 않겠다는 등 단통법의 기본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법안의 쟁점인 통신사 보조금과 제조사 판매 장려금의 분리 공시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SK텔레콤도 판매와 유통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통신사들의 전략은 비슷하게 흐르고 있다. 보조금이 막히면 가입자를 끌어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더 나은 요금제와 서비스를 내세우겠다고 밝혀 왔다. 그렇게 나온 것들이 ‘T끼리 요금제’나 ‘음성통화 무제한’ 등 새로운 요금제와 멤버십 무제한 서비스들이다. 무제한에 사실상 제한이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기는 하지만 일단 경쟁의 방향이 서비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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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단통법이 통신사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가입자가 많은 SK텔레콤엔 반가울 수 있다. 점차 통신망은 포화되고, 단통법 시행 이후에는 시장이 위축되면서 더더욱 가입자 이동이 줄어들 전망이다. 똑같이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고, 가입자가 늘지는 않더라도 줄지도 않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10월 단통법을 기점으로 새로운 요금제와 서비스들을 내놓을 계획이다. 간담회에서도 어떤 요금제와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는 언급은 없었지만 SK텔레콤의 기본 정책이 ‘장기가입자 방어’ 쪽으로 흐르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내다볼 수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의 신규 사업들은 흥미로운 주제다. 근래들어 조금씩 구체화되고 단단해지고 있다. 통신사업이 포화되면서 사실상 그 망 위에서 돌아가는 생태계에 관심을 갖고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게 통신사의 현재 상황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T전화의 제휴 모델을 꺼내놓을 계획이다. 위의석 상품기획부문장은 사업자들이 T전화의 기능을 활용하도록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웨어러블 기기와 홈 네트워크 서비스도 본격화한다. SK텔레콤은 그간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성과가 크지 않았던 이유로, 기기만 출시하고 환경이 뒷받침해주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기어S’처럼 직접 통신 기능을 갖추고 단독으로 앱을 활용할 수 있는 기기들이 나오면 SK텔레콤이 뛰어들 수 있는 부분들이 늘어날 수 있다. 기기를 보급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기기를 통해 서비스로 지속적인 경험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웨어러블 관련 요금제와 맞춤 서비스를 10월 중 내놓는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중소기업이나 기존 생태계와 경쟁할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7월에 출시했던 어린이용 휴대폰인 ‘T키즈’는 최근 1천건 이상 팔려나갔는데 이 역시 중소기업의 제품이다. SK텔레콤이 직접 나서 브랜드 효과를 주면서 성과를 냈다는 이야기다.

T전화의 서비스 개방이나 스마트홈, 웨어러블도 마찬가지다. 특허 문제도 지적됐다. 위의석 부문장은 “사물인터넷이나 웨어러블 등 영역에는 많은 기업들이 이미 사업을 하고 있지만 SK텔레콤은 그들과 경쟁할 생각은 없다”며, “경쟁력이 있는 제품이라면 협력하고 도입해서 쓰는 쪽”이라고 말했다. T전화에서도 핵심 기능인 전화번호부에 대해 ‘뭐야 이전화’와 협력해 만든 전례를 강조하기도 했다.

아쉬운 것은 유통과 관련된 정책 변화다. 이제 한 달이 약간 더 남았지만 단통법의 효과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핵심인 보조금 분리 공시가 아직 안개에 묻혀 있고, 정말 실질적인 효과가 소비자들에게 돌아올 지도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 시장의 분위기다. 오히려 시장은 단통법 이후의 불안감을 이용해 다시금 보조금을 부추기고 있고, 신제품 출시 시기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SK텔레콤의 간담회는 단통법 이후 사업 방향을 흥미롭게 비추었고, 상생의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여전히 해묵은 ‘고객만족’같은 문구가 빠지지 않았다. 당장 소비자들의 불안은 실질적인 대응이다. 단통법의 실효성과 명확한 통신사들의 정책이 나와야 소비자들이 10월 이후를 불안하게 여기지 않고 마음편히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다고 보지 않을까. 지금 이 시기에 가장 듣고 싶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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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